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출입구 앞 횡단보도, 보도로 바꾸자

한겨레 2023. 9. 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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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는 도로를 통행할 때 보도를 이용하고, 도로를 횡단하는 경우에는 횡단보도를 이용한다.

아파트 출입구 앞을 보행자가 지나간다면 도로를 횡단하는 것이 아니라 보도를 따라 걷는 것이다.

물론 아파트 진출입 차량 때문에 신호등을 달고 교차로와 같은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라면 보행자에게 신호를 줘야 하므로 횡단보도가 적합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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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아파트 출입구에는 보도가 아닌 횡단보도가 설치된 곳이 많다. 필자 제공

[왜냐면] 심재익 |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보행자는 도로를 통행할 때 보도를 이용하고, 도로를 횡단하는 경우에는 횡단보도를 이용한다. 보도는 길을 따라서, 횡단보도는 길을 가로질러 만든 보행 공간이다. 보도와 횡단보도에 대해 법에서 정한 정의를 보더라도 보도는 연석선, 안전표지나 그와 비슷한 인공구조물로 경계를 표시해 보행자 등이 통행할 수 있도록 한 도로의 부분이고,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길의 건너편으로 갈 수 있는 가장 기본적 시설로서 보행자가 도로를 횡단할 수 있도록 안전표지로 표시한 도로의 부분이다.

그런데 아파트 출입구에 보도가 아니라 횡단보도가 설치된 곳이 많다. 아파트로 들어가는 길은 거의 모든 경우 공로가 아니고 도로 외 구역이다. 아파트 출입구 앞을 보행자가 지나간다면 도로를 횡단하는 것이 아니라 보도를 따라 걷는 것이다. 따라서 횡단보도가 아닌 보도로 조성하는 것이 논리에 맞다. 물론 아파트 진출입 차량 때문에 신호등을 달고 교차로와 같은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라면 보행자에게 신호를 줘야 하므로 횡단보도가 적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경우라도 사람의 가장 기초적 생활 단위마저 차량에 양보하는 현실이 맞는지는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보도는 일반적으로 차로보다 조금 높게 만든다. 차량이 아파트로 진출입할 때 보도를 타고 넘어가기 때문에 차량의 서행을 유도할 수 있고 보행자는 보도 턱 낮춤 없이 수평으로 걸어갈 수 있어 보행자에게 더욱 유리하다. 법에서도 운전자는 보도를 횡단하기 직전에 일시 정지해 좌측과 우측 부분 등을 살핀 뒤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지 아니하도록 횡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횡단보도는 횡단하는 보행자가 없다면 차도가 될 것이고 보행자가 있을 때는 보도가 된다. 하지만 보도는 언제나 보행자의 것이다. 어린이와 노인들이 드나드는 집 앞이다. 편리하게 걸을 수 있고 보행자에게 안전한 시설이 과연 무엇인지 우리가 선택하고 요구해야 한다.

아파트 출입구 앞 보도는 기존 보도와 유사한 디자인과 색상이 좋다. 평면형 일반 횡단보도와 달리 높이를 10㎝ 정도 높게 설치하는 고원식 횡단보도의 규격을 따른다면, 경사 부분과 함께 윗면 평탄부의 폭은 차축의 길이를 고려해 2.5m 이상이므로 아파트 부지를 다소 침범할 여지가 있지만 이것이 아파트 정문 앞을 보도로 꾸미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포르투갈의 리스본 시정부는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막다른 골목길이나 주차장의 출입구 등을 보도로 바꾸는 보행 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출입구를 포함해 내부 도로는 자동차가 아닌 사람을 위한 공간이다. 우리도 이제 아파트 출입구부터 보행자 공간으로 바꿔 가야 한다.

포르투갈의 리스본 시정부는 막다른 골목길이나 주차장의 출입구 등에 보도를 조성하고 있다.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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