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량도 마음가짐도 문제..30년 한풀이 길목서 LG 강타한 ‘고우석 리스크’
[수원(경기)=뉴스엔 안형준 기자]
고우석이 또 무너졌다.
LG 트윈스는 9월 6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경기에서 패했다. 이날 LG는 9회에만 4점을 허용하며 3-4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주범은 '또' 고우석이었다.
LG는 이날 선발 켈리가 7이닝 무실점 시즌 최고투를 펼치며 KT가 야심차게 내세운 'LG 킬러' 벤자민(7이닝 1실점)과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켈리가 7이닝을 무실점으로 지켰고 8회를 김진성과 백승현이 막아내는 동안 타선은 3점을 얻어냈다. 3-0 리드로 9회말을 맞이한 LG는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마운드에 올려보냈다.
지난주 끔찍한 피칭을 선보였던 고우석은 또 무너졌다. 선두타자 문상철에게 초구 2루타를 허용했고 후속타자 장성우에게 5구만에 적시타를 얻어맞아 실점했다. 대타 안치영을 삼진처리하며 한숨을 돌렸지만 박경수에게 볼넷을 내줬고 배정대에게 적시타를 얻어맞아 또 실점했다. 김상수에게 볼넷을 허용해 1사 만루 위기에 몰린 고우석은 김민혁을 땅볼처리해 한숨을 돌렸지만 황재균에게 끝내기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고우석은 지난 5번의 등판에서 두 번이나 최악투를 펼쳤다. 8월 26일 창원 NC전에서 0.2이닝 4실점을 기록하며 패했고 지난 2일 잠실 한화전에서도 타선이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냈지만 9회초 무너지며 팀에 패배를 안겼다. 그리고 이날 또 0.2이닝 4실점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2일 한화전 부진 후 염경엽 감독은 고우석과 박동원, 허도환 두 포수를 모아 미팅을 실시했다. 고우석이 지나치게 변화구(슬라이더)에 의존하는 피칭을 한다는 것을 지적하며 직구 위주의 피칭과 포수의 리드에 맞춰 투구할 것을 지시했다. 고우석의 가장 큰 강점은 시속 150km 이상의 강력한 직구. 염 감독의 지시는 당연한 것이었다.
3일 한화전에 다시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지킨 고우석은 5일 경기에서 올시즌 처음으로 아웃카운트 5개를 책임지며 중요한 세이브를 올렸다. 3회 종료 후 맞이한 긴 우천 중단으로 불펜 총력전이 진행됐고 패하면 충격이 큰 경기였던 만큼 고우석의 활약은 결정적이었다. 염경엽 감독도 고우석의 호투를 몇 번이나 칭찬했다.
하지만 5일 세이브를 올린 후 취재진을 만난 고우석은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말을 늘어놓았다. 충격투 이후 감독, 포수들과 가진 미팅이 자신의 투구 내용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 고우석은 "감독님 말씀은 이해했지만 내가 고집이 좀 세다"며 "미팅 후 다음 등판에서는 모든 공을 슬라이더로만 던질까도 생각했다. 감독님이 내 슬라이더가 약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아마 나를 오래 보신 것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팀의 30년 숙원을 풀 수 있느냐의 길목에서 감독의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 또 본인이 최악의 부진을 선보였음에도 '감독이 나를 잘못 본 것일 뿐, 나는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는 말을 한 것이다.
염 감독의 지시는 시즌 막바지인 시기를 감안하면 전혀 부당하다고 볼 수 없었다. 시즌 초반이라면 여러 구종을 더 연마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제는 과정보다는 무조건 결과를 우선해야 할 시기다.
실제로 올시즌 고우석의 공 중 가장 피안타율이 높은 공이 슬라이더다. 이날 경기 전까지 직구의 피안타율은 0.217이었지만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295로 높았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고우석은 '팀 퍼스트'가 아닌 '팀의 승패보다는 내 마음대로'를 외쳤다.
물론 고우석이 미팅 후에도 직구가 아닌 슬라이더만 던진 것은 아니다. 분명 직구의 비율이 미팅 후 크게 늘어난 것은 맞다. 하지만 팀의 핵심 선수가 저런 마음가짐을 갖고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팀보다 개인을 우선시하는 선수는 결국 중요한 순간 팀을 망치게 된다. 이날도 고우석은 첫 두 타자에게 절반의 공을 슬라이더로 던졌고 문상철, 장성우에게 연속안타를 얻어맞고 실점한 후에야 직구 위주의 피칭을 했다.
1994년 이후 첫 우승에 도전하는 LG 정규시즌 우승의 8부 능선까지 도달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 마무리 투수가 기량과 마음가짐 두 가지 면에서 모두 낙제점을 보이고 있는 LG는 올시즌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다.(사진=고우석/뉴스엔DB)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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