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이럴 거면 징계가 무슨 소용?

"강한 자는 넉넉히 백 전을 취할 것이요, 약한 자도 제 한 몸 가리기에는 족할 것이다."

정조는 조선 최초의 신도시 '수원 화성'을 건설하며 부역에 정당한 삯을 지급했습니다.

단순한 일당이 아니라, 얼마나 무거운 돌을 얼마나 옮겼는지, 그러니까 무게와 거리, 횟수에 따라 급여를 차등 지급하는 '성과급'을 실시했거든요.

그렇게 업무 효율을 높인 결과 10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을 깨고 2년 9개월 만에 완공되는데, 유네스코가 "근대 군대 건축물의 뛰어난 모범"이라고 감탄할 정도로 잘 지었지요.

성과급은 말 그대로 성과를 기준으로 지급되는 임금입니다. 성과가 있으면 주고, 없으면 안 주고, 손해를 끼치면 그만큼 뱉어내는 게 기본이죠.

비위를 저질러 중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성과급을 받을 수 없습니다. 사실 당연한 거죠.

이미 3년 전, 공공기관들도 이 당연한 원칙을 규정으로 만들어 지키라고 국민권익위원회가 권고를 했지만 여전히 이를 무시하는 곳들이 너무 많습니다.

권고가 있고 나서, 그러니까 지난 3년간만 따져봐도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들은 직무 태만 등으로 징계받은 임직원 121명에게 무려 7억 6천413만 원의 성과급을 지급했거든요.

한국수자원공사는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파면된 직원에게 성과급 791만 원과 퇴직금 7천만 원을 건설근로자 공제회에서는 동료를 성희롱해 강등된 직원에게 올해 천654만 원의 성과급을 줬답니다.

"일 잘했다고 보너스 받은 거야. 뭘 그렇게 놀래?" - 영화 '극한직업' (2019)

보너스의 어원인 라틴어 '보누스'는 좋다, 선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뭐 좋은 일 했다고 돈을 주는 거죠? 나쁜 짓 더 하라고요?

모범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무슨 짓을 했던 국민 돈으로 제 식구 배만 불리고 있는 오만함까지 참아줘야 할까요.

자신들에게 월급 주는 사람 눈치 보는 건 당연할 텐데, 이들만큼은 국민 눈치를 보긴커녕 무시를 하니, 참 대단한 배짱들이죠. 이 배짱으로 일을 좀 더 열심히 해보는 건 어떠세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이럴 거면 징계가 무슨 소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