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보다 15년 늦어도 기술로 완벽 역전…LG화학 “이제 우리 제품 더 찾아요” [그 회사 어때?]

2023. 9. 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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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여수 탄소나노튜브 공장 르포
배터리 성능 10% 더 키우는 핵심 소재
가동률 50% 그친 중국 대비 ‘풀가동’
순수 독자 기술력 입증, 실적도 뒷받침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전남 여수 LG화학 CNT 공장 전경. [LG화학 제공]

[헤럴드경제(여수)=한영대 기자] “중국 탄소나노튜브(CNT) 공장 가동률은 50%대인 반면, LG화학 공장은 풀가동되고 있다.”

4일 전남 여수에 있는 축구장 40개 규모(약 87만평)의 LG화학 석유화학 산업단지. 단지 입구에서 자동차로 5분 이상 거리에 올해 상반기 본격 가동된 아파트 7층 높이의 CNT 3공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3공장 옆에는 2017년, 2021년에 각각 준공된 1, 2공장이 나란히 있었다. 다른 석유화학 공장보다 규모는 적었지만, 최신식 설비인 만큼 약 50년 전에 설립된 공장들 사이에서 쉽게 눈에 띄었다.

첨단소재인 CNT는 다이아몬드보다 열전도율이 뛰어나고 철강보다 100배 뛰어난 기계적 강도를 자랑한다.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항공기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된다. 전기차 배터리에서는 리튬이온 이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도전재)을 한다. 지금까지 도전재로 주로 활용됐던 카본블랙 대신 CNT를 적용할 시 배터리 성능은 10% 개선된다. 뛰어난 장점에 글로벌 CNT 수요는 지난해 1만4000t에서 연평균 30%가량 성장, 2030년 9만5000t까지 커진다고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CNT 수요 추이

수많은 파이프로 얽힌 CNT 공장 중심에는 대형 버스 길이보다 긴 반응기가 있다. 반응기는 CNT 생산에서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파이프에 주입되는 원재료 에틸렌과 촉매제인 코발트 간의 조합이 반응기에서 이뤄진다. 그동안 촉매제로 자주 사용된 철과 달리 코발트는 배터리 품질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자성 이물이 전무하다. LG화학 관계자는 “에틸렌과 코발트 간 조합 기술을 포함해 생산 과정에 적용되는 모든 기술을 LG화학이 100%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반응기에서 만들어진 CNT 가루는 펠렛·알약 형태로 압축돼 5㎏ 포대에 담겨진다. 펠렛·알약 형태의 CNT 지름은 각각 3㎜, 7㎜에 불과하다. 특히 알약 형태의 CNT는 타정기라는 설비를 거쳐 만들어진다. 타정기는 실제 제약회사들이 사용하는 알약 생산 설비를 LG화학이 직접 개조했다. 주성열 LG화학 CNT 생산팀장(부장)은 “알약 모양으로 만들 시 팰렛 형태로 만드는 것보다 전력 비용을 30%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4일 전남 여수 LG화학 CNT 생산공장에서 주성열 생산팀장(왼쪽)이 본지 기자에게 CNT 생산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이양훈 LG화학 CNT공정기술팀장(부장)은 “중국 공장 가동률이 최근 50%대로 떨어진 반면, LG화학 공장은 풀가동되고 있다”며 “중국 제품이 LG화학 제품보다 수요가 적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 CNT가 만들어지지만, 생산 과정에는 많은 인력이 투입되지 않는다. CNT 생산을 관리하는 통제실에는 4~5명의 인력만 있었다. 통제실은 반응기에서 에틸렌과 코발트 간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서 발생하는 온도를 꼼꼼히 체크한다. 1공장과 2, 3공장 사이에 있는 제품 창고에서는 포대에 담긴 CNT가 자동화 기술을 통해 분류 및 출하된다.

전남 여수 LG화학 CNT 공장 내 자동화 창고에서 포대에 담겨진 CNT가 출하되고 있다. [LG화학 제공]

LG화학은 글로벌은 물론 국내 CNT 시장에서 후발주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이 2000년대 초반부터 CNT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중견기업인 제이오가 2006년 CNT를 처음으로 양산했다. LG화학은 2000년대부터 CNT 연구를 진행했지만, 본격적인 양산은 2017년에야 이뤄졌다.

후발주자인 LG화학은 CNT 시장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2017년 1공장(연산 500t)을 가동한 이후 2021년 2공장(연산 1200t), 올해 3공장(연산 1200t)까지 증설을 완료했다. 그 결과 LG화학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CNT(연산 2900t)를 생산하고 있다.

LG화학은 충남 대산에 연산 3200t 규모의 CNT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2025년 대산공장 가동 시 LG화학의 CNT 생산능력은 연산 6100t까지 늘어난다. 이 팀장은 “중국 업체의 연산 생산량 계획치는 7000t 수준인 만큼 대산공장 준공 시 중국과의 격차가 줄어든다”고 했다. 주 팀장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현재 20%대에서 30%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CNT의 활약은 LG화학에도 고무적이다. LG화학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사업은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부진 여파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2분기에는 영업손실 127억원에 머물렀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마진은 손익분기점인 t당 300달러를 여전히 넘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악재가 계속 발생하는 만큼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은 당분간 크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사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CNT 등 첨단소재 사업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도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846억원을 달성했다.

4일 전남 여수 LG화학 CNT 생산공장에서 이양훈(왼쪽) 공정기술팀장과 주성열 생산팀장이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LG화학은 CNT에 대한 투자를 계속 이어간다.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줄이고자 LG화학은 CNT로 대표되는 이차전지 소재를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과 더불어 3대 성장 동력으로 꼽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CNT 추가 증설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생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자성 이물을 최소화하고자 일부 설비를 플라스틱 소재로 바꾸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CNT 활용 분야도 더욱 다양화할 계획이다. 주 팀장은 “현재 생산되는 CNT의 90%는 이차전지에 활용되는데, 페인트 등 전도성 물질이 있는 제품에 맞는 CNT를 개발할 것”이라며 “이와 동시에 이차전지 고객사도 더욱 넓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LG화학에서 생산하는 CNT 이미지. [LG화학 제공]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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