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괴담’ 홍보 책자 본 시민들 “국민 우려를 괴담이라니”
정부, 4000만원가량 들여
KTX·SRT 좌석에 비치
“왜 이런데 세금 쓰나” 지적
철도노조 “신칸센에 배포를”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홍보 책자를 KTX·SRT 좌석에 비치한 것을 두고 열차 이용객 등 시민들 사이에서 ‘방류 정당화’용 홍보에 세금을 투입하는 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 불안을 괴담 혹은 가짜뉴스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6일 오전 서울역에서 만난 시민들은 “정부 조치가 불신을 더하고 있다”고 했다. 전남 목포행 열차를 탄 최민정씨(58)는 ‘오염수 괴담’ 홍보 책자를 펼치며 “많은 국민이 우려하는 걸 괴담이라고만 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면서 “정부가 자꾸 가짜뉴스라고만 하니까 더 믿을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에서 서울로 왔다는 박채선씨(22)도 “어디까지 맞는 말이고 어디서부터 틀린 말인지 차분히 설명을 해줘야지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지라시’(사설정보지)를 뿌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불필요한 곳에 예산이 낭비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산행 열차를 탄 김성재씨(51)는 “오염수 방류는 일본 정책이지 대한민국 정책이 아니지 않나”라며 “세금을 왜 이런 데다 쓰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씨는 “책자에 나온 정부의 주장이 일부 맞는 말이라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우려를 이해해 주는 게 우선이지 마치 국민들을 선동당한 사람처럼 얘기하는 게 문제”라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해당 책자를 KTX·SRT 열차 좌석에 비치하는 데 들어간 세금은 4000만원가량이다. 지난 1일부터 열차에 배포된 이 책자는 8일부터 회수된다. 앞서 문체부는 중앙행정기관과 동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에 비치하는 용도로 10만부를 제작했는데, 여기에 쓰고 남은 1만부와 추가 제작된 6만5000부 등 총 7만5000부를 열차에 배포했다. 책자를 제작·배포하는 데 사용한 총예산은 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홍보 책자에는 ‘문 정부는 방류 반대했는데 윤 정부는 찬성한다?’ ‘방류된 오염수는 방사성 물질 범벅이다?’ ‘방류 오염수가 3개월 뒤 우리 바다를 덮친다?’ ‘방류 이후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할 것이다?’ 등 질문 10가지가 나열돼 있다. 각 질문에는 “전혀 근거 없는 주장” “가짜뉴스”와 같은 답변이 달렸다.
전국철도노동조합도 정부의 오염수 방류 홍보 책자 배포를 비판했다. 철도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국민 우려가 매우 크고 찬반 논란이 뜨거운 이슈에 대해 공공재인 철도가 일방적인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활용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KTX에 비치된 일본 정부 홍보 책자를 수거해 신칸센(일본 고속철도)에 비치할 것을 권한다”고 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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