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이재명 건강 상해선 안 된다”… 尹정부에는 ‘단세포 외교’ 비판

김현우 2023. 9. 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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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건강 상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일 찾겠다”
윤석열정부에는 “이념이 지나치고 과잉됐다” 비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6일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동지들이 공감하는 바와 같이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은 매우 위태롭다”면서도 “다만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이 대표 건강이 상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정부를 향해서는 한∙미∙일 협력에만 치중한 나머지 북∙중∙러와 대화를 소홀히 했다며 “단세포 외교인지, 단층 외교인지”라고 맹비난했다. 한때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이 대표의 건강을 염려하는 한편, 동시에 윤석열정부에는 날 선 비판을 가하며 당 통합에 불을 댕기려는 의미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연합뉴스
이 전 대표는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외교 안보를 주제로 한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 단식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자 “우선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대단히 안타깝다”라며 “이 대표를 포함, 민주당 동지들이 공감하는 바와 같이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은 매우 위태롭다. 그런 점에 대한 우려를 저도 함께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단식 명분으로 내세운 현 정부의 ‘실정’에 공감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이유가 뭐라든 간에 이 대표 건강이 상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강이 상하지 않도록 함께 마음을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 단식에 대한 지지표명과 동조 단식은 많았지만 건강을 염려한 발언은 이 전 대표가 사실상 처음이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를 만나 단식을 만류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네”라면서도 “이 대표 건강이 상하지 않도록 하는 게 뭘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윤석열정부를 향해서는 거친 소리를 쏟아냈다. 현재 육군사관학교가 추진 중인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이념이 과잉되고 지나치다 보니 자기들도 정리하지 못한 채로 이념 공세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홍 장군이 활동하던 일제 강점기 당시 “일제강점기는 좌우 대립이 아닌 민족주의와 친일매국주의의 싸움이 있었을 뿐”이라며 “소련이 조선 독립을 지원해 상해 임시정부도 밀사를 모스크바에 보냈고 이승만도 밀사를 보냈다. 홍 장군은 아마도 그런 시도 때문에 그쪽 사람들과 교류가 있었던 듯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흉상 이전 근거로 든 자유시 참변 관여 의혹과 관련해서는 “학계 정설은 홍 장군이 관여한 바가 없다는 것“이라며 “홍 장군은 너무 슬퍼 통곡했다는 연구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립을 위해 목숨 걸고 싸웠고, 독립군이 생긴 이래 최초 대승리를 거둔 주역인 분을 육사에 모셔선 안 된다는 발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지식인협회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이어 윤석열정부가 한∙미∙일 외교 강화에만 신경 쓴 나머지 북∙중∙러와의 대화는 소홀하다며 ‘단세포 외교‘를 펼친다고 비판하는 한편, 다면적 대화를 시도하는 ‘중층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전 대표는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한편에서는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고 중국과는 경제협력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자 북∙중∙러 협력이 우려된다며 “한∙미∙일 협력이 성과는 맞는데 공짜는 아니다”라며 “한반도가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치 구도가 자리 잡은 신냉전의 최전선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첫 남북정상회담을 이뤄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례를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흔히 이념적으로 한쪽에 치우치신 분이 아니냐는 편견이 있는데 실제로는 대단히 유연하고 실용적인 분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자신이 초선 의원이던 2000년, 6.15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미∙일 방문단에 포함돼 양국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국회가 의원단을 꾸려 한반도 주변 4강에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설명하고 이해와 협력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다”며 “한반도 평화는 주변 4강의 이해와 협력 없이 안된다는 것을 김 전 대통령은 알고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정부가 새만금 예산과 기술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도 문제 삼았다. 이 전 대표는 “삭감이 아닌 폐지 수준이다. 왜 그렇게 난폭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역대 정권에서 기술개발 예산과 과학기술 예산을 삭감한 것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이 전 대표 강연에는 이 전 대표 지지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김현우 기자 wit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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