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대란에 ‘요금 인상’ 칼 빼든 인천공항
오른 리무진 요금보다 주차비가 더 싸 자가용 이용객 증가
공사, ‘하루 2만원’ 검토…연말까지 여유 공간도 확보키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뒤 인천공항이 다시 북적거리고 있다. 텅 비었던 공항 여객터미널과 면세점은 이용객이 늘어 반색이다. 그러나 주차장은 사정이 다르다.
인천공항은 4만대 이상 주차가 가능한 국내 최대 규모의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올여름 휴가철 주차난이 극심했다. 공항버스 요금보다 싼 주차료가 원인으로, 인천공항은 주차요금 대폭 인상을 검토 중이다.
6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일상 회복 이후 처음 맞은 여름 항공 성수기인 지난 7월25일부터 8월15일까지 주차장 포화도가 110%를 넘는 날이 10일에 달했다. 특히 지난 8월13일은 116.3%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차장 내 갓길 이용은 물론 이중주차를 한 경우도 많아 공사 청사 앞 잔디광장도 주차장으로 사용했다.
이 같은 ‘주차 전쟁’이 벌어지는 데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을 선호하는 트렌드 확산과 함께 비싼 리무진 요금도 한몫했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서울~인천공항 리무진 요금은 1인당 1만원(성인 기준·편도) 안팎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1만6000~1만8000원으로 크게 올랐다. 경기 여주·이천~인천공항은 2만5400원, 안성 2만700원, 남양주·마석 2만200원 등이다.
서울에 사는 4인 가족이 리무진을 타고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여행을 갔다 오면 공항 왕복 요금만 12만8000~14만4000원이다. 반면 전기차를 타고 가 인천공항 장기주차장에 5일간 주차하면 요금은 2만2500원에 불과하다. 인천공항 고속도로 왕복 통행료 1만3200원을 합해도 3만5700원밖에 안 된다. 인천공항은 전기차와 2명 이상 다자녀 가구 차량에 대해 주차요금을 50% 할인해준다.
공사는 리무진 등 공항버스 요금보다 주차비용이 최대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한 탓에 자가용 이용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19년 인천공항 운송분담률을 보면 버스가 48.1%, 승용차 36%로 나타났다. 그러나 올해는 승용차가 41.5%로 비중이 크게 올랐다. 반면 버스는 33.9%로 2019년보다 14.2%포인트나 줄었다.
공사는 자가용 이용이 증가하면서 오는 추석 황금연휴와 겨울 성수기 때 주차를 제때 못해 비행기를 놓치는 이용객들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제2여객터미널에 올 연말 6448대를 댈 수 있는 주차타워를 준공할 예정이며, 긴급상황 시 비상용으로 화물터미널에 3000대를 주차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 하루 평균 이용객은 15만명 정도다.
공사는 주차난을 해결할 방안으로 공항 주차요금을 대폭 올려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는 궁극적으로 단기주차장은 3만원, 장기주차장은 하루 2만원까지 올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오는 10월1일부터 인천공항 고속도로 통행료가 6600원에서 3200원으로 인하돼 자가용 이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차요금 인상은 단계적으로 실시해 일단 연내 단기주차장은 현행 요금을 유지하고, 장기주차장은 1만5000원으로 올리기 위해 현재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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