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두부 장수
한번은 홍범도 장군을 뵈러 러시아 우수리스크란 곳엘 갔어. 그곳은 장군이 딸들을 낳아 키우던 곳. 고려인 문화센터란 델 갔는데 안중근 의사 기념비랑 나란히 계시덩만. 근처 고려인 식당에서 두부 요리를 먹었다. 고려인들은 콩작물을 심어 두부를 만들고, 두부는 혈육이 나누는 같은 맛. 주인장이랑 나랑 눈이 마주쳐 빙그르르 웃었지.
나 어려선 떠돌뱅이 두부 장수가 있었다. 마을길 골목길 돌면서 두부를 팔았지. 소설에서도 읽었더랬어. 소설가 최서해. 젊어서 죽자 우리 문학사 최초로 ‘문인장’ 장례까지 치른 주인공. “아내와 나는 진종일 맷돌질을 했다. 무거운 맷돌을 돌리고 나면 팔이 뚝 떨어지는 듯하였다. 두붓물이 희멀끔해지고 기름기가 돌지 않으면 거기에만 시선을 쏘고 있는 아내의 낯빛부터 글러가기 시작한다. ‘또 쉰 게로구나. 저를 어쩌누?’ 어머니는 목메인 말씀을 하시면서 우신다. ‘너 고생한 게 애닯구나. 팔이 부러지게 갈아서 그거(두부)를 팔아 장을 보려고 태산같이 바랐더니.’ 그 두부를 판대야 큰돈은 못 된다.” 두만강 건너 간도에 살던 두부 장수의 이야기 <탈출기>.
여름엔 두부가 쉬 상해 두부 넣은 김치찌개는 한 끼로 족해. 두부김치에 시원한 막걸리는 언제나 콜~. 예전에 자취하며 하도 두부를 많이 먹어설랑 콩 부류라면 사래질을 친다마는, 피식했다간 콩밥을 먹게 생긴 요즘. 적응을 위해서라도 종종 두부를 먹어줘야겠다.
소련공산당, 간첩, 죄목들도 살벌해. 형기를 마친 뒤 감옥에서 나오면 보통들 두부를 내밀곤 하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영양 보충용.
“요라콤 독허게 더운디 되벽(도배)을 하고 그랬단 말이요. 비가 생개로.” “저도 책방에 곰팡이가 슬어가꼬 제습기 돌리고, 끄서내서 또 닦고, 난리난리 났당게요.” 할매 부탁, 아니 명령으로 밭둑에 예초기를 돌렸다. 콩대가 익어가는 날. 어디 가서 두부 장수 청국장이나 사먹을까. 김이 폴폴 나는 두부김치도 좋고. 더는 두부 장수가 오지 않는 산간 마을, 짤랑거리던 방울소리도 그리워라.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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