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을 넘어 붕괴 ‘코앞’

오아영 2023. 9. 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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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구] 현 시점의 인구 문제 현황과 대안을 짚어보는 연속기획 세 번째 순서입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 절벽 문제.

인구절벽으로 인한 부작용은 그 지역의 소멸을 넘어 주변 대도시까지 도미노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기를 낳지 않으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은 학교겠죠.

교육계에서는 이미 그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하성수/대구 조야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 : "저도 그렇고 우리 아이들도 그렇고 정말 행복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조야초는 없어지지만, 분교라는 새로운 희망을…."]

1984년 개교한 이 학교는 지난 2월 마지막 졸업식을 끝으로 인근 초등학교 분교로 전환됐습니다.

이런 마지막 졸업생을 보내는 학교, 신입생이 없는 학교 이야기도 이젠 생소하지 않죠.

올해 경북의 유치원과 초중고 학생 수는 지난해보다 6천4백여 명 줄어들었습니다.

올해만 일곱 개 유치원과 두 개 초등학교가 문을 닫았는데요.

특히 앞으로는 경북의 학교 두 곳 중 한 곳이 전교생 100명이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경북의 100명 이하 초중고등학교는 전체의 45.3%를 차지했는데요.

심지어 예순 명 이하가 36.3%나 됩니다.

이런 초중고의 소멸 뒤로 붕괴의 파도는 대학까지 집어삼킵니다.

[김규덕/경북도립대학교 기획홍보처장/지난 5월 : "어려운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통합이 선행돼야 한다."]

[이혁재/안동대학교 기획처장/지난 5월 : "경상북도에서 수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공공수요라든가 평생교육이라든가 이런 기능을 공동으로 수행해가면서…."]

대학의 경쟁률이 떨어지고 정원을 채우기 힘들어지면서 경북에서는 지난 5월 안동대와 경북도립대가 통합에 나섰습니다.

생존 위기에 놓인 지방대의 현실을 보여주는 겁니다.

이런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면 경쟁력이 없는 대학은 문을 닫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구성원들에게 돌아갑니다.

대구미래대나 대구외국어대 등 경북에서도 폐교나 폐과로 인해 학생들이 원치 않게 전학이나 전과를 해야 했죠.

교직원이 일자리를 잃는 건 물론, 대학 주변 상권까지 무너지며 지역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경북도는 대안으로 IT 분야 등 유학생 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외국인으로 채워지는 곳은 또 있습니다.

바로 농촌 노동 분야입니다.

올해만 경북 도내 사상 최다인 5천여 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들어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때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끊겨 농촌이 직격탄을 맞기도 했죠.

유학생이든 외국인 근로자든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감염병이나 전쟁 등 부정적 변수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의료 분야는 어떨까요?

사람 없는데 병원이 잘 될리가 없겠죠.

포항, 안동, 김천 도립의료원은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 이후 환자가 줄어든 뒤 적자 폭도 커지고 있습니다.

환자가 없으니 의사도 줄어 경북 인구 천 명당 의사 수는 1.4명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입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아예 없는 시군도 11곳에 달합니다.

이 때문에 지난 1월 경실련은 경북과 전남을 전국 최악의 의료취약지로 선정하고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인구 감소로 인한 부작용은 앞서 다룬 분야 외에도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 부작용은 더 커져갈 텐데요.

급격한 초고령화에, 사회 필수인력 부족이 겹쳐지면서 사망 위험이 급증하고요.

내수시장이 축소되면서 내수기업들이 타격을 입는 등 경제 시스템도 강제적으로 뼈아픈 구조조정을 당하게 될 겁니다.

단순히 한 시골 마을이 사라지는 데 그치는 게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지방의 위기를 작은 시군, 시도 단위에서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나라 전체,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KBS 뉴스 오아영입니다.

촬영기자:신상응/그래픽:인푸름·김지현·이보경

오아영 기자 (ayou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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