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에 미군 병사가 그린 '6·25전쟁 스케치'
오한결 앵커>
미술 학도의 눈에 보인 6.25 전쟁은 어떤 모습일까요?
미술대 출신의 참전 용사가 6.25 전쟁터에서 틈틈이 그림을 그렸는데요.
당시 전투 상황과 마을 풍경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오도연 국민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대한뉴스 제1036호 (1975년)
오도연 국민기자>
1951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강원도 화천 전선에 투입됐던 미군 참전 용사가 그린 그림입니다.
눈밭에 불시착한 비행기 옆에 수십 명의 병사들이 둘러서 있습니다.
비행기를 수리하기 위해 차량과 장병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잠시 포성이 멈춘 전선, 정찰을 하던 병사는 고향을 그리워하듯 먼 산을 바라봅니다.
현장음>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풍경은 바로 이 그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맨 앞에 있는 분이 스트링햄 씨 본인입니다. 맡았던 임무 중의 하나가 정찰 임무인데요. 정찰하는 그때의 모습을 그리신 거예요."
미술대학에 재학 중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 병사가 그린 그림들.
백병전, 참호전, 폭격기, 야간 순찰... 70년 전 화천에서 벌어졌던 전쟁의 상황과 함께 시골 마을 풍경 등이 담겨있습니다.
인터뷰> 한진숙 / 서울시 종로구
"사진으로 담지 못했던 (당시 전장에는) 사진이 없었기 때문에 그대로 있는 것들을 (그림으로) 묘사했던 그 시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하고) 전쟁터의 느낌이..."
인터뷰> 윤 산 / 서울시 송파구
"무채색으로 되어 있는 전쟁 그림을 보니까 다른 전쟁 작품과 다르게... 그래서 더 감회가 새로웠던 것 같아요."
그림은 전선에서 종이를 구할 수 없어 대부분 보급품 상자 바닥 종이에 연필로 그렸는데요.
작은 종이에 흐리고 거친 스케치로 시작된 그림은 시간이 지나면서 굵은 선으로 이어집니다.
인터뷰> 재스민 / 연세대 학생 (미국)
"미군 병사가 참전 당시에는 물감이 없어서 연필로만 그림을 그리다가 일본과 미국에 갔을 때 물감을 구해서 채색화를 그리는 변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오도연 국민기자
"낯선 이국땅 전쟁터에 파견된 미군 병사는 전쟁터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 고향의 가족들에게 보냈습니다."
이 그림들은 미국 비영리단체인 한국전쟁유업재단이 참전용사들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영상제공: 전쟁기념관)
인터뷰> 로저 스트링햄 / 미국 참전용사 (한국전쟁유업재단 인터뷰 中)
"가족에게 편지를 쓸 때마다 그림을 그려서 함께 보냈습니다. 전쟁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주려고요. 그래서 60여 장의 스케치를 편지와 함께 보냈습니다."
로저스트링햄 참전용사가 집에 보관하고 있다 세상 밖으로 나온 수채화들은 70여 년 만에 그림의 고향을 찾아왔습니다.
인터뷰> 강정민 / 전쟁기념관 학예연구사
"화가를 꿈꾸던 어떤 젊은 미국인 청년이 실제로 겪은 전쟁의 모습을 직접 그리고 기록을 남겼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대형 수채화 그림들은 나중에 미국에 돌아가셔서 한국에서의 경험을 회상하며 그린 것입니다."
(취재: 오도연 국민기자)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전쟁기념관에서 열리는 로저 스트링햄 기증자료전 '낯선 친구, 한국'은 10월 1일까지 계속됩니다.
국민리포트 오도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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