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할 고통 변실금, 우울증으로 번진다... 예방수칙 9계명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023. 9. 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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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고령 사회를 맞아 의도치 않게 변이 항문 밖으로 질금 새어 나오는 변실금 환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인식 부족으로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국내 의료기관에서 변실금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2012년 6266명에서 2022년 1만5434명이 돼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체 변실금 환자의 71%가 65세 이상이다.

그래픽=이철원

최근 성인용 기저귀 수입량이 2만t을 넘어서고 어린이용 기저귀 수입량을 제치는 상황으로 봐서 변실금을 창피하다고 여기고 의료기관을 찾지 않는 환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한대장항문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지난 1일 ‘고령화 시대에 따른 변실금의 열악한 치료 및 관리 환경 개선’ 심포지엄을 가졌다.

변실금은 가스가 새는 비교적 가벼운 증상부터 대변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흘러나오는 수준까지 증상이 다양하다. 남자가 여자보다 두 배가량 많다. 주로 항문 기능 노화로 생기는데, 항문 수술, 분만, 직장암 치료, 염증성 장 질환, 신경 조절 장애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의학바이오기자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변실금 증상 발생 후 1년 이상 후에 병·의원을 찾는 환자가 43%나 됐다. 6개월 이내는 23%에 불과했다. 강성범(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대장항문학회 이사장은 “변실금은 외출을 꺼리게 하여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과 우울증을 늘린다”며 “변실금도 치료받아 나을 수 있다는 인식 개선과 의료 수가 정상화로 체계적인 변실금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변실금은 직장경 검사, 항문 직장 내압 검사, 근전도 검사 등으로 진단한다. 바이오 피드백 물리치료, 항문 괄약근 성형술, 항문 기능을 관할하는 천수 신경 조절술, 장루 조성술 등으로 치료한다.

나이 들어서도 항문 기능을 적절히 유지하고 변실금을 예방하려면 생활 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일단 매일 일정 시간에 변을 보는 습관을 갖도록 하여 변비를 예방해야 한다. 이두석(대항병원 진료원장) 대장항문학회 이사는 “평소에 쾌변을 못 하고 잔변이 남아 있으면, 변실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변의 상태를 찐득찐득하거나, 딱딱하지 않게, 배변하기 좋게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을 자주 섭취하고, 하루 1L 이상 물을 마시고, 하루 한 시간 이상 걷기를 학회는 권장한다. 변 보고 나서, 비데 세정 기능을 사용하거나, 3일 이상 변비가 지속될 경우 관장을 하는 것도 남아 있는 잔변을 없애는 방법이다.

묽은 변은 변실금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에 기름진 음식, 매운 음식, 술, 밀가루 음식 등 설사를 유발하는 식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배변 시 과도하게 힘을 주지 않아야 한다. 평소에 케겔 운동 등 회음부 근육을 수축시키고 항문을 조이는 운동을 하는 것도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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