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제경향 엿본 9월 모의평가…킬러문항 없이도 변별력 확보(종합)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71일 앞둔 6일, 전국 2139개 고등학교와 485개 지정 학원에서 수험생들이 9월 모의평가를 치렀다. 정부는 지난 6월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이른바 ‘킬러 문항’을 수능에서 배제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이번 모의평가는 수험생들이 올해 11월 16일 치르는 수능의 출제 방향과 난도를 짐작할 수 있는 유일한 시험이다.
9월 모의평가에 대해 EBS 대표 강사들과 대형 입시업체들은 한 목소리로 킬러문항은 출제되지 않았고, EBS 체감 연계율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사교육으로 전문적인 배경 지식을 갖추거나 과도하게 추론, 계산해야 하는 문제는 출제되지 않았다. 대신 지문을 끝까지 꼼꼼하게 읽고 풀어야 하는 선택지를 늘려 변별력을 확보했다. EBS 강사들은 국어, 수학, 영어 영역 모두 작년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국어 영역, 킬러문항 뺐지만 선택지에서 변별력 확보
국어 영역에서는 작년 수능에서 출제된 ‘클라이버의 기초 대사량 연구’처럼 낯선 소재를 앞세운 킬러 문항이 출제되지 않았다. 대신 다양한 난도의 문제와 선택지 구성으로 변별력을 확보했다. EBS 국어 영역 강사인 최서희 중동고 교사는 국어 영역의 경우 “6월 모의평가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EBS는 초정밀 저울의 질량 측정 방법을 다룬 11번을 변별력 있는 문제로 꼽았다. 다만 EBS 연계 교재에서 다룬 적 있는 소재다. EBS는 “수험생 입장에서 시간이 부족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워 문제를 틀리기보다 선택지를 꼼꼼히 읽지 않을 경우 문제를 틀릴 수 있도록 선택지가 구성됐다”고 했다.
입시 업계에서도 변별력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는 “올해 6월 모의평가와 지난해 수능과 출제 난이도가 비슷했다”면서도 “EBS 학습 정도에 따라 체감 난이도 격차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독서는 EBS 연계를 강화해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문학도 익숙한 작품이 출제됐다”며 “화법과 작문이 다소 까다롭게 느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수학 영역, 사교육 대신 사고력 필요한 문제 출제
수학 영역은 사교육으로 선행 학습이 필요한 킬러 문항 대신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학원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제,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 풀이 시간이 과도하게 오래 걸리는 문제는 배제했다.
EBS는 변별력 있는 문제로 수학Ⅰ 14번, 수학Ⅱ 22번, 확률과 통계 30번, 미적분 30번, 기하 30번 등을 꼽았다. EBS 수학 영역 강사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지난해 수능 미적분 30번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수 함수와 삼각함수를 합성시킨 함수의 증가와 감소, 극대와 극소를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했고 미분법 1~3단원을 전부 이해해야 했다”며 “이번 9월 모의평가 30번 문제는 미분법 2단원에 (개념이) 집중돼 해결 과정이 복잡하지 않다”고 했다.
난도에 대해서는 지난 6월 모의평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다소 쉬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메가스터디는 “초고난도 문제는 없고 4점짜리 문제의 난이도가 상승했지만 전반적으로 평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통 과목은 6월 모의평가보다 쉽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기존에 출제된 문제 번호와 유형에 변화가 있어 기존 시험에 익숙한 수험생에게 다소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선택 과목의 경우 기하와 확률과 통계는 6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게 출제됐고 미적분은 상대적으로 다소 쉽게 출제됐다”고 했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는 “지난 6월 모의평가와 작년 수능보다 쉽게 출제됐다”고 했다. 종로학원은 “고차원적 접근 방식, 대학 수준 개념을 활용하는 문제는 출제에서 배제됐다”며 “최상위권 변별력은 지난 6월 모의평가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영어 영역,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지문 배제
영어 영역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지문 대신 꼼꼼히 읽고 해석해야 하는 지문이 출제됐다. EBS 영어 영역 강사 심보라 삼각산고 교사는 “킬러 문항은 배제됐지만 6월 모의평가보다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했다.
EBS는 제목 추론 24번, 빈칸 추론 33번과 34번, 글의 순서를 묻는 36번, 문장을 삽입하는 39번 등을 변별력 있는 문제로 꼽았다. 다만 해당 문제들도 일상적인 소재와 관련된 내용이 대다수고 지문을 충실히 읽으면 풀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EBS 설명이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는 “작년 수능과 올해 6월 모의평가보다 쉬웠지만 독해 후 답을 찾는 과정에서 다소 생각을 요구하거나 매력적인 오답이 포함된 문제들이 있었다”며 “체감 난이도가 아주 낮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9월 모의평가 성적은 다음 달 5일 통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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