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그날처럼…나성범-김도영 대포 앞세운 KIA, 3730일 만에 9연승 질주

KIA는 6일 잠실 두산전 승리로 9연승을 달렸다. 2013년 6월 20일 대전 한화전 이후 3730일만의 9연승이다. 베테랑 나성범(왼쪽)이 3회초 1사 2루서 선제 우월 2점아치를 그리자, 영건 김도영도 4회초 1사 3루서 좌월 2점홈런을 날리며 멋진 신구조화를 보였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KIA 타이거즈는 2013년 6월 2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나지완의 결승 3점홈런을 앞세워 9연승을 거뒀다. 앞선 8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전부터 약 2주간 이어진 고공행진이었다. 사람들은 당시 KIA를 ‘파죽지세’로 표현했다. 9연승 당일 마운드의 힘이 다소 모자랐어도 공격력은 이를 상쇄할 정도로 화끈했다. 선발등판한 윤석민이 5이닝 3실점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가자 또 다른 선발투수 양현종을 투입해 버텼는데, 양현종이 2.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주는 동안 나지완이 큼지막한 아치로 리드를 선물했다.

그로부터 3730일(10년 2개월 20일)이 흘렀다. 김종국 감독이 이끄는 2023년의 KIA가 ‘그날’을 소환했다. KIA는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원정경기에서 화끈한 공격력을 앞세워 7-1로 이겼다. 지난달 24일 수원 KT 위즈전부터 9연승이다. 나성범(4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과 김도영(5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의 활약이 빛났다. 이날 타선에는 10년 전의 9연승을 기억하는 선수가 김선빈 한 명밖에 없을 정도로 많은 게 달라졌지만, 10년 전의 영광을 재현한 KIA의 기운은 그대로였다.

이날도 홈런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KIA는 0-0으로 맞선 3회초 1사 2루서 나성범의 우월 2점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두산 구단 제공 데이터에 따르면, 나성범은 24.8도의 낮은 발사각에도 시속 176.7㎞의 빠른 타구속도로 비거리 125m의 라인드라이브성 홈런을 터트렸다. 3-0으로 앞선 4회초 1사 3루선 김도영이 좌월 2점홈런으로 일찌감치 쐐기를 박았다.

이날은 투타 균형도 완벽했다. 선발투수 토마스 파노니는 투구수 98개로 6이닝 3안타 무4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시즌 4승(1패)째를 챙겼다. 화끈한 타선 지원에 완벽히 화답한 투구였다. 두산은 파노니가 좌완임에도 상대적으로 좌타자에게 열세를 보인다는 점을 파고들려고 했지만, 파노니는 스트라이크 비율이 무려 71.4%에 달할 만큼 공격적 투구로 두산의 전략을 무력화했다.

잠실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