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멕시코도 ‘자국 우선주의’…장벽 높이는 세계
탄소 배출량 규제 등 갈수록 강화
기업들, 해외 현지투자 늘려 대응
국내 좋은 일자리·수출 감소 우려
프랑스의 전기차 보조금 개편과 멕시코의 철강 관세 부과 등 그동안 미국·중국에 국한됐던 자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가 다른 국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무역장벽이 강화될수록 대외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생산기지를 아예 해당 국가로 옮기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는 좋은 일자리와 수출 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기획재정부·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자동차·철강·섬유·타이어 업계, 연구·수출 지원기관이 참여하는 ‘통상현안 대응반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프랑스 전기차 보조금 개편, 멕시코의 수입관세 인상,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주요 통상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새로운 수출장벽의 등장으로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산업부는 올해 초부터 운영해온 ‘EU 통상현안대책단’을 미주,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을 포함하는 ‘통상현안 대응반’으로 확대·개편한 상태다.
산업부는 지난달 25일 프랑스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과 관련해 “보조금 수령 기준이 불명확하며 원거리 국가에서 EU로 수출되는 차량에 불리하게 설계돼 세계무역기구(WTO) 등 통상규범에 불합치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프랑스 측에 전달했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전기차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까지 따져서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내용의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녹색산업법)을 발표했다.
산업부는 지난달 15일 멕시코 정부가 발표한 철강 등 392개 품목에 대한 수입관세 인상조치에 대해서는 “사전 예고 없는 갑작스러운 인상 조치로 우리 기업의 피해가 우려되며 기업 피해가 최소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멕시코 측에 전달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도 본격적인 당행을 앞두고 있다. 올해 10월부터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 등 6개 품목 수출기업은 수입업자를 통해 탄소 배출량 등을 EU 측에 보고해야 하는 만큼 환경 규제가 상대적으로 강한 유럽 기업에 유리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업에 관련 사항을 상세하게 안내하고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방안을 EU 측과 협의 중”이라고 했다.
자국 우선주의 확산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해외 현지투자 쏠림현상은 가속화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해 8월 이후 현재까지 발표된 외국 기업의 대미 투자 계획 중 1억달러(약 1340억원) 이상 규모만 집계한 결과, 한국 기업이 발표한 프로젝트가 20건으로 가장 많았다. 미국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으로 기업의 대미 투자를 압박한 데 따른 결과다.
전문가들은 이런 무역장벽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본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탄소중립 규제와 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형태의 무역장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공장을 옮기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수출에도 타격을 입기 때문에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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