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칼럼] 공고한 대한민국 가치가 경제도약 발판이다

2023. 9. 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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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대한민국이 어려움 속에서도 세계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게 된 이유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부수립 국민축하식 기념사에서 역설한 자유와 인권, 그리고 자유민주주의는 건국 이후 75년의 역사를 관통하는 우리의 신념이었다.

또한 기념사에서 지적한 "공장과 상업과 노동은 서로 떠날 수 없이 함께 병행불패(竝行不悖·두가지 일을 한꺼번에 치러도 사리에 틀리거나 어그러짐이 없음)해야만 될 것"이라는 정책 방향도 여전히 유효하다.

현재 반(反)대한민국 세력에 의해 대한민국의 가치가 폄훼되고, 국제통상과 산업발전, 그리고 노사의 병행불패가 심각한 도전을 맞고 있다. 1948년 헌법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헌법은 사회적 특수계급을 인정하지 않고, 영예도 세습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 원칙이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다. 귀족노조의 등장과 고용세습은 병행불패에 대한 도전이다. 약자를 위한 보호적 법률이 악용되고 특수계급의 특권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우려된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특별법들은 헌법 정신을 훼손하고 각자가 자신만의 특권을 추구하는 경향을 만들어 냈다.

특정 집단의 시각에서 권리를 강화하면 다른 집단의 권리가 침해된다. 학생 인권을 특별히 보호하면 교사의 인권이 침해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병행불패가 회복돼야 갈등이 해소되고 조화로운 발전이 가능하다.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난관은 이것만이 아니다. 중국의 도전적 행동은 국제 사회의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정치를 위해 불합리한 통상 보복을 서슴지 않는 행위는 국제통상을 통한 세계의 발전을 저해한다.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는 중국이 통상의 기본 원칙을 지키냐에 달려있다. 우리나라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힘을 합치고 중국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존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치 동맹은 군사적 안보뿐 아니라 통상 및 경제 안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사회주의자들은 자립경제를 추구했다. 중국은 개방의 성공 공식을 버리고 사회주의적 사고의 틀로 회귀하고 있다. 과거 죽의 장막 속에서 중국이 미몽의 시절을 보낼 때, 우리나라는 가치 동맹을 중심으로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중국이 미국 시장과 미국의 기술에서 배제된다면,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아시아로 구성된 중국의 가치 사슬 체제는 무너지게 돼 있다.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문제에서 중국은 회복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번 조치로 중국의 국내 정치가 유리하게 변화했을지는 몰라도, 국제 사회에 중국의 위험성이 드러났다. 세계 각국은 중국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가치 동맹을 통해 중국의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풍요로운 미래를 위한 또 다른 과제는 사회 각 분야에서 만연한 체제 부정적 사고를 극복하고, 현재화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국가재정에 매달려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재정은 낭비되고 문제는 악화한다.

저출산을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내 가족을 국가에 맡기는 사회를 만들자는 주장은 망국의 전철을 밟자는 주장과 같다. 의료와 교육, 자녀 양육의 모든 비용을 다른 사람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은 공동체 파괴적이다. 무너지는 유럽의 잘못을 되풀이하자는 사람들이나, 국가 파산을 반복하는 남미의 불행을 따라가자는 사람들도 무책임하다.

우리나라의 기본 가치를 세우지 않고 필요에 따라 외국인을 받아들이고 임기응변으로 제도를 만들어서는 미래가 불행해진다.

현재 국민연금은 70년의 약속이지만 수시로 바뀐다. 수시로 바뀌는 약속으로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수 없다. 노후에 더 많이 준다는 거짓말보다 확실하고 공정한 노후 보장이 더 중요하다.

사회 통합과 미래의 풍요를 구가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를 성장시킨 대한민국의 기본 가치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자유 민주주의적 기본 가치는 우리나라를 세계의 지도국으로 발전시킬 것이고, 시장경제는 세계의 인재와 함께 우리나라를 풍요롭게 만든다.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가치를 굳건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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