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지원금 80% 삭감에 사장 "공적기능 축소 불가피"

김예리 기자 2023. 9. 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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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남기고 228억여원 삭감 파장…지난해 매출액의 12.5%에 달해
성기홍 사장 "특파원 등 축소"…수익연계 인사평가·희망퇴직 등 발표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지원금을 전례 없는 80%대 폭으로 삭감 편성한 데에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은 “공적기능 자체를 계속 수행할지 근본 질문을 던지는 삭감폭”이라고 밝혔다. 성 사장은 삭감이 현실화할 경우 해외특파원 등 공적 기능을 축소하는 한편 수익연계 인사평가와 희망퇴직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성 사장은 지난 4일 부장단을 포함한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사원들에 밝힌 입장문에서 “삭감폭이 전례없는 수준일 뿐 아니라 매우 충격적”이라며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의무와 역할 수행 자체를 어렵게 하는 안”이라고 했다. 성 사장은 “구독 계약 당사자인 연합뉴스와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책정됐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 1일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지원 예산 항목을 50억 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예산인 278억6000만 원에서 228억6000만 원(82.1%)을 삭감한 금액이다. 정부는 올해 연합뉴스 지원 예산을 15.1%(49억4000만 원) 축소 편성해 역대 최대 삭감액을 기록했는데 그 5배를 상회하는 삭감 편성을 강행한 것이다.

▲연합뉴스 사옥.

성 사장은 정부 지원이 뉴스통신진흥법에 근거한다고 강조한 뒤 “지원 받은 예산을 바탕으로 60여명의 해외 취재망과 6개 외국어뉴스를 서비스하는 90여명의 취재망을 구축, 글로벌 무대의 미디어 인프라 자산으로서 기능하고 있다”며 “대규모 삭감안은 뉴스통신진흥법 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예산을 아껴서 수행하라'는 수준이 아니라 '공적기능 자체를 계속 수행할지 여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책임자로서 통감, 송구…국가 미디어인프라 약화할 것”

성 사장은 “재정 위기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해 경영을 책임진 사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원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대규모 삭감안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개별 언론사인 연합뉴스의 위축에 그치지 않고 어렵게 확충해놓은 국가의 미디어 인프라 자산의 약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 사장은 그러면서 “6월부터 다양한 예산 시나리오에 바탕을 둔 재무 플랜 얼개를 마련한 상태”라며 지출을 줄이고 수익을 늘리는 방안을 각각 세 가지 제시했다.

먼저 “삭감이 기정사실화할 경우 공적기능 축소 재편은 불가피하다”며 “특파원 취재망 등 6대 공적 분야는 재정이 감당 가능한 범위에서 수행하도록 점진, 단계, 체계적으로 축소 조정”하겠다고 했다. 실국별 조직을 재편하고, 신규 채용과 규모도 매우 보수적으로 수행하겠다고 했다. 연합뉴스가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 맡는 공적 기능은 △해외뉴스 △외국어뉴스 △남북한·재외동포뉴스 △지역뉴스 △재난보도 △언론 발전 기여 등이다.

성 사장은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임금피크제 적용 사원과 일정 근속연수 이상 사원 대상 희망퇴직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의무안식년도 시행한다. 성 사장은 “책임 경영 차원에서 이달부터 사장은 50%, 상무들은 30%의 급여를 반납하겠다. 또 임원들의 업무용 차량 전담 운전기사를 없앨 것”이라고 했다. 한편 “회사의 비용 절감 세부 대책에는 인위적이고 강제적 인력 감축안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성 사장은 수입을 늘리기 위한 노력 세 가지로 △옥외 전광판 광고 확대를 비롯한 수익원 발굴 △'플랫폼 리포지셔닝' 등 콘텐츠 비즈니스 강화 △사옥 임대수익 등 자산 소득 증대 등을 제시했다. 한편 내부적으로 수익 증대에 기여한 사원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 예산이 연합뉴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만큼 국회에서 이 같은 예산안 삭감이 현실화할 경우 경영 타격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기준 연합뉴스 지원 예산은 매출의 17.9%(1828억5227만 원 가운데 328억 원)를 차지했다. 실제 올해 1분기 매출액은 354억여 원으로 작년보다 12.3억원 감소했는데, 정부 지원 예산 삭감분에 해당하는 50억여원의 4분의1에 대략 일치하는 수치다.

사장이 일방으로 제시한 비상경영 계획에 희망퇴직 실시와 수익 연계 인사평가·인센티브제, 의무안식년 도입 등 노동조건 관련 안이 다수 포함된 만큼 노조 입장이 관건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는 7일 오후 대의원대회를 열어 성 사장에게 이 같은 계획안에 대해 질의응답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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