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옆에 구치소 옆에 법원’ 부산구치소 이전, 이번엔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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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부산 교정시설 이전 후보지인 부산 강서구와 사상구엔 찬반 의사를 밝힌 펼침막이 하나도 걸려 있지 않았다.
현재 사상구에 있는 부산구치소가 강서구로 이전하는 방안이 여러 차례 추진됐을 때, '결사반대' 구호가 적힌 펼침막들이 즐비했던 것에 견주면 이례적이다.
부산구치소·부산교도소·부산보호관찰소 등 6개 교정시설의 이전 후보지인 서낙동강~남해고속도로 사이 대저1동 땅 주인들은 부산구치소 이전에 호의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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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 보상만 지대로 해주믄, 마 개안심더.”(부산 강서구 대저1동 주민) “아이구마, 그기 잘 되겠는교?”(부산 사상구 주례2동 주민)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부산 교정시설 이전 후보지인 부산 강서구와 사상구엔 찬반 의사를 밝힌 펼침막이 하나도 걸려 있지 않았다. 현재 사상구에 있는 부산구치소가 강서구로 이전하는 방안이 여러 차례 추진됐을 때, ‘결사반대’ 구호가 적힌 펼침막들이 즐비했던 것에 견주면 이례적이다.
하지만 막상 취재에 들어가니, 주민들 속내는 달랐다. 부산구치소·부산교도소·부산보호관찰소 등 6개 교정시설의 이전 후보지인 서낙동강~남해고속도로 사이 대저1동 땅 주인들은 부산구치소 이전에 호의적이었다. 보상과 지역개발을 바라는 마음에서다. 김아무개(75)씨는 “이제 힘이 달려서 밭농사하기 힘들고 살날도 얼마 안 남았으니, 좋은 가격에 보상을 해 주면 구치소 옮겨 오는 것에 찬성한다. 주변의 예닐곱명도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부산교도소 주변에서 만난 주민들은 교도소가 다른 곳으로 옮겨 가면 부산구치소가 대저동에 와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교도소 근처 편의점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교도소가 옮겨 가면 여기도 이제 땅값이 오르고 개발이 본격화하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다른 부산구치소 이전 후보지는 사상구 주례3동 부산구치소 뒤쪽 엄광산(해발 505m) 자락이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 반응은 싸늘했다. 지금의 위치와 가까워 이전의 실익이 없다고 보는 듯했다. 구치소가 대저동으로 옮겨 가는 것에도 주민들은 회의적이었다. 부산구치소 앞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여기 사는 사람치고 부산구치소 이전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예전처럼 강서구가 반대하면 무산될 게 뻔하다. 희망 고문은 그만 당하고 싶다”고 했다.
부산구치소는 1973년 지금의 사상구 주례동에 건립됐다. 낡고 비좁은데다 도심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법무부와 부산시가 2005년부터 여러 차례 이전을 추진했으나, 이전 대상 지역 주민의 조직적 반발과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소극적 태도로 번번이 좌절됐다.
부산시는 지난 5월 각계 인사 15명이 참여하는 부산시 입지선정위원회를 꾸리며 구치소 이전 재추진에 나섰다. 교도소는 대저1동(27만㎡), 구치소는 엄광산 기슭(8만㎡)으로 각각 이전하는 방안과 구치소, 교도소, 4개 법무부 관련 시설을 함께 대저1동(약 40만㎡)에 옮기는 방안이다. 입지선정위는 이달부터 2천명 대상 여론조사와 배심원단 150명의 숙의토론 등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할 작정이다.
부산시는 입지선정위가 선정한 장소를 법무부에 추천하겠다고 밝혔지만 녹록지 않다. 구치소의 강서구 이전이 결정되면 부산시는 강서구부터 설득해야 한다. 도시관리계획 등의 변경은 부산시가 하지만 착공·준공 승인권은 강서구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교정시설 이전 권한을 쥔 법무부가 부산시에 보낸 공문도 논란을 키웠다. 법무부는 부산시에 “해당 기초자치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는데, 강서구는 “기초자치단체와 법무부가 협의해야 하는데 부산시가 월권을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는 “2019년 6월 법무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게다가 법무부 공문을 보면 후보지를 선정하는 활동은 사업계획에 앞서 추진하는 절차이고, 후보지 추천은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한다고 돼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되받았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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