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4개로 늘린 伊… 품질 급락 역풍

김나인 2023. 9. 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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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주파수 경매 입찰액만 9조
장비투자 소홀로 속도 121.2Mbps
전문가, 네트워크 인프라 강조
주요 국가 인구 1인 단위 통신주파수 ㎒당 단가. 텔레지오그래피 갈무리

치열한 사업자 간 경쟁 끝에 수익성이 급격하게 나빠진 이탈리아 최대 통신사가 핵심 자산인 유선 네트워크 사업 매각에 나섰다. 이탈리아 정부는 통신사를 3개에서 4개로 늘려 사업자간 요금·서비스 경쟁을 유도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통신 서비스 품질 저하와 통신사 구조조정이란 결과로 이어졌다. 이탈리아 정부는 결국 이 기업의 유선 네트워크 인프라를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유선통신 인프라 매각 나선 이탈리아 최대 통신사 = 6일 해외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최대 통신사업자 TIM이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 네트워크 자산을 분리해 별도 회사인 '네트워크컴퍼니(Net Co)'를 설립하고 이를 매각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계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인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탈리아 정부가 이 회사의 지분 15~20% 매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 통신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잔카를로 조르게티 이탈리아 경제재정부 장관은 "지분 매입을 통해 국가 미래를 위한 중요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영기업이었던 TIM은 민영화 후 일리아드, 보다폰, 윈드트레 등과의 시장경쟁에서 밀리면서 핵심 자산 매각을 검토해 왔다. TIM의 순부채는 280억 달러(약 37조원)로, 전년 말 대비 8억6000만달러(약 1조1400억원) 늘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그간 4개 통신사 체계를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자간 요금·서비스 경쟁 확대 정책을 펼쳤다. 이탈리아는 지난 2016년 통신사 4사 중 '3이탈리아'와 '윈드텔레코뮤니카지오니'가 합병해 '윈드트레'가 출범했다. 이후 정부가 4사 구조를 유도하자 2018년 프랑스 기업 일리아드가 현지법인 '일리아드이탈리아'를 통해 이통 시장에 진입했다.

그 후 통신사들은 5G 주파수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을 펼쳤다. 14일간 진행된 이탈리아 5G 주파수 경매 입찰 금액은 65억5000만 유로(약 9조원) 이상을 찍었다. 이는 정부 최소 목표액보다 40억 유로(약 5조7000억원) 높은 금액이다. 그러나 주파수 경매에 막대한 재원을 쏟아부은 결과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통신사들은 정작 중요한 5G 네트워크 인프라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했다. 투자 부진은 5G 품질 저하로 이어지면서 가입자 유치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5G 다운로드 속도는 121.2Mbps 수준으로, 국내 5G 다운로드 평균 속도 432.5Mbps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 결과 유선통신 사업으로도 여파가 갔다. 무선 시장의 수익성 악화로 유선 인프라 투자도 소극적으로 하다 보니 이탈리아 내 광기가 인터넷 보급률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그나마 유일하게 유선 인프라에 투자했던 TIM이 유선 네트워크 매각에 나서면서 통신 인프라 정책이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탈리아 정부는 유선 인프라에 정부 예산과 산하 기관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시장 경쟁 치열해지면 네트워크 투자 더 많이 할까 = 국내에서도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에 주력하고 제4 이통사업자 유치를 추진하면서 요금인하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동통신 3사는 지난 5월부터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다. 정부는 5G 요금제 하한선을 낮추고 사용패턴에 맞는 최적요금제를 고지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한 달 동안 다 못쓴 데이터를 해당 기간 안에 이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제4 이통사업자는 아직 뚜렷한 참여 기업이 등장하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7번 제4 이통 유치를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성공적으로 구현되려면 통신 네트워크 인프라가 탄탄하게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며 "자칫 통신 시장의 지나친 경쟁이 차세대 인프라 투자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다각적인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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