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장’ 필요 없다는 미국인들... “돈 더 벌어도 못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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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 넉넉한 삶을 위해선 대학교에 꼭 진학해야 할까.
실제로 대학 진학자도 줄었다.
경제학자 더글러스 웨버는 "더 이상 대학 진학은 우량주가 아니다. 카지노의 도박과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등록금을 댈 '부자' 부모가 없으면 대학 진학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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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 보장 불구, ‘비싼 등록금’ 탓 부자는 못 돼
“대학은 ‘도박’, 부자만 유리” 부익부 빈익빈 심화
경제적으로 넉넉한 삶을 위해선 대학교에 꼭 진학해야 할까. 오늘날 미국인 절반 이상의 대답은 ‘아니오’다. 미국에서 대학 졸업장은 여전히 직장인의 높은 수입을 보장해 주는 일종의 보험이지만, 가난한 가정 출신에게는 기회비용이 지나치게 큰 도박이 돼 버린 탓이다. 실질적인 ‘고소득’을 약속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7월 갤럽 조사에서 ‘대학 학위가 중요하다’는 답변은 41%에 그쳤다. 10년 전 74%에서 30%포인트 이상 급감한 수치로, 세대를 불문한 현상으로 나타났다. 미국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절반가량인 45%가 ‘고교 졸업장’이면 안정적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봤다. 부모의 46%도 자녀가 4년제 대학에 가지 않는 편을 선호했다.
실제로 대학 진학자도 줄었다. 2010년 1,800만 명 이상이었던 미국의 대학생은 2021년 1,550만 명으로 감소했다. 전 세계적 추세와는 정반대다. 영국만 해도 2016년 이후 대학생 수가 12%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은 8%나 줄어들었다.
한때 미국에서 대학은 풍요로운 삶으로 향하는 ‘믿음직한 활주로’였다. 2009년 고등학교 졸업자 10명 중 7명이 대학에 갔고, 대학을 나오지 않은 이들과의 소득 격차도 컸다. 물론 이 같은 대학의 ‘임금 프리미엄’은 지금도 유효하다. 2021년 기준 대학 교육을 받은 미국인의 임금은 고졸자보다 평균 35% 더 많았다.
문제는 늘어난 소득이 부(富)의 축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는 점이다. NYT는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연구팀의 2019년 연구를 인용해 “인종·세대를 가리지 않고 대졸자 소득이 높지만, 1980년 이후 출생자들은 또래의 고교 졸업자에 비해 크게 부유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전 세대의 대졸자가 고졸자보다 평균 2~3배의 부를 쌓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감당 못할 ‘학비’에 리스크 커져
소득과 부의 불일치 원인으로는 ‘고비용’, 곧 너무나 비싸진 대학교 학비가 지목됐다. 지난 10년 새 미국 대학 등록금은 연평균 12% 올랐는데, 이는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 2.6%의 5배가량이다. 예컨대 미시간대로 진학한 다른 지역 학생은 매년 8만 달러(약 1억639만 원)를 학비와 생활비 등으로 부담해야 한다.
특히 학자금 대출도 학생을 ‘빚쟁이’로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2007년 총 5,000억 달러였던 학자금 대출 규모는 현재 1조6,000억 달러로 불어났다. 더 많은 학생에게 혜택을 준 것으로 비치지만, 원금보다 더 많은 빚을 진 대출자가 절반에 달한다는 점에서 실상은 달랐다.
경제학자 더글러스 웨버는 “더 이상 대학 진학은 우량주가 아니다. 카지노의 도박과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등록금이 0원이라면 대학 임금 프리미엄의 수혜자가 될 확률이 96%지만, 등록금이 5만 달러라면 확률은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게 웨버의 주장이다. NYT는 “결국 대학이라는 카지노는 부모가 누구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등록금을 댈 ‘부자’ 부모가 없으면 대학 진학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비자발적 측면이 있는 ‘대학 외면’은 부익부 빈익빈도 심화시킬 전망이다. NYT는 고교만 졸업해도 충분한 소득을 얻는다는 ‘장밋빛 기대’도 현실과 다르다고 꼬집었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앞으로 늘어날 고졸자 대상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 서비스 일자리라는 이유다. 반대급부로 대학 졸업장의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미국 경영컨설팅기업 콘페리는 “2030년까지 노동시장에서 약 650만 명의 대학 졸업생이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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