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미술시장 문 열었다…아트페어 키아프·프리즈 동시 개막

도재기 기자 2023. 9. 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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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화랑 330여개 참여
수백 억원대 명작~신진 작품 전시·판매
프리즈 9일, 키아프 10일까지…시장 불황 속 흥행 여부 주목
세계적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과 국내 최대 규모 아트페어인 ‘키아프 서울’이 6일 오후 1시 서울 코엑스에서 나란히 문을 열었다. 사진은 개막 직후 키아프의 한 출입구 모습(왼쪽)과 프리즈 한 출입구 모습이다. 도재기 선임기자

세계적 아트페어인 영국 프리즈(FRIEZE)의 ‘프리즈 서울’과 국내 대표 아트페어인 한국화랑협회의 ‘키아프(Kiaf) 서울’이 6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동시에 문을 열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 미술품 장터가 열린 것이다. 프리즈는 3층에서 9일까지, 키아프는 1층에서 10일까지 이어진다.

두 아트페어에 참여한 갤러리만 국내외 330여개다. 행사장 내 갤러리 부스들에서는 미술사적으로 유명한 거장들의 수백억원대 작품부터 동시대 원로·신진 작가의 다양한 장르 작품, 고미술까지 전시·판매된다. 아트페어는 미술품 구입은 물론 평소 보기 힘든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미술 애호가들의 주목을 끈다. 특히 두 아트페어 개막에 맞춰 서울 시내 미술관·갤러리 등 각종 문화공간에서도 다채로운 특별전, 부대 행사들의 막이 올랐다.

이날 개막은 사전에 초청받은 컬렉터 등 각계 주요 인사를 대상으로 한 사전관람(프리뷰)이다. 개막과 함께 행사장에는 국내외 컬렉터와 작가들, 미술관·갤러리 관계자, 각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유명 작가·갤러리를 중심으로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작년보다 차분…화려한 외형보다 알찬 내실 기대”

두 아트페어 행사장에는 오후 1시 개막을 앞두고 한때 긴 대기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지난해 개막일보다는 입장객이 적어 훨씬 차분해졌다는 평가다.

키아프·프리즈 측이 지난해와 달리 입장객 쏠림을 막기 위해 시간대별 인원 분산 등을 한 것도 요인이지만 미술시장 불황 여파라는 분석도 많다. 현장에서 만난 중진의 전시기획자는 “작년은 세계적 아트페어가 서울에서 처음으로, 그것도 프리즈·키아프가 공동으로 열리다 보니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올해는 두 번째이고, 미술시장도 불황을 면치 못하다 보니 훨씬 덜 북적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프리즈 서울 메인 행사장에서 해외 유력 갤러리들의 부스가 가까이에 모인 공간에 아트페어 입장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도재기 선임기자

입장객들이 붐비는 부스들도 곳곳에 보였다. 인기 작가 작품들이 나온 부스, 각국 컬렉터를 보유한 다국적 갤러리 부스들이다. 서울에 지점을 둔 외국계 갤러리 관계자는 “기존 관리하는 VIP(주요 인사) 컬렉터와 새 고객들의 작품 구입 문의가 있다”며 “작년과 큰 차이를 못 느낀다”고 밝혔다.

프리즈·키아프에 모두 참여한 국제갤러리 이현숙 회장은 “이미 해외 미술계 인사 5~6개 팀을 만났다”며 “눈에 보이는 매출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이런 아트페어를 계기로 세계 주요 미술계 관계자들을 만난다는 것은 결국 한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 한국 미술의 국제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갤러리현대 도형태 대표는 “눈에 보이는 사람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해외 주요 미술계 관계자들의 방한과 약속, 문의는 작년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는 한국미술 저변 확대 등에 아주 긍정적 효과로 본다”고 밝혔다.

반면 키아프 부스에서 만난 중소형 갤러리 대표는 “아트페어 부스들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듯 유명 인기 작가·갤러리에 관심이 쏠리는 현상이 더 심화되는 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 행사에서도 느꼈지만 올해는 더 그런 것 같다. 상대적인 박탈감이 크다”고 말했다.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공동대표는 “국내외 경제와 미술시장 상황상 작품성이나 시장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이 좀 더 쏠리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프리즈, 세계적 유명 작가·작품 풍성

프리즈 서울에는 국내외 주요 갤러리 120여개가 참여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거장들의 작품부터 동시대 인기 작가와 신진 작가들의 현대미술, 크메르제국의 유물 등 고미술까지 망라됐다.

