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의 ‘제 살 깎아 먹기’ 경영?
중국 지리그룹에 르노코리아 지분 34% 내주고 기술사용권 취득
연구개발비 지속 삭감…올해 신차 없는 유일한 국내 완성차 업체
르노그룹이 르노코리아의 지분을 팔아 자동차 제작에 필요한 기술을 구입해 논란이 예상된다.
6일 르노코리아의 2022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저장지룬오토모빌과 저장리안콩테크놀로지에 각 1320억원씩 총 2640억원을 지불하고 신규 자동차 개발과 관련된 기술사용권을 취득했다.
저장지룬오토모빌과 저장리안콩테크놀로지는 중국 지리그룹 계열사로 지리와 볼보, 폴스타 등 지리그룹 내 자동차 브랜드의 기술특허 등을 관리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르노코리아가 지리그룹에 2640억원을 내고 매입한 기술은 볼보의 중소형 전기차 플랫폼(CMA) 관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5월 “지리오토모빌홀딩스가 자사 지분 34.02%를 인수해 2대 주주가 됐다”며 지리그룹과 협력모델(오로라 프로젝트)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당시 지리오토모빌홀딩스가 지분 인수를 위해 투자한 금액이 정확히 2640억원이다. 지리그룹이 CMA 플랫폼 기술 사용 권리를 르노그룹에 제공하는 대가로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르노코리아 2대 주주에 오른 셈이다.
업계에서는 CMA 기술사용권을 얻기 위해 지리그룹에 지급한 2640억원이 적정한 가격이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는 르노코리아가 2020~2022년 3년간 플랫폼 사용료 등 로열티 개념으로 르노와 닛산에 지급한 2568억원도 넘어서는 수준이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기술사용권은 지리그룹에 지분을 팔아 구매한 게 아니라 유보금을 이용해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르노·닛산이 제공하지 못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보니 볼보의 CMA 플랫폼을 이용하기로 하고 로열티를 매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닌, 사용권을 한번에 구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노그룹이 한국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르노코리아의 자산을 팔아 사업하는 데만 관심을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국내 완성차 5개 업체 중 르노코리아는 유일하게 신차를 출시하지 않았다. 르노코리아의 연구·개발(R&D) 거점인 경기 용인 기흥연구소 부지도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며, 기능 일부는 부산 공장으로 이전된다.
르노코리아의 연구·개발비는 2019년 2141억원에서 2020년 1582억원, 2021년 1116억원, 지난해 1079억원으로 계속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서울로 모신다고 해도 연구원들이 갈까 말까인데 부산으로 이전하면 누가 가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르노코리아는 이달 QM6 판매가격을 최대 200만원 내린 데 이어 이날 QM6 LPG 모델도 최대 390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싼타페(완전변경 모델), 기아 쏘렌토(부분변경 모델) 등 신차와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이 없다 보니 가격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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