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시사한 이재명 “국민 뜻에 반하면 끌어내려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단식 7일차를 맞이한 6일 “국민의 뜻에, 국리민복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시사한 발언으로 들릴 수 있다. 당내에서는 “강성 지지층만 보고 정치하나”라는 반발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방영된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링 위에 올라간 선수들이 정말 국민을 위해 일하는지를 우리 국민이 감시하고 잘못할 경우에는 지적하고 국민의 뜻에, 국리민복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민주주의는 결국 주인인 국민이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에게 집권세력을 끌어내리자고 독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저들이 (윤 대통령 잔여 임기인) 3년6개월 그 짧은 기간을 위해서 이런 무도한 일을 벌이지는 않는 것 같다”며 “시스템과 문화 체제를, 법·제도를 통째로 다 바꿔서 장기집권이나 무력에 의한 영구집권을 꾀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저들이 다수당이 되면 법과 제도까지 통째로 뜯어고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이 나라의 시스템이 통째로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선 “ ‘내 생각에 반하여 나에게 반대하는 자들은 곧 반국가다’ ‘짐이 곧 국가다, 내가 왕이다’ 그런 생각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나라의 민주주의가 이제는 공포, 억압, 폭력으로 무너지고 있다”며 “수시로 압수수색하고 무슨 말 한마디 했다고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 발언은 당내에서 탄핵을 거론하는 빈도가 늘어난 와중에 나왔다. 설훈 의원은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정권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은 물론이고 ‘탄핵하자’고 나설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두관 의원은 “무도한 폭정을 계속한다면 기다리는 것은 탄핵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대통령실의 채모 해병대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거론하면서 “결국 그 만행은 역사와 국민에게 탄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정치적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이 대표는 검찰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조사 출석을 두고 보름째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검찰이 요구한 7~9일 출석에 이 대표가 응하지 않으면 3회 불출석했다는 이유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상대를 공격해 이 대표 자신에 대한 ‘방탄’도 하면서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 리스크’ 방어를 위해 대통령 탄핵을 거론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탄핵은 강성 지지자들의 요구이기도 하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 대표의 탄핵 시사 발언은 개딸(강성 지지자)들에게 ‘나는 너희 편’이라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했다.
정작 당내에선 탄핵 시사 발언이 뜬금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통령을 탄핵할 명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법적으로 탄핵소추안을 성립시킬 명확한 법률 위반 사유가 없지 않나”라며 “대표가 강성 지지층만 보고 가서 어떻게 총선을 치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은 윤 대통령의 폭정이 지나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국회가 대통령 탄핵으로 국정을 마비시키는 것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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