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하지 않는 하드디스크, 어떻게 버려야 할까
최근 SSD 가격이 많이 저렴해졌다. 2023년 9월 기준으로 속도가 빠른 PCIe 4.0 SSD는 2TB 용량에 18만 원, 대용량 파일 저장에 적합한 SATA SSD는 4TB 용량에 20만 원대 초반 가격을 형성했다.
아직 용량 대비 가격은 SSD보다 하드디스크(HDD)가 저렴하다. 하지만 하드디스크는 SSD에 비해 느리고 데이터에 접근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며 소음이 발생한다. PC나 노트북에 장착할 수 있는 저장매체 수는 제한적이다. 그렇다 보니 SSD를 하나씩 사다 보면 하드디스크를 떼야 할 때가 온다.
그렇게 안 쓰게 된 하드디스크가 여러 개 생겨 어떻게 처분할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외장하드 케이스를 구매해 남는 하드디스크를 장착하고 사용했다. 중고로 판매할까 고민도 해봤지만, 개인 정보를 저장했던 하드디스크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데에 거부감이 들어 결국 파기하기로 결정했다.
하드디스크를 안전하고 확실하게 복구 불가능한 수준으로 파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망치로 내리치거나 드릴로 구멍을 뚫는 등 물리적으로 훼손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 하지만 다칠 위험이 있다. 가급적 안전하게 데이터를 지우는 방법이 있을지 찾아봤다.
■ 하드디스크에 '자석' 대면 데이터가 지워진다고?
한때 하드디스크 겉에 자성이 강한 네오디뮴 자석을 문지르면 데이터가 손상된다는 설이 돌았다. 하드디스크는 자석을 이용해 데이터를 기록하는데, 외부에서 강한 자기장이 발생하면 기록된 데이터가 손상된다는 이야기다.
이론은 맞지만 개인이 시도하기에 적합한 방법은 아니다. 하드디스크가 자성에 영향을 받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 자석으로 하드디스크 데이터를 완전히 지우는 건 어렵다.
하드디스크에는 외부 자기장의 영향을 줄이는 보호 장치가 있다. 작은 자석으로 문지른다고 데이터가 금방 사라지는 건 어불성설이다. 자석의 세기는 '가우스(G)'로 나타내는데, 자력이 강한 네오디뮴 자석의 세기는 2000~5000G 정도다. 하드디스크를 확실히 손상시키려면 최소한 1만 G 이상 자기장에 일정 시간 노출시켜야 한다. 이런 자석은 개인이 구하거나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PC로 포맷하는 방법, 복구 가능성은?
PC에서 하드디스크를 포맷하는 방법도 있다. 단, 삭제 방식에 유의해야 한다. 파일을 선택하고 'Delete' 키를 눌러 지우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데이터를 복구하기도 가장 쉽다. 실제 데이터는 남긴 채 주소값만 지우기 때문이다. 윈도우가 지원하는 '빠른 포맷'도 복구가 가능한 건 마찬가지다. 데이터를 완전히 지우지 않고 다른 값을 덮어씌워 임시로 가린 상태기 때문이다.
하드디스크를 다시 사용할 예정이 없다면 '안티 포렌식 툴'을 사용하는 게 좋다. 하드디스크의 모든 저장 공간에 데이터를 여러 번 덧쓰는 프로그램이다. 덧쓸 때마다 기존에 기록된 데이터 흔적이 점점 사라지므로, 이 흔적을 감지해 원본 데이터를 복구하는 '포렌식' 작업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단, 이 방식은 읽고 쓰는 작업을 반복하므로 하드디스크 수명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 따라서 계속 사용할 제품보다는 파기 예정인 하드디스크에 적합하다.
안티 포렌식 툴은 데이터를 덧쓰는 횟수에 따라 3-pass, 7-pass, 35-pass 등 여러 종류로 나뉜다. 각각 데이터를 3번, 7번, 35번 덮어쓴다는 뜻이다. 반복 횟수가 많을수록 원본 데이터를 복원하기 훨씬 힘들어진다. 하지만 모든 저장 공간을 채웠다 비우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일반적으로는 데이터 복원이 거의 불가능하고 시간도 비교적 적게 걸리는 3-pass 방식을 사용한다.
■ 하드디스크 간편하게 폐기하려면?
데이터 삭제를 마친 하드디스크를 어떻게 버려야 할까. 주로 △폐가전 수거 서비스 △지자체 디지털 저장매체 파기 서비스 △사설 폐기업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PC나 노트북째 폐기할 생각이라면 폐가전 무상방문 수거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가장 편하다. 수거 일정을 예약하면 담당자가 해당 날짜에 방문해 가져간다. 하드디스크 파쇄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하드디스크에 중요한 정보가 있다면 미리 안티 포렌식 툴로 꼼꼼히 지우는 게 좋다. 한편 노트북 같은 소형가전은 단독으로 수거하지 않고 외장하드는 취급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약하기 전에 수거 품목과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
일부 지자체는 디지털 저장매체 파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드디스크나 SSD, USB 메모리를 가져가면 파쇄기로 파기해 준다. 물리적으로 파손되므로 당연히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안티 포렌식 툴을 사용하지 않아도 정보 유출 걱정을 덜 수 있다.
단점은 서비스 제공 지역이 몇 군데 없으며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2023년 9월 기준 경기도, 서울 성동구, 부산 강서구, 전남 목포시, 전남 영암군, 충북 옥천군에서 해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에 따라 온라인이나 전화로 예약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신청서를 작성해 지참하면 바로 방문할 수 있는 곳도 있다.
하드디스크를 대량으로 파기해야 한다면 사설 업체에 맡기는 게 편하다. 이런 업체는 하드디스크를 자력으로 손상시키는 기계 '디가우저(Degausser)'를 사용한다. 디가우저에 하드디스크를 넣으면 강한 자기장이 발생해 저장된 데이터를 소거한다. 그 세기는 1만~1만 5000G에 달하며, 고가 디가우저 중에는 10만 G 이상 출력이 가능한 제품도 있다. 단, 사설 업체는 소량 파기 의뢰를 잘 맡지 않는다. 하드디스크 한두 개를 파기하려면 사설 업체보다는 지자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낫다.
■ 자가 폐기 시 주의할 점은? '분리수거 금지'
위 방법들 중 어느 것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스스로 하드디스크를 파기할 수밖에 없다. 데이터 복구를 방지하려면 먼저 안티 포렌식 툴로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데이터를 깨끗하게 소거한 다음 물리적으로 분해하거나 손상시키는 게 좋다.
간혹 파기한 하드디스크를 재활용품으로 분리수거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금속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하드디스크는 분리배출 지침에 따라 재활용이 불가능한 항목이므로 종량제 봉투에 넣어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는 게 옳다.
테크플러스 이병찬 기자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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