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마약 판매상?… 하루 평균 440정 '셀프처방'
한 요양병원 의사가 지난해 의료용 마악류 16만정을 본인에게 처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 평균 440정을 매일 먹어야 하는 양이다. 이에 일각에선 이 의사가 마약류를 스스로 처방받은 뒤 이를 판매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의사들의 마약류 '셀프 처방'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A 요양병원 의사는 지난해에만 마약성 진통제와 졸피뎀, 항불안제 등 의료용 마약류 16만정을 스스로 처방했다. 이에 경찰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A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당국의 점검과 단속이 느슨한 사이 마약류 셀프 처방이 만연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3년여간 매년 8000여명씩 전체 의사(치과의사 포함)의 11.0%가 의료용 마약류를 셀프 처방했다. 이들 4명 중 1명은 3년 5개월의 기간 중 3년 이상 셀프 처방을 반복해 왔다.
최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올해 5월까지 의료용 마약류 셀프 처방 이력이 확인된 의사는 1만5505명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활동 의사(11만2321명)와 치과의사(2만8015명)의 약 11.0%에 이르는 숫자다.
연도별로는 △2020년 7795명 △2021년 7651명 △2022년 8237명 △올해 1~5월 5349명으로, 3년 5개월 간 2만9032명이 9만868건, 알약 기준 321만3043개의 마약류 의약품을 스스로에게 처방했다.
이들 중 2062명(13.3%)은 2020년 이후 올해 5월까지 매년 빠짐없이 마약류를 셀프 처방했다. 2000명(12.9%)은 3년에 걸쳐 셀프 처방 이력이 확인됐다. 이를 합치면 셀프처방 이력이 확인된 의사 4명 중 1명은 거의 매년 상습적으로 셀프 처방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의사들이 셀프 처방한 마약류를 성분별로 살펴보면 처방건수로는 공황장애시 복용하는 항불안제가 가장 많아 전체 처방건수의 37.1%를 차지했다. 이어 불면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졸피뎀이 32.2%, 식욕억제제 19.2% 순이었다. 처방량으로 보면 항불안제가 37.7%, 졸피뎀 19.8%, 식욕억제제 18.8% 순이었다.
마약류 셀프 처방에 대한 점검과 제재는 미흡하다. 최근 3년간 식약처가 의료용 마약류 셀프처방을 점검한 인원은 2020년 26명, 2021년 16명, 2022년 19명으로 3년간 61명에 불과했다. 이 중 수사 의뢰를 한 경우는 2020년 19명, 2021년 5명, 2022년 14명 등 38명에 불과했다. 그 중 15명이 송치됐고 불송치 15명, 수사 중인 인원은 8명이다.
당국의 점검과 단속이 느슨한 사이에 마약류 셀프 처방은 특정 전공과목이나 병원 구분없이 만연해 있었다. 마약류 셀프 처방 의사를 의료기관별로 구분하면 2022년 기준으로 개인 의원에 속해있는 의사가 5415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종합병원 1101명, 상급종합병원 701명, 병원 499명, 치과병원과 치과의원이 226명, 공중보건의료업 122명, 요양병원 114명, 한방병원 59명 순이다.
서울의 한 유명 대학병원 1곳에서는 2020년 114명, 2021년 79명, 2022년 99명, 2023년 5월 49명의 의사가 각각 셀프 처방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전국의 상급종합병원은 현재 45곳이고 병원 1곳당 수련의와 전공의를 포함해 대략 500여명의 의사가 근무하는 것을 감안하면 해당 병원에서는 의사 5명 중 1명이라는 높은 비율로 마약류 셀프 처방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 셀프 처방이 발생한 의료기관을 살펴본 결과 2022년 기준으로 종합병원 376개소 중 242개소(64.4%), 병원 1707개소 중 337개소(19.7%), 의원 3만2627개소 중 5189개소(15.9%)가 셀프 처방을 하고 있었다. 보건소나 보건지소 등이 속하는 공중보건의료업에서도 521개소 중 94개소(18.0%)에서 셀프 처방이 있었다. 정부가 관리하는 기관에서도 셀프 처방이 발생한 것이다.
국립대병원 중에서는 병원 전산시스템으로 마약류 셀프 처방을 자체적으로 막은 병원이 있으나 서울대병원과 부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등 일부에 불과했다.
앞서 최연숙 의원은 지난 1월 의사들의 마약류 셀프처방을 제한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 의원은 "아주 일부에 불과하긴 하지만 마약류 셀프처방을 금지한 병원이 있다는 것은 병원 내부적으로도 마약류 셀프처방의 위험성과 제재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며 "의사들의 마약류 오남용은 본인 문제일 뿐 아니라 환자의 진료권 침해와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인 만큼 의료용 마약류 셀프처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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