서울점 개관과 함께 개관 기념전을 5일 개막한 영국계 화이트 큐브는 트레이시 에민·브람 보가트 등의 작품을, 페이스갤러리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아시아 최초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개념미술의 거장 로렌스 위너와 이건용·요시토모 나라·키키 스미스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하우저앤워스는 지난해 높은 가격으로 눈길을 잡은 조지 콘도를 비롯해 루이스 부르주아·필립 거스틴·앨리슨 카츠 등, 리만 머핀은 이불·서도호·성능경 등, 가고시안은 조너스 우드·백남준 작품을 소개했다. 프리즈에 참여한 갤러리현대·국제갤러리·학고재·PKM 등 20여개 국내 갤러리들은 한국 1세대 작가부터 작품성을 인정받는 젊은 작가까지 세대를 초월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였다.

데미안 허스트·제프 쿤스 작품이 갤러리 입구를 장식하고 내부 공간에서는 피카소, 르누아르, 샤갈 등의 작품이 선보인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의 로빌란트 보에나 갤러리에 입장객들이 몰리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샤갈 작품을 관람하는 한 입장객 모습이다. 도재기 선임기자
중동 지역의 신석기시대 석기 유물(왼쪽 앞)부터 크메르제국 시대의 두상 조각(가운데 왼쪽), 권대섭 작가의 달항아리(오른쪽) 등이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의 한 공간에서 선보이고 있다. 도재기 선임기자

지난해 큰 주목을 받은 섹션인 프리즈 마스터스는 올해도 관심을 끌었다. 폴 세잔을 비롯해 루시안 프로이트·마티스·피카소·르누아르·실레·윌리엄 터너의 수채화·드로잉 등을 비롯해 개념미술 거장 솔 르윗, 데이비드 호크니·제프 쿤스·데미안 허스트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12~13세기 크메르제국 두상 조각과 희귀 필사본·서적·지도, 17세기 화가 아드레아 바카로의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든 유디트’ 등도 출품됐다. 갤러리현대는 이성자 작가의 개인전 부스를 마련했고, 학고재는 변월용·류경채 작가 등의 작품을 내놓았다.

아시아 지역 신생 갤러리들이 젊은 작가 중심으로 작품을 소개하는 특별 섹션 포커스 아시아에서는 우한나·유신애·유코 모리 등의 작품이 소개됐다.

키아프, 역동적 한국미술에 초점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키아프 서울’의 메인 행사장에 미술 애호가들이 작품들을 관람하고 있다. 도재기 선임기자

키아프 서울에는 국내 갤러리 130여개를 비롯해 모두 210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지난해보다 젊은 작가들의 신작 중심으로 역동성과 다양성에 초점을 맞췄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개막에 앞서 “키아프 서울은 한국 작가와 갤러리들을 국제 무대에 널리 알린다는 계획 아래 보다 젊고 역동적인 작가와 작품들을 소개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본행사(메인 섹션)에는 국내외 원로부터 젊은 작가들까지 1300여명의 작품이 망라됐다. 학고재는 장승택의 겹 회화 시리즈, 리안갤러리는 한국실험미술의 선구자인 이건용 등, 조현화랑은 이배, 표갤러리는 백남준, 선화랑은 이숙자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PKM은 서승원 등의 작품을 내놓았다.

해외 갤러리로는 최근 서울 지점을 연 일본의 화이트스톤갤러리가 영국의 신진작가 세바스찬 쇼메론의 신작을, 오페라갤러리가 조지 콘도·키스 해링, 독일 디 갤러리가 초현실주의 화가 안드레 마손 등의 작품을 출품했다.

본행사 외에도 신생 갤러리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 중심을 이루는 ‘키아프 플러스’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본행사장에 자리를 마련해 백향목·노아 엘 하켐·캐스퍼 강 등의 작품이 소개됐다. ‘뉴미디어 아트 특별전’은 국내 미디어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 뉴미디어 아트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박생광·박래현 작품으로 구성된 특별전 ‘그대로의 색깔 고향’은 전통 채색화의 아름다움을 전했다.

키아프 서울에서 특별전의 하나로 마련돼 채색화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박생광(왼쪽) 박래현 2인전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도재기 선임기자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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