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만에 무죄판결 받은 美 70대 노인…검사는 사과, 판사는 포옹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kdk@mk.co.kr) 2023. 9. 6.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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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소녀 성폭행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레너드 맥에게 주 대법원 판사 앤 미니한이 무죄를 선고하며 포옹을 하고 있다. [출처 : 뉴욕포스트]
50여년 전 10대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70대 남성이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뉴욕포스트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5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대법원 판사 앤 E. 미니한은 레너드 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레너드 맥은 뉴욕의 웨스터체스터 카운티에서 10대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특히 무죄 판결을 받은 이날은 레너드 맥의 72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사건은 지난 1975년 5월 2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웨스터체스터 카운티의 한 마을에서 여고생 두 명이 총을 든 괴한을 만나 숲으로 끌려간 뒤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레너드 맥은 귀걸이를 하고 모자를 썼다는 용의자와 인상 착의가 일치한다는 이유로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범인으로 몰렸다. 그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입증해줄 증인을 재판에 출석시켰음에도 1급 강간죄와 2급 흉기소지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로 인해 그는 7년 동안 옥살이를 해야 했다.

판결 이후 그는 여러 차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인권단체 ‘이노센스프로젝트’를 만나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엔 없었던 새로운 DNA 검사를 통해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웨스트체스터 지방검찰청은 최근 진범을 찾아냈다. 정확한 정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범인은 지난 2004년 웨스트체스터에서 발생한 또다른 성범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04년 범행과 관련해 성범죄자로 등록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현재 구속상태다.

50여년 전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했던 레너드 맥이 지난 5일 무죄 판결을 받은 뒤 환호하며 법원을 나서고 있다. [출처 : 뉴욕포스트]
앤 미니한 판사는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자신의 자리에서 내려와 레너드 맥과 포옹했다. 사법부의 잘못된 판결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 데 대한 사과의 표시로 풀이된다.

앤 미니한 판사는 “오늘은 당신의 날이다. 당신은 너무 오래 기다렸다”라며 “우리가 하는 일은 때때로 너무 큰 위험을 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검사도 사과했다.

미리엄 로카 검사는 “웨스트체스터 지방 검찰청을 대표해 그의 인생에 끼친 헤아릴 수 없는 피해와 부수적인 결과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문제를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를 예방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너드 맥은 “내가 저지르지 않은 범죄로 7년 반 동안 감옥에 있었고 거의 50년 동안 억울함을 머리 위에 매달고 살아왔다”라며 “그것은 내 삶을 바꾸어놓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결백하다는 것이 증명될 것이라는 희망을 결코 잃지 않았다”면서 “이제 진실이 밝혀졌고 나는 마침내 숨을 쉴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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