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가 지지선언문을?" 고위당직자 증언…오영훈 측 주장과 배치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더불어민주당 고위 당직자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선거캠프가 각종 단체의 지지선언문을 직접 작성하거나 수정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증언했다. 이는 지지선언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측근들의 주장과 다소 배치되는 내용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6일 선거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지사,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원태 도 서울본부장, 김태형 도지사 대외협력특보에 대한 11차 공판을 열고 박규섭 민주당 제주도당 사무처장에 대한 신문을 진행했다.
오 지사 측 첫 증인인 박 사무처장은 1998년 5월부터 당직 생활을 시작해 중앙당 조직국장, 전북도당 사무처장 등을 지낸 뒤 2021년 6월부터 제주도당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고위 당직자다.
박 사무처장은 선거 과정에서 지지선언과 관련해 각종 단체들이 캠프에 도움을 요청해 오면 캠프에서는 어떤 도움을 주느냐는 오 지사 측 변호인의 질문에 "주로 단체 설립목적 소개, 후보 공약에 대한 생각,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게 된 배경 중심으로 지지선언문을 작성하고 발표하라고 코칭한다"며 "선거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이 후보를 뽑아 달라'라는 말은 적시하지 말라고도 한다"고 했다.
대체로 지지선언문 내용이 비슷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비슷하다"며 "내용이 간단한 데다 캠프 관계자가 설명해 준 부분도 있을 것이고, 또 이미 언론에 보도된 지지선언문이 많기 때문에 그걸 보고 쓰다 보면 형식은 비슷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박 사무처장은 이와 관련해 캠프에서 지지선언문 초안을 작성해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초안까지는 직접 작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직접 문구를 수정해 주지도 않는 것이냐는 이어진 질문에도 그는 "구두로 설명해 주는 정도지 그렇게까지 해 본 적도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지난 3·4차 공판에서 각각 증인으로 나섰던 오영훈 국회의원 당시 비서관 A씨와 양덕순 제주연구원장(선거 당시 제주대 교수)의 증언과 다소 배치되는 내용이다.
A씨는 증언 당시 "후보를 지지하는 단체들이 초안을 써서 (자문을 구하러) 오면 오타나 문맥을 수정하는데 다 같이 보자는 취지로 (캠프 SNS 단체채팅방에 지지선언문들을) 공유한 것"이라며 "이는 통상적인 업무 절차"라고 주장했었다.
양 원장의 경우 제주대 교수 지지선언문 초안을 들고 김태형 당시 오영훈 선거캠프 대변인(현 도지사 대외협력특보)을 찾아가 함께 문서 수정 작업을 했고, 이 과정에서 자구 수정과 함께 후보 공약 언급, 참여 교수 이름 수가 늘어난 최종 지지선언문은 이틀 뒤 오영훈 블로그와 언론사를 상대로 한 선거캠프의 메일링을 통해 공표됐다고 했었다.
박 사무처장은 오 지사 측 변호인이 캠프 내 법률지원팀이나 정책팀이 지지선언문을 고쳐주지 않느냐고 되묻자 "구체적으로 고쳐주지는 않는다"며 "문안이 오면 선거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문제의 소지가 있으면 수정해야 할 것 같다고 연락해 주는 정도"라고 재차 답했다.
한편 이번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선거법 위반 혐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오 지사와 모 사단법인 대표 고모씨, 선거법 위반 혐의만 받고 있는 정 본부장과 김 특보, 모 경영 컨설팅 업체 대표 이모씨 등 모두 5명이다.
검찰은 피고인 5명이 공모해 협약식 관련 사전선거운동을 했고, 특히 이 과정에서 고씨가 지난해 6월 이씨에게 협약식 개최비 명목으로 지급한 사단법인 자금 500만원은 오 지사를 위한 정치자금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오 지사와 정 본부장, 김 특보는 지난해 4월 선거캠프에 당내 경선에 대비한 '지지선언 관리팀'을 설치한 뒤 △교직원 3205명 △121개 직능단체 회원·가족 2만210명 △2030 제주청년 3661명 △제주대 교수 20명 등의 지지선언을 공약과 연계시키고, 동일한 지지선언문 양식을 활용해 보도자료로 작성·배포하는 등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당내경선운동을 벌인 혐의도 받고 있다.
현재 이씨를 제외한 오 지사 등 4명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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