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 하나, 팔아야 하나…美증시 3가지 시나리오[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3. 9. 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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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올해 말까지 4개월이 남은 현 시점에서 미국 증시를 전망하는 시각이 향후 경제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세 갈래로 나뉘고 있다.

S&P500지수는 올들어 17%, 나스닥지수는 올들어 30% 이상 급등한 상태다.


전망① 골디락스 경제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가 월가의 여러 전략가들과 인터뷰한 결과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골디락스 경제다. 인플레이션은 질서정연하게 하락하고 경제는 꾸준히 성장해 경제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다.

누빈의 글로벌 채권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앤더스 퍼슨은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며 "경제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잘 버티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강하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중반 이후 보여왔던 하락세를 앞으로도 지속한다면 연준의 긴축 사이클은 이미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술주에 집중됐던 랠리가 증시 전반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고 채권 가격도 상승할 것이다.(채권 가격 상승은 채권 수익률 하락을 뜻한다.)

올초 증시 랠리를 예측했던 몇 안 되는 낙관론자 중의 한 명인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사장은 "경제는 내년까지도 상당히 좋을 것"이라며 "증시는 이미 내년을 바라보며 더 좋아질 경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반면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우려는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또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이 계속되면 "연준의 다음 금리 조치는 상당히 낮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망② 경기 과열→과잉 긴축
흥미로운 점은 비관론도 낙관론처럼 경기가 호전될 것이란 전망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경기가 너무 좋아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연준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으면서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는 점이 다르다.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스의 최고경영자(CEO)이자 CIO인 리처드 번스타인은 "내 추측으로는, 이 '추측'이라는 단어를 강조하고 싶은데, 경제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것 같다"며 "이 결과 연준은 금리를 계속 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관론자들의 또 다른 걱정거리는 경제가 너무 좋아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리다 보면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채권 수익률은 상승하고 기업들의 이익 성장률은 위축되며 증시 밸류에이션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누빈의 퍼슨은 과잉 긴축이 "지금 우리의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재정정책까지 잠재적인 경기 하강을 장기화하는 방식으로 증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모간스탠리의 CIO이자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인 마이크 윌슨은 "연준은 인플레이션 문제를 고려할 때 과거처럼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없다"며 "재정적인 측면에서는 실업률이 3.8%인 상태에서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8%에 달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올라갔다"고 지적했다.

재정적자 규모가 커지만 미국 정부는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하고 이는 국채 수익률 상승 요인이 된다.

전망③ 횡보장세
미국 증시에 대한 3번째 시나리오는 2023년에서 2024년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지만 침체에 빠지진 않고 인플레이션 역시 하락하긴 해도 연준의 목표치인 2%는 상회하면서 올 여름과 같은 횡보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블랙록의 미주 지역 아이셰어즈 투자 전략팀장인 가르기 초두리는 "올 가을 경제와 인플레이션에서 키워드는 완만한 둔화"라며 "극심한 경기 침체나 갑작스러운 성장률 급등과 같이 극단적인 경제활동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데이터가 있긴 하지만 나는 상황이 그저 완만한 둔화세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연내 추가 긴축 가능성은 50%
현재 연방기금 금리는 5.25~5.50%이다. 배런스가 설문 조사한 시장 전략가와 CIO 대부분은 연준이 현 수준에서 금리를 더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금리 인상 사이클은 끝났다는 진단이다.

다만 소수가 올해 안에 금리가 0.25%포인트 한 번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CME(시카고상품거래소)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올해 안에 금리가 한 차례 더 인상될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리가 현재의 높은 수준에서 언제까지 "오래"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어떤 추세를 보일지에 달려 있다.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 연방기금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실질 금리(명목 금리-물가상승률)는 올라가 추가 긴축 효과가 나타난다.

이에 대해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달 이 경우 경기 침체가 없어도 통화정책의 제약적 수준을 일관되게 유지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국채는 경기 하강시에도 유망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믿고 연준이 금리 인상 종결을 시사한다면 채권 수익률은 더 내려갈 수 있다.

누빈의 퍼슨은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연말에 3.75~4.00% 사이에서 마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최근 10물 국채 수익률 최고치에서 0.5%포인트 남짓 하락한 것이다.

그는 내년에 경제 성장세가 생각보다 많이 꺾인다면 증시는 타격을 받겠지만 국채는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랠리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퍼슨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마친 후 첫 3개월간은 역사적으로 국채 가격이 올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권 수익의 대부분은 이자에서 발생한다"며 "채권 투자에서 차익을 누리려면 시장 타이밍을 파악해야 하는데 채권 가격이 올라 발생하는 수익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채권 가격이 어떻게 되든 채권 금리가 높은 지금 채권을 매수해두면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 수익을 확보해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약세론자의 추천 종목
대표적인 약세론자인 모간스탠리의 윌슨은 인플레이션 하락이 채권 가격과 주가수익비율(PER:주식 멀티플)에는 좋지만 기업들의 실적 성장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 기업들의 가격 결정권이 떨어지고 이익률은 축소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윌슨은 올해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을 애널리스트들의 컨센서스인 220달러보다 훨씬 적은 180달러로 예상했다.

또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낮고 경기 하강에 방어할 수 있는 헬스케어와 유틸리티 업종을 추천했다.

반면 올해 많이 오른데다 경제가 호조세를 보일 때 유리한 기술주와 재량 소비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아울러 기술주와 재량 소비재는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올해 말까지 S&P500지수는 3900으로 현 수준에서 10%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도 대형 기술주가 유망
웰스파고의 주식전략팀장인 크리스토퍼 하비는 연준의 입장에 따라 국채 수익률이 상승할 수 있는데다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9월에 들어섰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증시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내년 경기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져 국채 수익률은 하락하고 대형주 위주로 증시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결과 올해 4분기에는 S&P500지수가 4200~4600 범위에서 등락하다 연말에 4420선에서 마감할 것으로 봤다. 이는 미국 증시가 현 수준에서 올해를 마감할 것이란 의미다.

하비는 시가총액 상위 50위에 드는 대형주를 유망하게 보고 있다. 그는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의 경우 더 나은 이익에 안정적인 성장세, 상대적으로 낮은 리스크, 강력한 대차대조표를 갖추고 있는데다 AI(인공지능) 수혜까지 예상되는데 나머지 증시 대비 10%의 프리미엄만 지불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대형주 vs 중소형주
야데니 리서치의 야데니는 S&P500지수가 올해 말 4600선에서 마감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하비처럼 대형주가 유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런 주식은 무너뜨리기가 매우 힘들다"며 "대형주는 하락할 때마다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주에 대해선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더 높은 멀티플을 지불하려고 할 것"이란 설명이다.

반대로 약세론자인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스의 번스타인은 엔비디아와 메타 플랫폼, 테슬라,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다.

그는 대형주보다 밸류에이션이 저렴하면서도 경제가 성장할 때 수혜가 기대되는 중소형주를 추천했다.

S&P500지수 선행 PER 19배
현재 S&P500지수의 내년 예상 EPS 기준 PER은 19배다. 과거 평균보다는 높지만 심하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

다만 국채와 비교하면 지난해에 비해 많이 비싸진 편이다. 국채 가격은 최근 국채 수익률이 올라가면서 S&P500지수가 3600으로 바닥을 쳤던 지난해 10월보다도 싸졌기 때문이다.

배런스는 결론적으로 증시가 올해 상승분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더 높이 올라가지는 못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내년에는 미국 대선이 있는 해라 새로운 시도들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우량주와 다각화된 채권 포트폴리오를 고수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산을 찾아 보라고 권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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