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는 K벤처 "투자 혹한기 이겨내자"…AI·커머스·증강현실 협업 [긱스]
폼즈·웨이브덱, 가상인간 공동 제작
리빌더AI, 딥픽셀과 3D 기술 협력
성장 초기 서비스 고도화 '맞손'
줄어든 대기업과의 협업 대체
팀스파르타, 유망 창업자 발굴
유니콘 기업도 스타트업에 투자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폼즈는 AI를 활용해 디지털휴먼(가상 인간)을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인물 사진을 활용해 10초 안에 닮은꼴의 가상 인간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관련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겉모습은 구현할 수 있지만 목소리를 재현하는 기술이 부족했다. 이정진 폼즈 대표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행사에서 만난 AI 스타트업 웨이브덱의 음성 변환 기술과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고 협업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국내 최초로 연예인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가상 인간을 만들고 있다.
시너지 창출 기업 물색
폼즈 사례처럼 최근 협업을 추진하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빠른 속도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배 스타트업이 투자, 멘토링 등으로 후배 기업을 이끄는 경우도 늘었다. 투자 시장 혹한기를 함께 이겨내고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켜내자는 취지다.
3050 남성을 대상으로 한 패션 커머스 서비스 댄블을 운영하는 테일러타운은 AI 스타트업 코디미, 미타운과 AI 솔루션을 도입하기 위해 협업하고 있다. 코디미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패션의류 모델 이미지를 만드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미타운은 3차원(3D) 영상 기반 가상 피팅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테일러타운은 댄블에 이용자의 가상 의류 착용 모습을 제공하기 위해 이들 업체와 기술 검증을 하고 있다.
최근 3D 기술 스타트업 리빌더AI와 AI 커머스 솔루션을 개발한 딥픽셀은 증강현실(AR) 커머스를 위한 3D 콘텐츠 기술 협력에 나섰다. 리빌더AI는 경량화된 3D 모델을 쉽고 빠르게 생성·복원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딥픽셀은 최근 AR 가상 피팅 기술을 활용한 광고 솔루션 ‘스타일AR 심리스’를 선보였다. 두 회사는 패션 분야 가상 피팅에 최적화한 실감형 3D 콘텐츠의 제작 기술 고도화에 힘쓸 계획이다.
“성장 초기 기술력 고도화 지름길”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광고 콘텐츠 제작 업체 브이캣과 서비스형 비디오 테크놀로지 기업 카테노이드도 지난달 AI 숏폼 영상 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업은 브이캣의 생성형 AI 기반 영상 제작 기술과 카테노이드의 숏폼 비디오 플랫폼 찰나를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슬립테크 기업 에이슬립과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도 지난달 영양관리와 수면 진단 데이터 공유 등으로 기술력과 서비스를 고도화하기로 합의했다.
스타트업 간 협업이 증가하는 것은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훈 딥픽셀 대표는 “AR 사업에서 3D 콘텐츠의 경량화 및 저비용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리빌더AI와 손잡은 이유를 설명했다. 서로 성장 초기 단계여서 협업하기 쉬운 것도 강점이다. 김희수 테일러타운 대표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협업에 앞서 스타트업에 제안하는 조건이 까다로운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감소한 영향도 있다. 지난해 말 한국무역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22.3%가 ‘대·중견기업과의 협업 기회 감소’가 애로사항이라고 답했다. 스타트업 간 네트워크 기회가 늘어난 것도 협업 사례가 증가한 요인이다. 디캠프는 매월 네트워크 행사를 열어 지금까지 600명이 넘는 스타트업 종사자 간 만남을 주선했다. 네이버의 기술 스타트업 투자 및 육성 조직인 D2스타트업팩토리(D2SF),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이 마련한 모임을 통해 협업에 나선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후배 돕는 선배 스타트업
먼저 성장한 선배 스타트업이 후배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돕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업체 와디즈는 지난 7월 스케일업 전문 자회사인 와디즈엑스를 설립했다. 성장 가능성이 큰 브랜드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해서다. 벤처캐피털(VC) 계열사 와디즈파트너스와 연계해 관련 사업을 한다. 황인범 와디즈엑스 대표는 “우리 회사와 전략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브랜드 기업을 적극 발굴해 스케일업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딩교육 스타트업인 팀스파르타는 지난 6월 직장인 창업 부트캠프 ‘창’을 통해 배출된 5개 우수 팀에 투자했다. 창은 창업가를 양성하고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이다. 팀 구성부터 실전 창업 강의 등 창업 기초교육을 바탕으로 예비창업가를 양성한다. 8000명이 넘는 창업 희망자가 창에 지원했다. 이범규 팀스파르타 대표는 “양질의 교육으로 양성된 역량 있는 인재를 모아 국내 최대 예비창업가 커뮤니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유니콘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의 후배 스타트업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패션플랫폼업체 무신사는 스타일쉐어, 어바웃블랭크앤코 등을 인수했다. VC 계열사 무신사파트너스는 60여 개 패션 브랜드에 640억원 이상 투자했다. 프롭테크(부동산+기술) 스타트업 직방의 VC 계열사인 브리즈인베스트먼트는 우미건설과 100억원씩을 출자해 벤처펀드를 조성하고 공유주방 스타트업 고스트키친, 프롭테크기업 큐픽스, 숙박 스타트업 온다 등에 투자했다.
‘아기상어’ 캐릭터로 유명한 엔터테인먼트 기업 더핑크퐁컴퍼니도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스마트스터디벤처스를 설립해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드독컬처하우스, 아이 돌봄 스타트업 째깍악어 등의 지분을 인수했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의 운영사 버킷플레이스는 지난해 폐기물 문전 수거 서비스 ‘오늘 수거’를 운영하는 어글리랩에 투자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선배 스타트업이 후배 스타트업을 돕는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가 확산하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더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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