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러 드론 침범' 거듭 부인하더니 "드론 파편 발견"(종합)
루마니아 국경 마을 주민들은 불안…매주 수차례 사이렌
(로마·서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최재서 기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 영토에서 러시아 드론으로 추정되는 드론 파편이 발견됐다고 로이터, dap, AP 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앙헬 틸바르 루마니아 국방부 장관은 이날 "다뉴브강변 툴체아에서 드론으로 추정되는 파편이 발견됐다"며 "파편에 위협이 될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주민을 대피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국경 사이를 흐르는 다뉴브강을 낀 우크라이나 항구 도시 이즈마일에는 최근 러시아의 드론 공격이 집중됐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즈마일 항구를 공격하려던 러시아 드론이 루마니아 영토에 추락했다고 주장했으나 루마니아 정부는 이를 거듭 부인해왔다.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은 전날 친쿠 군사기지에서 열린 그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공격이 자국 국경과 "아주 아주 근거리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요하니스 대통령은 "우리 국경 800m 밖에서 공격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어떠한 부품이나 드론, 또는 폭발물의 일부도 루마니아에 닿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요하니스 대통령은 다만 "이번 공격이 루마니아 국경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우려하고 있다"며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루마니아는 이번 사안이 러시아와 나토 간 직접 충돌을 야기할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한 대응을 이어갔다.
틸바르 국방장관은 드론 파편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해당 드론이 러시아의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루마니아 관영 아게르프레스 통신에 따르면 콘스탄틴 스피누 국방부 대변인은 "최근 루마니아 영토에서 발견된 드론 파편은 이즈마일 항구에 대한 러시아의 공습이 아닌 더 오래될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나토 회원국으로 전쟁 피해가 확산한 사례는 단 한 번뿐이다.
작년 11월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의 폴란드 농촌마을 프셰보두프에서 우크라이나의 방공 미사일이 잘못 떨어져 민간인 2명이 사망한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에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쏜 미사일이 폴란드에 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미국 당국자가 "우크라이나군의 요격 미사일로 파악됐다"고 밝혀 사태를 진정시켰다.
틸바르 국방장관은 "상당히 짧은 기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만 시설과 창고에 대해 일련의 공격을 가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경계 조치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7월 흑해 곡물협정을 일방적으로 종료한 이래 흑해상 우크라이나 선박에 대한 위협을 강화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대체 항로인 다뉴브강 항구까지 표적으로 삼으며 루마니아를 비롯한 나토 회원국과의 충돌 위험이 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루마니아는 흑해와 면한 나토 3개국 가운데 하나이고, 우크라이나와 다뉴브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댄 국가이기도 하다.
집단 방위체계의 보호를 받는 나토 국가 가운데 사실상 최전선에 닿은 셈으로, 국경 지대의 긴장 상황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다뉴브강변 국경 지대에서 생활하는 루마니아 주민들은 바로 눈앞에서 위협을 마주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즈마일 강 건너에 위치한 루마니아 국경 마을 플라우루에서 드론이 국경을 넘어 날아올 수 있다는 주민들의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플라우루에서는 매주 여러 차례씩 폭탄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있으며 지난 4일 이즈마일 공습 당시에는 민가 창문이 흔들릴 정도였다고 한다.
플라우루 주민 카비 포페스쿠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5번의 폭발음이 들렸고, 그중 3번은 매우 강력했다"고 이즈마일 공습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포페스쿠는 "이곳이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나토의 안보 우산에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주민 다니엘라 타나세는 "낮 동안엔 (사이렌을) 무시할 수 있지만, 한밤에 울릴 때면 긴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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