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 갚느라 돈 못 모아” 대학 갈 필요 없다는 미국인 급증
미국인들이 대학 교육에 대한 믿음을 잃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거액의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다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대학을 나오지 않은 경우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인데,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고졸 출신들보다 자산 형성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진학이 많은 이에게는 ‘위험한 도박(risky bet)’이 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국 갤럽이 7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대학 이상 고등교육에 신뢰를 갖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5%에 그쳤다. 대학 교육에 만족한다는 미국인이 2015년만 해도 절반 이상인 57%였는데, 3명 중 1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실제 고교 졸업 후 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비율은 2009년 70%에서 지난해 62%로 떨어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대학 졸업자의 중위 소득은 고졸 이하보다 65% 많다. 소득만 본다면 대학 진학을 선호해야 맞는다. 미국인들이 대학에 등을 돌리게 만든 변수는 자산이었다. 연방준비은행 연구진이 대졸 이상과 고졸 이하의 자산 축적 추이를 분석한 결과, 1980년 이전 출생자들의 경우 대졸 이상의 자산이 고졸 이하의 2~3배에 달했다. 하지만 1980년 이후 출생자들의 경우 대졸 이상과 고졸 이하 사이에 자산 차이가 미미했다. 고졸 이하의 소득 수준이 대졸 이상보다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1980년 이후 출생한 대졸 이상 고학력자들의 자산 형성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뜻이다.
대학 졸업의 ‘가성비’가 떨어지는 이유로 연방준비은행의 로웰 리케츠 연구원은 급격하게 오른 대학 등록금과 대학 재학 기간 부담해야 할 생활비를 지목했다. 현재 미국에서 사립대학을 다닐 경우 등록금과 생활비로 1년에 통상 5만8000달러(약 7700만원)쯤 든다. 장학금 지원을 받더라도 사립 대학을 다니려면 연 평균 3만3000달러가 필요하고, 공립대학도 1만9000달러는 든다. 이를 모두 학자금 대출로 충당하면 작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빚을 지고 졸업한다. 이 때문에 내 집 마련이나 소규모 창업 등을 위한 자산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이공계와 달리 인문 계열 전공자들의 경우 “도박에서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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