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불참’ 시진핑, 11월 미국서 열리는 아펙은 갈까
지난해 10월 3연임을 확정 지은 뒤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펴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10일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당국이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는 가운데, 여러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서라도 시 주석이 참석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던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도 불투명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코로나 사태 이후 32개월 동안 국내에 머물던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상하이협력기구(SOC) 정상회의가 열린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국외 활동을 재개했다. 11월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했고, 올해 3월엔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났다. 지난달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에 참석해 회원국 확대 결정을 내렸다.
안방 외교도 활발하게 진행했다. 그동안 독일·프랑스·브라질·스페인·싱가포르의 최고 지도자가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만났다. 가봉·벨라루스 등 아프리카·동유럽·동남아·중남미 등 지도자들도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회담했다. 미국의 대중 봉쇄를 돌파해야 하는 시 주석으로서는 외교 관계가 국내 문제만큼이나 비중이 높고 신경 써야 할 과제였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시 주석이 집권 뒤인 2012년부터 빠짐없이 참석해온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도 올해 참석이 예상됐다. 시 주석은 미국 등 서방 선진국이 이끄는 주요 7개국(G7)을 견제하기 위해 주요 신흥국이 포함된 주요 20개국을 중시해왔다. 중국이 내세우는 ‘인류운명공동체’와 미국에 맞선 ‘다극주의’를 내세우기 안성맞춤인 무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전략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물론 영국·캐나다 등과 전방위적인 갈등을 빚고 있고, 일본과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 문제로 불편한 상황이다. 서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받아들인 이탈리아 역시 이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껄끄럽다. ‘내 편’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참석하지 않는다.
특히 이목을 끄는 것은 개최국 인도와의 갈등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6일 “중국이 그동안 주요 20개국의 주역이었지만, 올해는 의장국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며 시 주석과 모디 총리가 최근 들어 개도국 리더십을 놓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인도의 대중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시 주석이 인도 언론으로부터 예상외의 난처한 질문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도 전했다.
시 주석은 대신, 다음달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3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 행사는 중국의 핵심 대외 정책인 일대일로 관련 행사여서 시 주석이 ‘주인공’ 역할을 할 수 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도 만나 미국에 맞선 중-러 협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4일 공식 위챗 계정을 통해 최근 미 고위 관계자의 잇따른 중국 방문에도 미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며 “미국의 대중 전략은 양면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글 말미에 “미국이 진정으로 ‘발리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를 실현하려면 충분한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이례적인 내용을 담았다. 미국의 대중국 기조가 바뀌지 않으면 시 주석이 11월 미국에 가지 않겠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거꾸로 이는 중국이 이 행사를 매우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 시 주석이 가급적 참석하려 한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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