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사당 폭동' 주도 극우단체 대표 징역 22년…트럼프 앞날은?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2021년 1·6 미국 의회의사당 폭동을 주도한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스 전 대표에 징역 22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지금까지 해당 사건 가담자에 내려진 형량 중 가장 무거운 것으로 지난달 관련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에게도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AP> 통신, 미국 CNN 방송, <뉴욕타임스>(NYT) 등을 보면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5일(현지시각) 엔리케 타리오(39) 프라우드 보이스 전 대표에 1·6 폭동 당시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막기 위해 트럼프 지지자들을 조직해 의사당 공격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 혐의로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이는 지금까지 폭동 가담자들에게 내려진 형량 중 가장 높은 것이다.
이날 형을 선고한 티모시 켈리 판사는 "타리오가 "해당 음모(1·6 폭동)의 최고 지도자이자 혁명적 열망으로 추동된 궁극적 조직자"라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타리오 보다 더 심각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은 없기 때문에 이번 선고가 폭동 가담자들에 대한 가장 높은 형량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타리오 이전에 가장 높은 형을 받은 이는 폭동을 주도한 또 다른 극우단체 오스 키퍼스의 지도자 스튜어트 로즈로 지난 5월 징역 18년 형을 선고 받았다.
이날 선고 전 타리오는 "내 40대를 빼앗지 말아 달라"며 "자비"를 호소했다. 그는 1·6 폭동을 "국가적 수치"로 규정하고 당시 의회를 지킨 경찰 및 대피했던 의원들에게 사과했다. 또 "나는 정치적 광신도가 아니다"라며 "해를 입히거나 선거 결과를 바꾸는 것은 내 목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타리오는 형이 선고된 뒤 법정을 떠나며 손을 들고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만들어 보였다고 <AP>가 전했다.
타리오의 변호사는 1·6 폭동 당시 타리오가 워싱턴에 없었다는 사실을 들어 현장에 있던 로즈보다 낮은 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징역 15년 형 이하를 요구했다. 또 타리오는 "쓰레기 같은 말"을 자주 하는 "키보드 닌자"에 불과하며 정부 전복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타리오는 폭동 수일 전 워싱턴의 한 흑인 교회에 걸린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펼침막을 불태우고 워싱턴에서 금지된 대용량 탄창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돼 볼티모어에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검찰은 타리오가 현장엔 없었지만 1·6 집회에서 어떻게 행동할지에 관한 지시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했으며 폭동 당일 온라인을 통해 지지를 표명했고 현장에 있던 다른 가담자들과 소통했다며 징역 3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프라우드 보이스는 폭동의 "중심"이었고 이 조직은 "엔리케 타리오의 계획과 음모를 직접적으로 따랐다"고 주장했다.
1·6 폭동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승리한 2020년 11월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이듬해 1월 6일 미 의회 의사당 앞에서 집회를 벌이다 건물 내부로 난입한 사건이다. 이로 인해 경찰관 1명을 포함해 5명이 숨졌다. 관련해 1100명 이상이 체포됐고 630명 이상이 유죄를 인정했으며 110명 이상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타리오에 대한 중형 선고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6 의사당 폭동 관련해 대선 결과 전복을 시도하고 선거 사기 주장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공소장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뒤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는 "거짓말"을 퍼뜨렸고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전례없는 공격"이 "거짓말에 의해 촉발됐다"고 적시됐다.
기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내 지지율은 굳건하다. CNN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지난달 25~31일 미국 성인 1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 성향 유권자 52%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2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지지율은 18%로 격차가 30%포인트(p)가 넘는다.
같은 조사에서 공화당 성향 응답자의 절반 이상(56%)은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가 본선 경쟁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봤다. 44%는 본선 경쟁력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조사 대상을 전체 응답자로 확대하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51%)이 1·6 폭동 관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가 사실이라면 그가 대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고 답했다. 31%의 응답자만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정치적 이유로 봤으며 47%는 트럼프 자신의 행위 탓이라고 답했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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