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수사 ‘외압’ 주장 힘 실린다

유새슬 기자 2023. 9. 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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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부사령관 “이종섭 장관이 혐의자 특정 말라 해…8월9일 현안 보고 뒤에 수사단 보고”
‘박정훈 대령 구속영장’서 확인
국방부 “장관이 직접 언급 안 해”
윗선 보고 의혹엔 “확인 못한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의 경찰 이첩 자료에서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는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의 진술이 6일 확인됐다.

이 장관이 혐의 사실을 빼고 이첩하라고 지시한 게 사실이라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구하기 위해 상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측 주장에 신빙성이 더해진다. 국방부는 “장관이 직접 언급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방부 검찰단이 지난달 30일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제출한 박 대령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정 부사령관이 이 장관의 지시 사항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에 전달했다는 진술이 담겼다.

정 부사령관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지난 7월31일 오후 2시10분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 들어가 이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 명령을 받았다. 이날은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를 언론에 브리핑하려다 취소된 날이다.

정 부사령관은 이 장관의 상세한 지시 사항을 같은 날 오후 4시쯤 김 사령관이 주재한 해병대 사령부 회의에서 참석자들에게 전달했다. 그가 전한 내용에는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자료는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에서 최종 정리를 해야 하는데 혐의자를 특정하지 않고 경찰에 필요한 자료만 주면 된다’는 지시가 포함됐다.

이는 그간 국방부 설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방부는 장차관이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고 해병대에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박 대령에게 전화해 사건 인계서에서 혐의 사실을 특정하지 않은 채로 이첩하는 방법도 있다는 설명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장관도 지난 4일 국회에서 “혐의자를 포함시키지 않고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해당 내용은 이 장관이 정 부사령관에게 내린 지시가 아니고 유 법무관리관이 이 장관에게 보고한 것인데 정 부사령관이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관리관이 7월31일 정 부사령관이 참석한 회의에서 이 장관에게 ‘범죄혐의가 불명확한 경우 범죄혐의를 특정하지 않고 사실관계만 적시해 이첩이 가능하다’고 보고했고 장관은 이 내용을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인 박 대령에게 설명해주라고 유 법무관리관에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사건 이관된 날 장관 ‘현안 보고’ 누구에게 했나

8월9일 “보고 뒤 이첩” 담겨

국방부는 “부사령관은 법무관리관 보고 내용과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설명해주라는 장관의 언급 모두를 장관 지시로 이해하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유 관리관의 보고는 “범죄 혐의가 불명확한 경우 범죄 혐의를 특정하지 않고 사실관계만 적시하여 이첩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 부사령관이 7월31일 해병대 사령부 회의에서 전한 이 장관의 지시 사항에는 ‘장관이 8월9일 현안 보고 이후 조사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장관이 8월9일 어딘가에 현안 보고를 한 뒤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관련 보고도 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해병대 수사단이 애초 경찰에 이첩하기로 했던 8월2일보다 일주일 늦은 시점이다.

8월9일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여러 번 등장한다. 김 사령관이 8월1일 해병대 사령부 별도 회의에서 ‘8월9일에 장관님 보고하실 것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는 취지로 말하며 “그때(8월9일) 이첩해”라고 했다고 해병대 공보정훈실장이 진술했다.

박 대령은 ‘조사 기록 이첩 시기를 지휘관이 특정하면 안 된다’고 반발했고 김 사령관은 ‘8월3일 장관님이 귀국하시면 보고를 드리고 다시 명확한 지침을 받을 수 있으니 그때 날짜를 조정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국방부는 8월9일 이 장관의 현안 보고가 어디에 이뤄지는 것이었냐는 경향신문 질의에 “영장청구서에 담긴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 검찰단이 경북경찰청에서 회수한 사건이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된 것도 같은 날이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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