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병대 수사 거짓말 드러난 국방장관 책임 물어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대해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군사법원이 기각한 박정훈 대령(전 수사단장) 구속영장 청구서를 보면,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이 7월31일 “장관님 지시사항”이라며 “수사자료는 법무관리관실에서 최종 정리해야 하는데, 혐의자를 특정하지 않고, 경찰에 필요한 자료만 주면 된다”고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당시 정 부사령관은 국방부에서 이 장관의 이 지시를 받고 부대에 복귀한 뒤였다. 그 내용이 이 장관의 국회 증언과 배치돼 위증 논란이 불가피하다.
군검찰은 박 대령이 적법한 수사지휘에 불복종했다는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이런 내용을 영장에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령 측은 장관이 민간 경찰 이첩 관련 서류에 결재한 뒤 이런 지시를 하는 건 수사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이었다고 맞선다. 판단컨대 박 대령이 상관 명령에 복종하지 않은 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그가 그 명령에 불복종한 건 부당한 외압에 초기 수사 상황을 수정하거나 이첩을 보류할 경우 채 상병 사망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걸로 우려했다는 점에서, 정상참작 여지가 있어 보인다.
관심은 이 장관이 국회에서 위증했는지 여부이다. 이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문에 “혐의자를 포함시키지 않고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6일 “군검사가 해병대 부사령관 진술서를 바탕으로 요약한 것”이라며 “장관이 직접 언급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진실은 이 장관 수사를 통해 밝힐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사건의 본질은 이날로 49일째를 맞은 채 상병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젊은 장병의 한스러운 죽음만으로도 국방장관은 책임을 느껴야 할 텐데, 그는 대체 누구의 외압을 받고 누구의 책임을 희석하기 위해 자신이 결재한 문서를 하루 만에 뒤집었는가. 60만 장병들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그는 이미 국방장관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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