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첫삽도 못 떴는데…트램 시찰만 10번
[KBS 대전] [앵커]
이 내용 취재한 보도국 성용희 기자와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성 기자, 앞선 기사에서 대전시의회가 트램과 관련해 체코 프라하에 4번이나 다녀왔는데 결과물에 별 차이가 없었다고 했잖아요?
이런 관성적인 해외 출장이 반복되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가장 먼저 출장 기획 단계부터 고민이 보이지 않습니다.
대전시의회가 체코 프라하로 처음 트램 시찰을 다녀온 게 2015년 5월, 공동시찰단을 꾸려서 간 것이거든요.
당시에 도시철도 2호선을 트램으로 결정한 뒤 첫 시찰이어서 시의원뿐만 아니라 공무원, 교수, 시민단체 같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고요.
유럽 5개 도시를 방문했는데 체코 프라하에 가서 교통공사 관계자와 면담도 하고 여러 시설을 둘러본 뒤에 보고서도 꽤 자세하게 썼습니다.
그런데 이 출장 뒤에 3차례나 더 체코 프라하에 다녀왔지만 첫 출장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더 부실했습니다.
2016년 똑같이 교통공사를 방문하고 트램 탑승 체험을 했고요.
2018년 4월에는 트램 탑승 체험에 그쳤고, 2018년 12월에도 교통공사 방문 말고는 다른 일정이 없었습니다.
같은 곳으로 트램 시찰을 간다면 적어도 앞선 출장 결과물을 검토하고 다른 전문가를 만난다거나 새로운 장소, 더 시찰이 필요한 내용을 고민했어야겠죠.
그렇지 않다 보니 진일보한 보고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고요.
트램이 해외 출장 구실 중에 하나로 여겨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앵커]
이렇게 실효성이 없다면 결국, 예산 낭비로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기자]
네, 실제로 대전시의회 해외 출장 한 번에 수천만 원의 예산이 쓰이고 있습니다.
최근 대전시의회가 트램 시찰을 이유로 8개월 만에 또다시 해외 출장을 다녀와 논란이 불거졌는데, 최근 두 차례 출장 예산을 보면요.
지난해 말 스페인과 프랑스를 6박 8일 동안 방문하는 데 4천백만 원의 예산이 지원됐습니다.
또 지난달 말 호주 6박 8일 방문에는 2천4백만 원이 쓰였습니다.
지금까지 10차례 트램 시찰에 쓰인 예산을 다 합하면 수억 원에 달하겠죠.
많은 예산을 쓰는 만큼 결과물이라도 제대로 나와야 하는데 앞서 출장 보고서가 부실하다고 말씀드렸죠.
의정활동도 마찬가집니다.
트램 기종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관련 조례안은 한 건도 없고요.
정책과 관련됐다고 볼 수 있는 건의안도 2건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지선 신설이나 지하화를 촉구하는 건의안이어서 현지 시찰로 보고 배운 게 반영됐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앵커]
트램 시찰 말고도 연례행사처럼 가는 해외 출장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줄일 방법 없습니까?
[기자]
해외 출장을 가려고 하면 예산과 일정 등을 적은 계획서를 내야 하고요.
이 계획서를 가지고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가 열리는데요.
우선 이 심사위원회부터 실효성이 있어야 합니다.
최근 산업건설위원회 시의원들의 호주 트램 시찰 계획을 심사한 내용을 보면요.
지난해 말 스페인과 파리에 같은 내용으로 출장 갔던 것에 대한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호주가 스페인과 파리보다 기술과 운영 방식에서 앞서 있다는 답변을 듣고 넘어갔습니다.
대부분 심사가 이렇게 요식행위처럼 진행되는데, 출장지나 내용이 중복되는 출장에 대해서는 보류시키거나 기존 출장과 차별성을 갖도록 계획을 다시 짜도록 하는 등의 강제력이 필요합니다.
또 출장 결과물이 공유가 안 되고 단발성 출장에 그치고 있는 것도 문제인데요.
출장 계획을 세울 때 시의회나 대전시, 다른 공공기관의 앞선 출장 보고서를 검토하고 심화하거나 차별화된 일정을 세우는 체계가 갖춰져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성 기자가 최근에 호주 현지로 트램 취재를 다녀오지 않았습니까.
공교롭게도 대전시의원들이 최근 호주로 트램 시찰을 다녀왔는데, 조만간 보고서가 나오면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겠군요?
[기자]
네, 이번이 대전시의회의 10번째 해외 트램 시찰이고, 중복 출장 지적 속에서도 앞선 출장지와 차이가 있다며 강행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만큼 보고서가 얼마나 내실 있게 작성됐는지, 정말 트램 정책에 도움이 될 만한 의견과 제안이 담겼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겠고요.
트램이 내년 착공을 앞두고 있는데 이번 출장 내용을 바탕으로 조례안이나 건의안, 시정 질의 같은 의정활동이 얼마나 이어지는지도 지켜봐야겠습니다.
성용희 기자 (heestor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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