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육사 뿌리는 국방경비사관학교”…文의 ‘신흥무관학교론’ 정면 반박

정충신 기자 2023. 9. 6. 23: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文, 2018년 육사 졸업식 때 “육사 뿌리는 신흥무관학교” 제기해 논란 불씨
국방경비사관학교 뿌리론은 한미동맹·호국에 무게 중심
‘나종남 육사 교수가 홍범도 흉상 철거 주도’ 보도엔 “사실과 달라”
서울 시가를 행진중인 육군사관생도의 모습. 사진은 2010년 9월28일 서울수복 60주년 기념행사에서 행진중인 육사생도들의 서울수복 및 국군의 날 기념퍼레이드. 국방부 제공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6일 "육사의 정신적 뿌리는 국방경비사관학교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지금 육사의 정신적 뿌리는 신흥무관학교인가, 아니면 국방경비사관학교인가’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육사 뿌리는 신흥무관학교론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육사 졸업식에 참석해 ‘육사의 뿌리는 신흥무관학교’라고 밝힌 데 이어 최근 홍범도 흉상 이전과 관련해 지난 3일 SNS에 올린 글에서 "독립영웅 다섯 분의 흉상을 육사 교정에 모신 것은 우리 국군이 일본군 출신을 근간으로 창군된 것이 아니라 독립군과 광복군을 계승하고 있으며, 육사 역시 신흥무관학교를 뿌리로 삼고 있음을 천명한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이 장관이 육사의 뿌리를 미 군정 때 미군의 도움으로 창설한 국방경비사관학교라고 발언한 것은 문 전 대통령의 신흥무관학교 뿌리론과 궤를 달리한다. 군 고위 관계자는 "국군이 일본군 출신을 근간으로 창군된 것이라는 문 전 대통령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며 "광복군 출신인 이범석 초대 국방장관 등이 일본군·만주군 출신 등을 설득해 국군 창군 대열에 합류시킨 것"이라며 "국군의 뿌리가 광복군 독립군인 것은 맞지만, 육사의 뿌리는 전신인 국방경비사관학교로 6·25전쟁을 극복하고 한미동맹을 튼튼히 하는 상징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흥무관학교는 1911년 이회영 선생 등이 개인재산을 털어 중국 만주에 세운 독립군 양성기관으로, 1920년 일제의 탄압으로 문을 닫을 때까지 3000명 이상의 독립전사를 배출했다.

이 장관이 육사의 뿌리라고 언급한 국방경비사관학교는 1946년 5월 서울 태릉에 ‘남조선 국방경비대사관학교’를 지칭한다. 미군정은 통역장교와 각 군 간부 요원을 확보하기 위해 1945년 12월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에 ‘군사영어학교’를 세웠다가 이듬해 4월 폐교시킨 뒤 ‘남조선 국방경비대사관학교’를 창설했다. 당시 광복군·독립군 출신 숫자가 적고 연령도 높은 데 비해 군사적 전문성이 뛰어나고 숫자가 훨씬 많은 만주군과 일본군에서 활동한 장교들이 이 학교로 편입됐다. 이는 초기 북한 공군 등 북한군도 마찬가지였다.

역대 육군총장은 제1대 이응준 소장부터 제18대 김계원 대장까지 군사영어학교 또는 일본군 장교 출신자들이 맡았다. 이후 제19대(1969.9∼1972.6) 서종철 대장(육사 1기)부터 육사 출신이 임명됐다. 문 전 대통령이 육사 뿌리를 전신인 국방경비대사관학교를 부정하고, 신흥무관학교라고 한 것은 육사 뿌리 ‘친일 프레임’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6일 오후 열린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 의원이 이에 "우리는 헌법을 계승하고 있는데 광복군과 신흥무관학교를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반헌법적, 반국가적 발상이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앞서 질의 초반 이 장관이 "광복군과 독립군이 우리 국군의 뿌리임에 동의하나"라는 안 의원의 질문을 받고 "그렇다. 국군의 정신적 뿌리 또는 정신적 토대라고 표현한다"며 동의했던 것과 다소 다른 답변 아니냐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이 장관은 "지금 육사에 관해 한정해서 말씀하신 거지 않나"라고 받아쳤다. 국군의 정신적 뿌리는 광복군·독립군이 맞지만, 육사의 뿌리는 과거부터 통용되는 ‘국방경비대사관학교’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안 의원은 이 장관을 향해 "대한민국에 사는데 어떻게 육사만 보고 이야기하나. 전체를 보고 이야기해야죠"라고 따졌고 "이게 지금 (육사에 있는) 흉상 5인에 대해서 홍범도 장군을 빼놓고 나머지 4인은 신흥무관학교 출신이기 때문에 그런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닌가. 이게 1948년도(8월 15일 정부수립일)를 (대한민국) 건국일로 보는 시점이 바로 그런 시각이라 우려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장관은 "이것은 순수하게 육사의 정체성, 생도교육 차원에서 이해해주면 좋겠다"라고 받아친 뒤 홍범도 장군의 육사 내 흉상 이전 결정과 관련해서는 "그렇다 해서 저희 국방부나 육사가 독립운동이나 여기에 대한 업적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안 의원이 "홍범도 장군이 북한을 이롭게 한 적이 있나"라고 재차 따졌고, 이 장관은 "북한하고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결국은 6·25 전쟁, 김일성의 6·25를 사주한 것이 스탈린 공산당이라고 보기 때문에. (홍 장군이) 스탈린이 집권한 이후 공산당 입당을 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국방부는 이날 저녁 육사의 뿌리에 대한 이 장관의 답변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1946년 태릉에서 개교한 국방경비대사관학교가 1948년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의 전신이라는 의미로 답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육군사관학교는 1945년 설립된 군사영어학교를 모체로 국방경비대사관학교, 조선경비대사관학교를 거쳐 1948년 육군사관학교로 정식 출범했다"며 "1948년 육군사관학교 개교 이전에 대한제국육군무관학교, 신흥무관학교, 임시육군무관학교 등 육사의 연원이 된 다수의 무관학교들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한 언론이 ‘육사 내 홍범도 흉상 철거 주도자가 국정교과서를 집필한 뉴라이트 나종남 육사 군사사학과 교수로 확인됐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언론에 나온 것을 확인해 보니까 나 교수 개인 성향에 따라서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개인의 성향도 언론에 나온 것처럼 편향된 시각을 가진 교수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언론에서 뉴라이트가 언급되고 (뉴라이트에) 소속된 것으로 나오지만, 그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