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도한 유엔 ‘푸른 하늘의 날’… 주인의식 가져야

유엔이 지정한 ‘푸른 하늘의 날’인 지난해 9월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 인근에서 서울시 관계자들과 녹색 자전거 봉사단 연합 회원들이 공회전 금지, 친환경 운전 습관 정착 등을 안내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연합뉴스

[왜냐면] 김조천 | 한국대기환경학회 회장·건국대 사회환경공학부 교수

2019년 12월19일 유엔총회에서 9월7일을 ‘푸른 하늘을 위한 국제 맑은 공기의 날’(푸른 하늘의 날)로 지정한다는 지정결의안이 정식으로 채택됐다. 미국, 태국, 코스타리카 등 22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이 결의안은 대한민국이 주도했다. 그 당시 유엔 기념일은 세계 환경의 날(6월5일), 오존층 국제 보존의 날(9월16일) 등 모두 165개가 있었지만, ‘푸른 하늘의 날’이 우리나라가 제안해 채택된 최초의 유엔 기념일이라는 점에서 필자는 큰 자부심을 느끼며, 전 세계 맑은 공기 선도국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동시에 느낀다.

정부는 2020년 8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개정으로 매년 9월7일 ‘푸른 하늘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푸른 하늘의 날’은 국민의 시야에서 흐려져 버렸다. 주위에 ‘푸른 하늘의 날’에 관해 물어봤지만, 전문가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정부는 매년 8월31일~9월7일을 ‘푸른 하늘 주간’으로 정해 정부 기념식과 관계 기관 및 지자체 행사를 병행해 대기질 개선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9월7일도 정부는 ‘맑은 공기를 위한 동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푸른 하늘의 날’ 행사를 연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대기질 개선을 위한 자발적 행동과 협력 등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유엔의 날을 제안한 국가인 대한민국의 명예가 실추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국민의 행동 및 대내외적 협력이다. 우리 인류는 땅속에 있는 화석연료를 태워 에너지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대기오염을 야기했고, 이러한 대기오염은 최근 기후변화와도 깊은 연계성이 있다. 특히 초미세먼지, 블랙카본, 오존 등의 대기오염물질은 우리 생활을 위협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

유엔 ‘푸른 하늘의 날’ 제정은 우리나라의 제안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푸른 하늘의 날’에 대한 주인의식을 국민이 가질 수 있도록 초기에는 정부의 다채로운 마중물 캠페인이 필요하다.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국민에게 그에 상응하는 세금 감면 같은 인센티브 수여를 잊지 말아야 하겠다. 주인의식 고취는 오염 제공자인 기업의 자발적 협력을 유인할 충분한 동기가 될 수 있다. 환경·사회·투명(ESG)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이 많이 생길수록 그 사회는 건전하고 지속 가능하다. 정부는 이러한 환경친화적 지속가능경영 기업들을 꾸준히 발굴해 격려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간은 하루에 약 1~2ℓ의 물을 마시며 살지만, 공기는 약 1만2천~2만ℓ를 마시고 산다. 물은 육지와 분리돼 있지만 공기는 전 세계가 서로 혈관처럼 연결돼 있어 이웃 나라들이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황사 진앙지인 중국이나 몽골과 같은 나라들과 동북아 국제협력도 우리가 ‘진정성’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할 때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한국인들이 몽골 고비사막에 오랜 기간 나무를 정성껏 심어온 것은 성공한 국제협력 사례라고 본다.

유엔 지정일인 ‘푸른 하늘의 날’의 진정한 주인이 되려면 자발적 용기가 필요하다. 정부가 시작했지만, 국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푸른 하늘의 날’을 기대해본다. 윈스턴 처칠 수상은 말한다. “돈을 잃는 것은 적게 잃는 것이다. 명예를 잃는 것은 크게 잃는 것이다. 그런데 용기를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