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프리즈 서울…사람은 많았지만 '빅샷'은 없었다(종합)
첫날 수억원대 작품 주로 팔려…방탄소년단 RM·지민 등 유명인 방문 줄이어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올해 국내 미술계 최대 행사인 국제 아트페어(미술품 장터) 프리즈 서울이 6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VIP 프리뷰(사전관람)를 시작으로 개막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 프리즈 서울은 가고시안과 하우저앤워스 등 세계 최정상급 갤러리를 비롯해 지난해보다 10여곳 늘어난 120여개 갤러리가 참여해 규모가 더 커졌다.
가고시안은 조나스 우드의 그림을, 하우저앤워스는 필립 거스턴의 1978년작 회화와 루이스 부르조아 조각을 전면에 전시했다.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는 구사마 야요이의 청동 호박 조각 작품을 비롯해 캐서린 번하트의 그림을 대표 작품으로 들고 왔다. 화이트큐브 전면에는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그림이 내걸려 시선을 사로잡았다.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는 알렉스 카츠의 신작과 앤서니 곰리의 조각으로 관객들을 맞았다.
국내 갤러리 중 국제갤러리는 강서경, 양혜규, 박서보 등 국내 작가 작품을 다양하게 소개했다.
고대부터 20세기 중반 작품까지 걸작을 소개하는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에서는 로빌란트 보에나(R+V) 갤러리가 제프 쿤스의 가로 3m 크기 대형 조각 '게이징 볼'로 눈길을 끌었고 갤러리 현대가 마련한 이성자 작가의 솔로 부스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에스더 쉬퍼 갤러리는 부스에 들어서는 사람에게 이름을 묻고 그 이름을 큰 소리로 외치는 피에르 위그의 퍼포먼스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페로탕 갤러리는 최근 리움미술관에서 전시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준호'를 전시해 '포토 스팟'이 됐다.
행사 초반 분위기는 지난해와 달리 한산했다. 지난해 VIP 관람이 시작되자마자 전시장이 사람들로 가득 차서 관람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입장이 시작된 오후 1시에 여유 있게 입장이 가능했다. 기다리는 긴 줄도 없었고 전시장은 썰렁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는 프리즈 측이 지난해 첫날 VIP 프리뷰 당시 사람들이 몰려 제대로 된 관람이 쉽지 않았다는 지적을 반영한 듯 올해는 시간대별로 VIP들의 입장 가능 시간을 나눠 인원을 분산시켰기 때문이다. 또 참여 갤러리에게 제공하는 VIP 초청장 수량도 30%가량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조치들로 VIP 관람이 시작된 오후 1시 직후에는 다소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으나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해 오후 3시께부터는 전시장이 예전처럼 북적였고 해외 컬렉터들도 많이 보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입국이 쉽지 않았던 중국 컬렉터들이 돌아오며 중국어도 곳곳에서 들려왔다.
약 600억원에 달했던 파블로 피카소 그림을 비롯해 관람을 위한 줄이 생기기도 했던 에곤 실레 작품처럼 눈에 띄는 '빅샷'(고가의 그림)이 없는 것도 지난해와는 다른 점이다.
행사장을 둘러본 미술계 관계자들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지난해보다 '볼 만한', '사고 싶은' 작품이 없다는 분위기였다.
프리즈 현장에서 만난 한 사립 미술관 큐레이터는 "너무 비싸지 않은 '적당한' 작품들이 많이 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큐레이터는 가 볼 만한 부스를 소개해달라고 하자 "기억에 남는 부스가 별로 없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 갤러리스트는 "대체로 '힘을 준' 작품보다는 회화 위주로, 고객 취향에 맞춘 작품들을 들고 온 것 같다"고 "지난해와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갤러리스트는 "지난해에는 대작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그런 작품은 눈에 띄지 않는다"면서 "젊은 컬렉터들을 타깃으로 한 느낌"이라고 했다. 이 갤러리스트는 "실제 전시장에 40대 컬렉터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고 덧붙였다.
올해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아트바젤도 다녀왔다는 국내 컬렉터는 "다소 실망스럽다"면서 "작가의 '베스트' 작품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프리즈만의 특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갤러리스트는 "아트바젤과 다른 점을 모르겠다"고 했고 한 큐레이터는 "실험성은 사라지고 상업성만 짙어진 행사"라고 말했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색채가 화려하고 이해하기 쉬운 구상 회화 작품들이 더 많아졌다"면서 "미술시장이 흐름을 선도하기보다는 대중의 취향에 끌려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평했다.
이런 가운데 전시장을 찾은 유명 인사들도 눈에 띄었다. 방탄소년단의 RM과 지민은 공식 입장이 시작되기 전 조용히 프리즈 행사장을 찾았고 블랙핑크의 지수와 로제, 빅뱅의 태양도 목격됐다. 최지우, 황신혜, 전인화 등 배우들도 부스를 찾아 작품을 둘러봤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이웅렬 코오롱 명예회장, 두산가의 박서원 전 오리콤 부사장 등 기업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김구림 작가도 휠체어를 타고 전시를 둘러보는 등 작가들도 여럿 현장을 방문했다.
대부분의 갤러리가 자세한 판매 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프리즈 측이 이날 저녁 일부 갤러리들의 실적을 모아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수억원대 작품이 주로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우저앤워스는 여러 기관과 개인 컬렉터에게 10여점을 판매했다. 라시드 존슨의 작품은 97만5천달러(약 13억원)에, 조지 콘도의 작품은 80만달러(약 10억6천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국제갤러리에서는 박서보 작품이 49만달러(약 6억5천만원)에 판매된 것을 비롯해 하종현, 함경아, 양혜규, 강서경 등의 작품이 거래됐고 갤러리 현대는 이성자의 작품을 여러 점 판매했다.
페이스갤러리는 알렉산더 칼더의 1965년작 조각 작품을 비롯해 조엘 샤피로, 로버트 나바, 키키 스미스, 나라 요시토모 등의 작품을 판매했다.
독일계 스푸르스 마거스 갤러리는 이번 행사에 들고나온 작품 중 최고가인 로즈마리 트로켈이 판매됐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데이비드 즈워너에서는 구사마 야요이의 그림이 580만달러(약 77억원)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함께 개막한 키아프 서울은 전반적으로 행사장이 한산한 분위기였다. 한국 화랑들은 대체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판매가 이뤄졌다는 곳들이 많았지만 외국 화랑들은 고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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