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하림 노래 ‘우사일’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마라’란 이 노래는 2010년 9월 철강회사 용광로에 떨어져 스물아홉 청년이 숨진 날, 그 기사 댓글에 달린 시인 제페토의 시에 가수 하림이 멜로디를 붙여 만든 곡이다. 하림이 2020년 ‘당진 용광로 사고 10주기 기억 프로젝트’에 참여해 작곡한 이 노래는 당시 많은 시민이 직접 노래를 부르거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해시태그(#)를 다는 식으로 ‘함께 부르기’ 챌린지에 동참해 큰 주목을 받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왜 필요한지 세상에 알리는 기폭제가 된 것이다.
이 시가 퍼지고 노래가 불리는 사이, 세상은 바뀌었을까.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겼지만, 일터는 달라지지 않았다. 추락·끼임·충돌 사고로 인한 산재 사망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하림이 위험한 근무환경에 내몰려 목숨을 잃는 노동자가 더는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새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우사일)’를 내놓는다”고 적었다. 노래 ‘우사일’은 “우리는 모두 다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로 시작한다. 노랫말 1절과 2절에는 각각 ‘내가 일하다 다치면 엄마 가슴 무너지고요. 집에 못 돌아가면은 가족은 어떡합니까’ ‘저녁엔 집에서 쉬고 휴일에는 여행도 가는 그런 평범한 일들이 왜 나는 어려운가요’라는 대목이 있다. 모두 똑같이 소중하고 누군가의 가족이기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하기 때문에 결고 다쳐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하림은 5일 저녁에도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시민들을 위해 이 슬픈 노래를 불렀다. 마음을 모아 노래를 부르면 세상은 조금씩 나아질까. 올해 상반기에만 노동자 289명이 출근했다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일하다 죽지 않을 그 당연한 권리에 목청을 높여야 하는 현실은 참혹하다. 이런 노래가 더는 불리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이명희 논설위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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