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류 외국인 20% “차별대우 받은 적 있다”

이창준 기자 2023. 9. 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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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탔더니 한국말 못한다고 ‘바가지’
통계청, 한국 생활 분석 결과
23%는 공공기관에서도 경험
58%가 차별 원인 ‘출신’ 꼽아

독일에서 간호대학을 다니는 아킬레아스 타브라치스(33)는 4년 전 한국에서의 교환학생 시절을 떠올리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고 말한다. 국내 프로야구 팀 두산베어스 ‘광팬’을 자처하며 한국 문화에 푹 빠졌던 그는 2년간 한국에서 머무르며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었지만, 종종 일상에서 마주치는 차별의 순간들이 자신을 결국 외지인으로 느끼게 했다고 회상했다.

타브라치스는 “택시를 타면 운전 기사가 내가 한국어를 잘 못한다는 점을 이용해 멀리 돌아간 적도 있다”면서 “한국은 외국인에게 열린 나라라고 스스로 홍보하지만 이런 일을 당할 때면 다음날까지도 슬프고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국내에 있는 외국인 5명 중 1명은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 차별 원인의 과반은 출신 국가 탓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식당이나 직장 등 일상 공간뿐 아니라 경찰서나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에서도 차별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6일 발표한 ‘체류 외국인의 한국 생활’ 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해 5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19.7%가 최근 1년 내 차별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차별받고 있다고 느끼는 주된 원인으로는 출신 국가(58.0%)와 한국어 능력(27.9%)이 지목됐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해도 출신 국가를 이유로 차별받은 외국인이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들 외에도 외모(8.3%), 직업(1.8%), 경제력(1.4%) 등이 차별의 원인으로 꼽혔다.

이들 외국인은 상점·음식점·은행(43.0%), 직장·일터(41.7%), 거리나 동네(35.5%) 등 일상 공간에서 주로 차별을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4명 중 1명 수준인 23.8%는 동사무소와 경찰서 등 공공기관에서도 차별을 받는다고 인식했다. 차별 정도가 가장 낮은 곳은 학교와 대학(11.1%)이었지만, 여기서도 10명 중 1명은 차별을 느끼고 있었다.

국내에 머무르는 외국인이 꼽은 한국 생활의 가장 어려운 점은 언어 문제(43.4%)였다. 외로움(28.8%), 문화 차이(27.8%), 경제적 어려움(20.0%) 등이 뒤를 이었다. 어려운 점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32.7%로 집계됐다.

다만 국내에 있는 외국인들은 한국 생활에 전반적으로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80.4%였는데, 40.8%는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고, 39.6%는 약간 만족한다고 했다.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한 비율은 1.9% 수준이었다.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주로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여가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 응답 기준 57.3%가 여가활동으로 TV를 본다고 답했다. 수면, 사우나 등 휴식 활동(49.1%)을 하는 비율도 높았다. 이외에 컴퓨터 게임(20.8%), 여행(17.6%), 스포츠 관람(10.3%) 순이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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