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제2의 도시 버밍엄의 '파산'…세계 지자체에 보내는 '경고'

신은별 2023. 9. 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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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잉글랜드 중부의 버밍엄시가 5일(현지시간) 사실상 파산을 선언했다.

인구 114만의 버밍엄은 영국 제2의 도시다.

2020년 이후 파산을 선언한 영국 도시는 7개에 달한다.

노동당은 "2010년 보수당 집권 이래 버밍엄에 대한 중앙정부 보조금이 10억 파운드(약 1조6,749억 원)가량 줄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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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9억원 부족"... '신규 지출 중단' 선언
'방만 운영' 비판 속 '구조적 문제' 지적도
지난달 22일 영국 런던 번화가에 영국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영국 잉글랜드 중부의 버밍엄시가 5일(현지시간) 사실상 파산을 선언했다. 올해 책정한 예산 32억 파운드(약 5조3,673억 원) 중 8,700만 파운드(약 1,459억 원)를 충당할 수 없다면서다. 인구 114만의 버밍엄은 영국 제2의 도시다.

영국 지자체의 파산 사례가 누적되면서 영국 지방행정의 위기론이 불거졌다.


버밍엄시 "동일임금 소송 패소가 원인"... 물가 상승도 악영향

버밍엄 시의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방정부재정법상 '114조 통지'를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영국 지자체는 수입으로 지출을 부담할 수 없을 때 114조를 발행하는데, 파산과 다름없다. 버밍엄은 취약계층 보호와 같은 필수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새로운 지출을 할 수 없다.

영국 BBC방송은 "지난달 시의회가 직원 약 1만 명에게 자발적 퇴직 의사를 물었다"고 보도했다. 105.2㎢ 규모의 부동산 등 시 당국이 보유 자산을 매각해 곳간을 채우는 방안도 거론된다.

영국 버밍엄 시의회가 5일 발표한 성명. 버밍엄 시의회 홈페이지 캡처

버밍엄이 지목한 파산의 직접적 원인은 '동일노동에는 동일임금을 줘야 한다'는 2012년 대법원 판결이다. 시 당국이 과거 쓰레기 수거 등 남성이 많은 직종에만 상여금을 지급하고 조리사 등 여성이 많은 직종에는 상여금을 주지 않았다가 소송을 당했고 패소했다. 버밍엄은 현재까지 수천 명에게 11억 파운드(약 1조8,450억 원)를 지급했지만 최대 7억6,000만 파운드(약 1조2,747억 원)를 더 지급해야 한다.

영국 가디언은 온라인 시스템 보완 비용, 법인세 급감, 복지 서비스 수요 증가 등도 재정 부담을 키웠다고 보도했다.


2020년 이후에만 9번째 파산 선언... '구조적 문제' 비판↑

영국 야당이자 버밍엄 시의회의 다수당인 노동당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소송 패소로 인한 예산 적자 위험을 알고도 대비하지 않은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많다.

구조적 문제라는 항변도 있다. 지자체가 1년 단위로 예산을 운용하는 현 시스템으로는 갑작스러운 지출을 대응하기 어려워 파산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20년 이후 파산을 선언한 영국 도시는 7개에 달한다. 크로이든시는 3년 연속 파산을 선언했다. 그러나 전 세계 중앙·지방 정부가 대부분 1년 단위로 예산을 짜고도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만큼 시스템을 탓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불협화음도 작용했다. 노동당은 "2010년 보수당 집권 이래 버밍엄에 대한 중앙정부 보조금이 10억 파운드(약 1조6,749억 원)가량 줄었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지자체 재정난이 가중됐지만 정부가 야당이 장악한 지역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재정 관리 부실은 지자체 책임"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파산 위기는 다른 지자체에도 도사리고 있다. 영국 시의회 47곳은 "자체 조사 결과 2년 내 파산 위험이 있는 도시가 26개"라고 최근 발표했다. 가디언은 "2년 동안 각 지자체 예산이 30억 파운드(약 5조247억 원)가 부족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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