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포괄적 보상’ 요구했지만 중증질환 대책은 빠져(종합)

이승륜 기자 2023. 9. 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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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이 6일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구제를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대통령 1호 공약인 백신 국가책임제 이행을 위한 '보여주기식' 조처라는 비판이 나온다.

백신 접종 피해를 포괄적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에도 이번 대책에는 접종 후 중증 등 질환에 시달리는 피해자를 위한 구체적인 지원·보상 방안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피해자들은 접종 후 이상반응이 생기거나 사망 기간에 시간적 개연성(42일 이내)이 있으면 국가가 백신 피해를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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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백신 피해 지원 확대안’

- 尹 공약 ‘국가책임제’ 이행하려
- 사과없이 본질 왜곡 비판 목소리

- “심의위원회 제대로 꾸려 운영을”

- 피해자 상대 항소 취하 결정 공식화


질병관리청이 6일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구제를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대통령 1호 공약인 백신 국가책임제 이행을 위한 ‘보여주기식’ 조처라는 비판이 나온다. 백신 접종 피해를 포괄적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에도 이번 대책에는 접종 후 중증 등 질환에 시달리는 피해자를 위한 구체적인 지원·보상 방안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질병청이 이날 당정협의회(사진)에서 공개한 피해자 구제안을 보면 접종 이후 숨진 이를 위한 지원이 주를 이룬다. 부검 후 사인이 나오지 않은 이에게 주던 위로금 한도를 현행 최대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까지 늘리고, 그 대상 조건도 ‘접종 이후 42일 이내 사망’에서 ‘접종일로부터 90일까지’로 확대했다. 2022년 7월 접종자 사망 위로금 제도 시행 전 사망자 중 부검을 하지 않아 백신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운 이에게도 최대 2000만 원의 위로금을 주는 규정도 신설됐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지난달 초 국회 국정감사 보고서에도 담겼다. 당시 질병청은 백신 국가책임제 예산을 지난해의 배 이상 늘린 625억 원으로 책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날 당정협에서도 같은 내용이 반복되자 백신 피해자들은 “질병청이 백신 피해를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게 우선”이라면서 “위로금 성격의 지원금 확대에만 치중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2021년 코로나19 백신 접종 초기에 보급된 백신의 불안정성을 인정하고 피해가 생기면 책임 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접종 이후 이상반응자가 나오자 정부는 접종자에게 피해 입증 책임을 지우고, 입증하지 못하면 피해를 보상하지 않았다.

이에 전문가도 하지 못하는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게 지우는 것은 무리한 조처라는 지적이 나왔다. 피해자들은 접종 후 이상반응이 생기거나 사망 기간에 시간적 개연성(42일 이내)이 있으면 국가가 백신 피해를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또 접종과 시간적 개연성이 있는 이상반응이 기저질환 등 다른 이유에 의해 생겼을 가능성이 있어도 제한적으로 백신 피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접종 후 기저질환이 악화돼 이상반응으로 발현될 가능성 등을 고려해 폭 넓게 보상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 정부 대책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대신 정부는 그간 백신 피해 보상·지원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은 이들의 사례를 별도의 위원회에서 검토해 시간근접·특이 경과 등이 인정될 경우 최대 3000만 원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런 대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심의위원회가 꾸려져 다양한 측면에서 보상·지원 대상과 구체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질병청 산하 피해보상전문위원회의 심의는 세계보건기구(WHO) 인정 사례를 중심으로 천편일률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최근 질병청이 신설한 자문위원회나 지원위원회도 피해자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정부가 백신책임제 약속을 지키려면 정책 수립 과정에 피해자가 참여할 창구를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며 “이번 발표 후 실질적 정책이 나올 수 있도록 계속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피해자 포괄적 보상, 피해 입증 책임 (피해자→정부) 전환’ 내용을 담은 법안이 10여 건 나왔지만 백신 피해자와 질병청 간 이견으로 1년 넘게 처리되지 않고 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사람의 유가족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한 사건에서 항소를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당정협의회에서 지영미 질병청장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참여한 국민들 피해에 대해 국가가 최대로 책임진다는 의미로 항소는 취하하기로 방향을 정해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코백회장은 “애초 질병청이 다른 피해 보상 사례들과 기준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로 항소했다”며 “이제 항소 취하를 결정했으니, 다른 피해 사례에 대해서도 국가 책임을 인정해 피해 보상을 포괄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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