"에이스급이니까 못 쳤죠"…그때의 KIA 아니다, 3⅓이닝 100구 혼쭐냈다

김민경 기자 2023. 9. 6.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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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곽빈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에이스급이니까. 공을 못 쳤다."

김종국 KIA 타이거즈 감독이 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한 말이다. KIA는 올해 유독 두산 베어스 국내 에이스 곽빈에게 약했다. 곽빈은 이날 전까지 KIA 상대로 2경기에 등판해 2승, 11⅓이닝, 평균자책점 1.59로 호투했다. 물론 곽빈이 등판했을 때는 나성범, 김도영 등이 부상으로 이탈해 있어 완전체 타선을 갖추지 못하긴 했다.

김 감독은 올해 곽빈 상대로 어려웠다는 질문에 "올해 (곽)빈이가 구위 자체가 좋고, 에이스급이니까. 공을 못 쳤다"면서도 "오늘(6일)은 타자들이 힘을 조금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곽빈의 구위와 제구가 안정적이지만, 집중력이 좋아서 점수를 조금 내면 승산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곽빈은 후반기 들어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최근 2경기 내용은 좋았다. 상위권 팀인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를 차례로 만나 1승을 챙기면서 14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고질병인 4사구는 여전히 많았지만, 어떻게든 퀄리티스타트 그 이상을 해내며 에이스다운 활약을 펼쳤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그런 곽빈에게 큰 믿음을 보였다. 이 감독은 최근 8연승인 KIA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는 말에 "우리 (곽)빈이가 지금 좋다. 후반기 들어 지금 KIA 전력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최고라고 해서 맞아도 된다는 생각이 있으면 이기려고 경기를 할 것이다. 빈이가 좋은 피칭을 해줬다. 잠실 홈에서 하는 만큼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리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곽빈의 완패였다. 3⅓이닝 동안 무려 100구를 던질 정도로 제구가 되지 않았고, 9피안타(2피홈런) 3사사구 4탈삼진 6실점으로 무너졌다. 6실점은 지난 5월 7일 잠실 LG전 1⅓이닝 6실점 이후 올해 한 경기 최다 실점 타이기록이었다. 두산은 KIA에 0-7로 완패했고, 곽빈은 시즌 7패(10승)째를 떠안았다.

공이 나쁘진 않았다. 곽빈의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은 152㎞, 평균 구속은 148㎞가 나왔다. 직구 구위 자체는 평소와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제구가 문제였다. 직구 40구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22개에 불과했다. 거의 절반이 볼이었다는 뜻이다.

변화구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초반에는 낙차 큰 커브에 KIA 타자들이 속았지만, 2바퀴가 돌면서부터는 차차 곽빈의 커브에 적응해서 대응하기 시작했다. 곽빈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적극적으로 섞으며 돌파구를 찾으려 했으나 달아오른 KIA 방망이를 잠재울 방법이 없었다.

▲ KIA 타이거즈 나성범 ⓒ KIA 타이거즈
▲ 두산 베어스 선발투수 곽빈을 무너뜨린 KIA 타이거즈 김도영 ⓒ 연합뉴스

곽빈은 0-0으로 맞선 3회초 나성범에게 일격을 당했다. 선두타자 박찬호에게 좌익수 왼쪽 2루타를 허용한 뒤였다. 김도영을 1루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1사 2루에서 나성범에게 우월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볼카운트 1-1에서 커브를 선택했는데, 나성범이 공이 떨어지기 전에 대응해 장타로 연결했다.

0-2로 뒤진 4회초. 곽빈은 선두타자 김태군을 몸 맞는 공으로 내보내면서 또 한번 위기를 자초했다. 최원준에게 우익수 오른쪽 안타를 허용해 무사 1, 3루가 됐고, 박찬호에게 우전 적시타를 얻어맞아 0-3이 됐다. 이때 런다운에 걸린 타자주자 박찬호를 유격수 김재호가 태그아웃하면서 힘겹게 아웃카운트 하나를 늘렸다. 이때 곽빈의 투구 수는 이미 80구를 돌파하고 있었다.

곽빈의 위기는 계속됐다. 이어진 1사 3루에서 김도영에게 좌월 투런포를 얻어맞아 0-5까지 벌어졌다. 볼카운트 1-1에서 시속 146㎞짜리 직구가 높게 들어갔는데, 김도영이 이 공을 당겨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30m에 이르는 대형포였다.

두산 벤치는 그럼에도 곽빈을 더 끌고 가려고 했지만, 곽빈이 1사 후에도 나성범에게 우전 안타를 얻어맞으면서 위기가 계속됐다. 곽빈이 3⅓이닝 만에 100구를 채우자 결국 마운드는 이형범으로 바뀌었다. 이형범은 올라오자마자 최형우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맞았고, 1사 2, 3루에서 소크라테스에게 중전 2타점 적시타를 내줘 0-7이 됐다. 곽빈의 실점은 6으로 불어났다.

이 감독은 곽빈의 공을 믿었고, 김 감독은 KIA 타선의 최근 화력을 믿었다. 그리고 믿음에 응답한 건 KIA 타선이었다. KIA 타선은 올해 상대전적이 좋지 않았던 곽빈까지 혼쭐을 내면서 좋은 흐름을 더 이어 갈 발판을 마련했다.

5위 KIA는 2013년 6월 20일 대전 한화이글스전 이후 무려 10년 3개월 만에 9연승을 달성하며 5강 싸움에서 더더욱 유리한 고지를 밟았다. 하지만 에이스 곽빈을 믿었던 6위 두산은 2연패에 빠지면서 5강권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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