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칭 ‘살인예고’ 뒤엔…‘블라인드 계정 100개 판매’
[앵커]
블라인드라는 사이트를 아십니까?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곳입니다.
서버가 미국에 있는데다, 이용자 정보를 여러 단계로 암호화해서 신상정보를 철저히 보호한다고 하죠.
그런데 어찌된건지 블라인드 계정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의사 계정을 3백만원에 판다는 글도 버젓이 올라와 있습니다.
익명인데다 신분을 속일 수 있다는 점에서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수없는데요
얼마전 이 익명 사이트에 경찰을 사칭한 살인 예고 글이 올라왔었죠?
이 가짜 경찰 계정을 만들어 판 30대 남성이 검거됐습니다.
정해주 기잡니다.
[리포트]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경찰 계정으로 올라왔던 '살인 예고' 글.
실제 작성자를 잡고 보니 경찰이 아닌 30대 회사원이었습니다.
이성을 쉽게 만나려고 계정을 구해 경찰을 사칭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말했습니다.
["(경찰청 블라인드 계정 돈주고 산 건가요?) ... (실제로 흉기난동 계획하셨습니까?) 아닙니다."]
이 회사원에게 경찰 계정을 판매한 35살 남성 A 씨가 추가로 붙잡혔습니다.
IT개발자인 A 씨는 이직 회사의 분위기를 파악하려고 블라인드 계정을 구하다가 인증 절차의 허점을 발견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1차 인증이 실패하면 별도 인증 절차가 시작되는데, 이 과정에서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동원하면 가짜 이메일로도 인증이 가능하더라는 겁니다.
[이승운/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장 : "피의자는 중급 수준의 프로그래밍과 이메일 보안 지식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이후 이런 방법으로 삼성, SK 등 주요 대기업과 공공기관들의 계정을 만들었고, 이를 돈을 받고 팔았습니다.
계정 하나의 거래 가격은 5만 원 꼴.
두 달간 백 개 정도의 가짜 계정이 5백 만 원 가량에 팔려갔습니다.
경찰은 가짜 계정을 구매한 것만으로는 범죄가 되지 않지만, 실제 접속까지 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블라인드 본사에 계정 구매자들의 접속기록 등을 요청했습니다.
필요할 경우 미국과의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압수수색 등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A 씨가 사용한 수법은 현재 블라인드에선 통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정해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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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주 기자 (sey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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