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맞다가 팔 할퀸 ‘그 손톱엔 죄가 없다’
자신을 폭행하는 남편의 팔을 할퀸 여성의 행위가 ‘폭행죄’에 해당한다는 검찰 처분을 헌법재판소가 취소했다. 여성의 행동이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한데도 폭행죄가 된다고 본 검찰의 처분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헌재는 A씨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A씨 청구를 인용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1월 주거지에서 남편 B씨와 다투다 B씨의 팔을 손톱으로 할퀸 혐의(폭행)로 입건됐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B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B씨가 자신을 잡아끌어 방 밖으로 내보내려 했고, 끌려가는 과정에서 B씨가 잡은 손을 떼어내려다 B씨 팔에 상처가 난 것 같다고 했다. 또 B씨가 자신의 신체 부위를 걷어찼다고 진술했다.
반면 B씨는 자신이 A씨를 폭행한 사실이 없고, A씨가 혼자 넘어져 다친 것이며 자신은 방어만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위 다툼으로 A씨는 약 28일간 치료가 필요한 요추 골절상 등을 입었다. 검찰은 A씨의 폭행 혐의와 B씨의 상해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지만 피의자 전과와 피해 정도 등을 참작해 기소하지 않는 처분이다. 헌재가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결정하면 검찰이 다시 수사하게 된다.
헌재는 A씨가 B씨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A씨의 행동은 정당방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될 여지가 상당하다고 봤다. 헌재는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으나 당시 음성녹취 파일에 따르면 B씨가 A씨를 발로 차는 등 거의 일방적으로 폭행한 정황만 확인된다고 판단했다. A씨 주장처럼 A씨가 B씨에게 끌려가는 도중 손을 떼어내려다 B씨 팔에 상처가 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헌재는 “여성인 A씨가 남성인 B씨에게 일방적으로 발로 차이고 잡혀 끌려가자 이에 저항하며 B씨 손을 떼어내려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손톱으로 B씨 팔을 할퀸 것은 폭행을 회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수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 행위는 B씨의 선제적이고 일방적인 위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함과 동시에 이를 벗어나기 위한 소극적 유형력 행사로서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이어 “검찰로서는 이 사건 당시 상황을 보다 면밀히 살펴 A씨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를 밝혀보았어야 함에도 이에 대한 별다른 고려 없이 바로 A씨에게 폭행 혐의를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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