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필요한데 금리 1년새 1%p 올라" 빚에 짓눌리는 기업 [기업 경영 가로막는 금리]
기업대출 금리는 5%대 계속 상회
기업 변동금리 선호도 상승 원인돼
은행 기업대출 늘려 연체·부실 우려
■1년간 1%p 넘게 오른 기업대출 금리
6일 한국은행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 평균 금리는 기업대출 5.17%, 가계대출 4.80%로 나타났다. 수치상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 금리가 더 높았을 뿐 아니라 지난 1년간 추이를 봤을 때도 기업대출(1.13%p) 금리가 가계대출(0.27%p)보다 4배가량 더 가파르게 올랐다. 기업대출 가운데 상대적으로 금리상승 폭이 작았던 대기업대출(0.96%p)조차 주담대(0.12%p), 신용대출(0.61%p) 등 가계대출 주요 항목보다 금리가 크게 상승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연초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한 데다 기업대출 대상자가 비교적 넓어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개인대출에 비해 기업대출은 비계량적 요소를 반영, 대출을 내줄 여지가 많다.
은행권 관계자는 "통상 은행권 개인대출은 1~6등급 차주에게 한정된다"며 "반면 기업대출은 금리가 낮아도 대출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 평균 금리가 높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악화 등으로 기업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은행권 대출금리는 이를 반영해 높게 책정되는데 자금이 필요한 기업 입장에서는 고금리라도 1금융 대출이 가장 유리하다.
실제 월별로 뜯어보면 기준금리 상승에도 전반적인 대출금리가 낮아지던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기업대출은 5.56%에서 5.09%로 0.47%p 금리가 내렸고, 가계대출은 같은 기간 2배 상당인 0.82%p(5.64%→4.82%) 하락했다. 반대로 채권금리 상승 등으로 금리가 상승 전환한 지난 4월 이후에는 기업대출 금리가 더 큰 폭으로 올랐다.
이에 더해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며 고정금리로 추세가 옮겨가는 개인과 달리 기업은 여전히 변동금리를 선호한다는 점도 금리상승을 부추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 7월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47.1%로 지난해 말(66.4%)에 비해 낮아졌지만 기업대출은 51.8%로 오히려 2.6%p 높아졌다. 이달 초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3.58~6.21%, 변동금리는 연 4.11~6.97%로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가 높은 금리역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돈 더 필요한데" 잔액은 나날이 증가
문제는 가계대출보다도 기업대출 규모가 더 크게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대출 성장이 사실상 제한된 상황에서 기업대출을 늘리고자 하는 은행 측 니즈와 자금이 필요한 기업 측 니즈가 맞아떨어졌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대기업조차 다시 은행 창구로 몰리고 있다. 향후 금리하락이 예상되는 시점에 회사채보다는 비교적 만기가 짧은 은행대출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 4월 이후에야 증가세로 돌아선 것과 달리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부터 8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703조7268억원이던 기업대출 잔액은 대기업대출과 중소기업대출이 골고루 늘어나며 지난달 말 747조4893억원이 됐다. 전월 대비 증감 폭도 가계대출이 지난 7~8월 사이 1조5912억원 증가한 반면 기업대출은 9조639억원이나 늘었다.
대출채권을 관리하는 은행 역시 이 같은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경기회복이 부진한 상황에서 기업대출은 리스크 관리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대출규모가 크고 외부환경에도 민감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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