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일대 재개발… 녹지 품은 37층 빌딩 세운다

사지원 기자 2023. 9. 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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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세운상가 일대에 대규모 개방형 녹지를 조성하고 37층 랜드마크 건물을 짓겠다는 재개발 계획은 오 시장의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는 도심에 부족한 녹지 공간을 확보하면서 건축 규제를 완화해 고밀·복합 개발을 추진하는 전략이다.

오 시장은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통해 현재 3.7%에 불과한 서울 도심의 공원 및 녹지 비율을 최소 4배 이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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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지구 5구역 위치도(서울시 제공).
2006년 이후 번번이 무산됐던 서울 중구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이 본격 추진된다. 서울시는 37층 높이의 랜드마크 건물을 세우고 축구장 3분의 1 규모의 개방형 녹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5일) 열린 제7차 도시재정비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세운 재정비촉진지구(세운지구) 5-1·3구역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이 가결됐다. 세운지구 5-1구역과 5-3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각각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었는데, 서울시는 개방형 녹지를 조성하며 두 구역을 통합 개발하기로 했다.

이로서 지난해 4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세운지구에서 발표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이 본격적인 첫 발을 떼게 됐다. 이 전략은 도심에 부족한 녹지 공간을 확보하면서 고밀·복합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다.

변경안에 따르면 세운지구는 용적률(땅 면적 대비 건물의 연면적 비율)과 높이 제한이 ‘1519% 이하’, ‘170m 이하’로 각각 상향됐다. 또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물 바닥면적 비율)은 ‘60% 이하’에서 ‘50% 이하’로 내려갔다. 이에 따라 최고 37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최상층에는 녹지와 서울 남산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들어선다.

1968년 문을 연 세운상가는 1970, 1980년대 전자제품 상가로 명성을 떨쳤다. 오세훈 시장은 2006년 일대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해 통합 개발하려 했지만 박원순 전 시장 취임 후 171개 구역으로 잘개 쪼개지면서 고밀 개발이 무산됐다.

건축규제 완화, 고밀·복합 개발 추진

낙후된 세운상가 일대에 대규모 개방형 녹지를 조성하고 37층 랜드마크 건물을 짓겠다는 재개발 계획은 오 시장의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는 도심에 부족한 녹지 공간을 확보하면서 건축 규제를 완화해 고밀·복합 개발을 추진하는 전략이다. 여기에는 박 전 시장 재임 시절 ‘보존’에 방점을 두고 ‘도시재생’에 집중했던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 최상층에 녹지와 전망대

세운지구 5구역 건축물 조감도(서울시 제공).
세운지구는 종각에서 퇴계로에 이르는 43만9356㎡(약 13만3000평) 규모의 부지다. 서울 사대문 내 ‘마지막 도심 재개발 부지’로 꼽힌다.

2006년 오 시장은 취임 직후 세운지구 개발을 ‘개발 공약 1호’로 내세웠다. 약 1조4000억 원을 투입해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8개 구역을 통합 개발하는 재정비 촉진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이 취임하면서 대규모 개발 대신 도시재생 중심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박 시장은 2014년 재개발 구역을 171개의 중소형 사업지로 쪼개고 세운상가를 존치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대형 건설사들이 사업에 이탈하면서 약 10년 간 재개발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날 통과된 계획안이 현실화되면 세운지구 5-1·3구역에는 지상 37층 규모의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최상층부에는 녹지와 함께 서울 남산 등 도심 경관자원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된다. 1층 로비에도 4개층 높이의 공간이 조성돼 공공에 개방될 전망이다. 또 지상부에 축구장 3분의1 규모(2685㎡)의 개방형 녹지가 조성돼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으로 제공된다.

● 서울 녹지 4배로 늘려 런던 수준으로

개방형 녹지 예시안(서울시 제공).

5-1·3구역 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사실상 슬럼화된 세운상가 주변에 대한 재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세운지구 내 171개 정비구역 중 14개 구역에 대한 재개발이 우선 추진되고 있다.

또 서울시는 7개의 세운상가군(세운상가~세운대림상가~삼풍상가~호텔PJ~신성상가~진양프라자)를 철거하고 1km 길이의 녹지보행축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완공된 지 1년 만에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도 녹지생태도심 구현을 위해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시는 10월까지 보행로 통행 효과를 검증하는 용역을 진행해 철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일부 세운상가 소유자들이 여전히 이주에 반대하는 점은 부담이다. 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상가를 한번에 다 철거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단계적 공원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통해 현재 3.7%에 불과한 서울 도심의 공원 및 녹지 비율을 최소 4배 이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26.8%), 영국 런던(14.6%) 수준으로 맞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에는 개방형 녹지를 대지 면적의 35% 이상 확보하면 높이 제한을 120m 이상으로 완화하겠다는 가이드라인도 발표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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