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 없고 차분 작년과 다르네 "…키아프·프리즈서울 문 열고 보니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2023. 9. 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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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상급 화랑들 수억 수십억대 작품 완판속
대부분 갤러리들 "지난해와 달리 판매 부진"
올해는 중국·대만 컬렉터들 방한 눈길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과 국내최대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 VIP 초청 행사가 열린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키아프 서울 전시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2023.09.0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작년과 다르다."

6일 VIP에 먼저 문을 연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이 차분하게 진행됐다. 코엑스가 터질 듯했던 지난해와 달리 프리즈서울은 여유 있게 VIP들을 맞이했다.

"올해는 VIP 대접을 제대로 하겠다"는 전략을 쓴 프리즈가 개막과 동시 1시간 단위로 끊어 관람객을 모신(?) 배경이다. 오후 1시부터 미리 정한 시간에 입구장에 선 관람객들은 거리를 유지한 채 전시장으로 속속 들어갔다. 반면 1층의 키아프 입구장은 길게 줄이 늘어서 북적였다.

지난해 멸치 떼처럼 쓸려 다닐 정도로 인파에 휩쓸렸던 프리즈는 전시장 안에서도 한산한 풍경을 연출했다. VIP들은 샴페인을 손에 쥔 채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갤러리스트들의 작품 설명에 한층 더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오후 5시가 넘자 전시장 풍경은 뒤바뀌었다. 키아프 VIP들이 프리즈로 넘어오면서 3층의 프리즈 전시장은 북새통을 이뤘고, 키아프는 다시 한산해졌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이 개막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구사마 야요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2023.09.06. pak7130@newsis.com


올해 2회를 맞은 프리즈 서울에는 지난해보다 10여 곳 늘어난 120여 개의 갤러리가, 키아프 서울에는 지난해보다 50여 곳 많은 210개의 갤러리가 참여했다.

프리즈 서울은 저녁이 되면서 활기를 보였다. 하우저앤드워스, 가고시안, 데이비드즈워나, 페로탕, 애쉬더 쉬퍼 등 세계 최정상급 갤러리는 개막 첫날 부터 수억~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작품들을 팔아치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거장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내세운 데이비드 즈워너는 신바람이 났다. '붉은 신의 호박'을 580만 달러(약 77억원)에 한국 고객에게 판매했다고 밝혔다. 또 야요이의 무한그물 회화 '인피니티 네트'(380만달러)와 황금색 청동 조각 '호박'(650만달러)도 구매하겠다는 컬렉터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즐거운 분위기를 보였다.

일본 작가 나라 요시토모의 전시를 한국에서 열고 있는 페이스는 나라의 125만달러(약 16억 원)짜리 유화등 대부분 출품작을 사전판매했다.

지난해 국내에 서울점을 낸 독일 갤러리 에스터쉬퍼는 일본계 영국 작가 사이먼 후지와라 회화 5점을 5만유로(약 7000만원)에서 10만유로(약 1억5000만원)에 팔았다. 베를린 갤러리 스푸르스 마거스는 중국에서 온 개인 컬렉터가 트로켈의 5억원대 소형 작품을 구매했다"고 전했다.

작품이 팔렸다고 앞다퉈 판매 자랑에 나섰던 지난해와 달리 참여 갤러리들과 홍보사도 입이 무거웠다. 작년만큼 '오픈런'은 없지만 고객층이 다채롭고 가격 문의가 많다고 알렸다. 에스터쉬퍼 갤러리는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개막 첫날인데 작년보다 실적이 좋지 않다"고 귀띔했다. "작은 작품은 팔리는데 큰 작품은 보기만 할 뿐 선뜻 구매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번 페어에는 중국과 대만에서 큰 손 컬렉터들이 대거 방문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며 솔드아웃의 기대감을 전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개막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갤러리현대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이성자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2023.09.06. pak7130@newsis.com


한국 갤러리들도 선전하고 있다. 특히 추상화 거장 이성자의 회화로만 꾸민 갤러리현대는 "작품의 사전판매가 일부 이뤄졌고, 세계적인 미술관 5곳 이상에서 1시간 만에 소장 문의를 해왔다"며 "이성자를 세계로 알릴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자 작품은 방탄소년단 RM이 지난해 5월 열린 크리스티 홍콩에서 'Subitement la loi(갑작스러운 규칙)'을 9억 원에 낙찰 받으면서 작가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후 해외에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국제갤러리는 문을 열자마자 완판 소식을 전했다. 우고 론디노네 솔로 부스를 열어 개막 직후 일출을 그린 소품인 5만5000달러(7400만원)대 '매티턱(Mattituck)' 연작 10점을 모두 팔았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키아프 서울' 아트페어 열린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국제갤러리 전시장에 양혜규 작가의 신작이 전시되어 있다. 2023.09.06. pak7130@newsis.com

한편 키아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프리즈의 그늘에 눌린 모습이다. 지난해보다 50곳이 늘어난 부스로 전시장은 오밀조밀 동선속 산만함을 보였다. 대형 화랑들이 중앙을 차지하던 이전과 달리 화랑협회 화랑들이 뽑기를 통해 배치된 부스들은 전시의 평준화를 연출했다. 조명과 카페트등 섬세한 전시 부스 연출로 편안하면서도 집중력을 높인 프리즈와 달리 천장에서 쏟아지는 흰불빛으로 작품들이 널려 있는 듯한 인상을 줬다. 또 한국화 특별전은 전시장 밖 복도 끝에 마련되어 동선이 이어지지 않아 썰렁했다.

키아프에서는 경매장서 인기인 로카쿠 아야코를 내건 암스테르담 갤러리 딜라이브와 하늘색 포르쉐에 작은 벌레를 올려놓고 이벤트 행사하듯 전시를 연출한 갤러리현대가 눈길을 특히 끌었다. 딜라이브는 로카쿠 작품 20여점 중 절반가량을 판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키아프에는 중국 컬렉터들이 아트가이드와 함께 투어하는 모습도 등장, 중국 단체관광객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였다.

대형 화랑들의 선전 속 대부분의 갤러리들은 "지난해와는 확연히 판매 실적이 다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원래 개막 첫날 작품을 팔아치우는게 기본인데, 큰 손들이 한바탕 휩쓸고 갔는데도 작년과 달리 시원한 분위기가 아니다"고 했다.

피카소, 에곤실레 등 유명 명작들이 대거 쏟아진 지난해와 달리 동시대 현대미술 유명작가들과 젎은작가들의 신작을 대거 선보여 팔고 가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첫 회에 보여주기에서 탈피, 실속을 차린 작품들로 꾸린 점이 눈길을 끈다.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경기불황이 아트페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이 열리고 있지만 아모리쇼, 아트바젤 파리 등이 이어지고 있어 컬렉터들의 구매력이 분산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했다. 한편 올해 키아프와 프리즈 아트페에는 전 세계 VIP 컬렉터 2만여 명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페어 개막전 리움미술관, 시립미술관 등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보며 한국미술에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국내 미술계는 프리즈서을 개최로 한국 작가들의 세계 홍보와 저변 확대가 저절로 이뤄지고 있어 긍정적인 반응이다.

'총성없는 미술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서울시 유럽구'같은 비현실 풍경이 보이는 프리즈서울은 9일까지, 키아프서울은 10일까지 열린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개막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피터 해링턴 희귀 서적’ 갤러리를 찾은 관람객이 어린왕자 초판본을 감상하고 있다. 2023.09.0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키아프 서울' 참가한 갤러리현대 작가 라이언 갠더가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9.06. pak7130@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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