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현장] 부산형 특구 성공 조건은 ‘앵커기업’ 유치
부산을 대표하는 산업이라고 하면 신발 조선기자재 기계부품 등 전통 제조업이 떠오른다. 최근 이차전지 파워반도체 수소연료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기업이 등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산의 산업구조가 바뀌었다고 하기엔 부족하다. 내리막길을 걷는 사양산업 일색의 산업 구조를 개편해야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미래를 이끌 기업이 있어야 청년이 부산을 떠나지 않는다는 얘기는 이미 수년 전부터 되풀이되어 왔다. 그러나 해답을 찾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산시가 최근 정부의 ‘특구’ 지정을 통해 그 해답을 찾으려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역점 사업인 ‘도심융합특구’와 윤석열정부의 야심작인 ‘기회발전특구’가 그것이다. 정부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공언한 ‘특구’를 유치하고, 각종 혜택을 기반으로 금융 바이오 로봇 모빌리티 등 신성장 산업을 키워 청년이 부산을 떠나지 않고 일하며 정착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도심융합특구는 도심 한 가운데 산업, 주거, 문화 공간을 갖춘 ‘제2의 판교’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토부가 주도해 정부 각 부처의 기업 지원 사업을 몰아주고, 행복주택 등 주거와 생활문화 인프라도 조성해 주는 것이라 기대가 남다르다. 2021년 특구로 지정된 부산은 해운대구 센텀2지구에 도심융합특구를 조성한다. 최근 국토부와 시의 간담회에서 도심융합특구 조성 계획이 일부 공개됐는데, ICT 바이오헬스 반도체 로봇제조 등 신성장 산업 육성과 실증화, 문화 및 주거 인프라 구축 등 3단계에 걸쳐 추진할 방침이다.
‘기회발전특구’는 비수도권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때 세제 혜택과 재정 지원, 규제 특례, 정주 여건 개선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패키지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아직 구체적인 인센티브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정부가 지방에 주는 ‘강력한 선물’이 될 것이란 기대 속에 각 지자체가 벌써 유치 경쟁에 돌입했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 시는 최근 기회발전특구의 모델로 ’금융’을 제시하며, 북항 일대에 ‘부산금융특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도심융합특구와 기회발전특구는 부산에 매우 중요한 기회다. 시가 새로운 산업의 거점으로 조성 중인 센텀2지구와 북항에 미래 먹거리가 될 금융 바이오 ICT 모빌리티 등의 산업을 키우는데 기반을 마련할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앵커 기업’ 유치다. 도심융합특구와 기회발전특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곳의 상징이 될 만한 네임 밸류를 가진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필수다. 도심융합특구를 조성한다고 해도 청년이 가고 싶어 줄을 설 정도의 기업이 없다면 그 파급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영상·IT지구가 조성돼 관련 기업이 집적해 있지만, 단지를 상징할 만한 앵커 기업이 없다 보니 대형 백화점과 주거시설로 더 인지도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누구나 들어도 알 만한 기업을 유치하지 못한다면 센텀2지구 역시 센텀시티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기회발전특구로 추진하는 부산금융특구는 앵커 기업 유치가 더욱 더 중요하다. 기회발전특구가 지방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시는 현재 부산 이전을 추진 중인 산업은행 같은 국책 금융기간이 앵커 기업이 되어 이를 기반으로 국내외 금융사를 유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일리 있는 구상이다. 하지만 금융 공기업이 부산으로 이전한 지 몇 년이 지났고 ‘금융중심도시’를 표방한 지 오래됐으나 아직 해외 금융 관련 기업 유치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에, 부산금융특구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책은행 이전만 바라보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 유치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시는 다양한 기업 유치에 매진했고, 그에 따른 실적도 거뒀다. 하지만 두 특구의 성공 필수 조건인 앵커 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이전과는 차별화된 과감하고 획기적인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부산의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시의 성과를 기대해 본다.
김현주 메가시티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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