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철의 버추얼 호라이즌-1] “인공지능(AI) 기반 학습콘텐츠, 글로벌시장 개척할 K콘텐츠산업의 미래”

장인철 2023. 9. 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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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환 웅진씽크빅 에듀테크연구소장

생성형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딥페이크 등 차세대 컴퓨팅 및 첨단 영상기술이 다른 어떤 곳보다 빠르고 왕성하게 적용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학습서비스산업이다. 특히 바람직하든 않든 사교육시장이 강력히 발전해온 우리나라에서는 경쟁 우위를 차지하려는 각 업체들의 콘텐츠 개발 경쟁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치열하다. 그 결과 그간의 방문교습이나 온라인 학습서비스를 넘어 AI 기술 등을 활용한 비대면 1 대 1 학습, 학업능력 수준별 교습, VR 등을 활용한 실감형 학습서비스와 콘텐츠들이 하루가 다르게 속출하는 중이다.

웅진씽크빅이 초ㆍ중등 학생용으로 내놓은 AI 기반 연산학습 앱 ‘매쓰피드(Mathpid)’는 첨단 학습콘텐츠로서 2가지의 중요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는 AI 기술을 적용해 학생 수학능력에 맞춘 개인별 비대면 양방향 학습서비스를 진화시키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각국 교육과정을 분석해 공통커리큘럼을 구축함으로써 글로벌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실제 ‘매쓰피드’는 최근 베타버전 출시 1년 6개월 만에 세계시장에서 다운로드 200만 건을 달성함으로써 가능성을 확인했다. ‘매쓰피드’ 출시 주역인 정진환 웅진씽크빅 에듀테크연구소 소장은 “AI 등 첨단기술과 융합한 우리나라 학습콘텐츠는 자동차와 견줄 만한 K콘텐츠 수출품이 될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


"웅진씽크빅 초·중등 학생용 AI 기반 연산학습 앱 '매쓰피드' 해외 200만 다운로드 기록"

정진환 웅진씽크빅 에듀테크연구소장은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AI 등 첨단 컴퓨팅 및 영상기술을 활용한 교육·학습 콘텐츠와 서비스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차세대 K콘텐츠로서 글로벌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윤서영 인턴기자

-AI 기술에 기반한 초ㆍ중등 연산 앱 ‘매쓰피드’가 베타버전 출시 1년 6개월 만인 지난 7월 세계시장에서 다운로드 200만 건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한국을 제외한 해외 다운로드 실적과 의의는 무엇인가.

“다운로드 카운트에서 국내 수치는 거의 포함하지 않았다. 국내에선 아직 ‘매쓰피드’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200만 건은 주로 필리핀과 인도를 거쳐 미국, 영국 등 베타버전 서비스를 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발생한 누적 다운로드 수인 셈이다. 물론 국내 시장은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예민한 시장이기도 해서 보다 개량된 최종 버전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200만 건은 세계 수학 앱 중에서 다운로드 속도 상위 톱10에 들 정도의 반응이다. 아직 유료화 전이고 다운로드 이후 서비스 이탈자도 있겠지만 비즈니스 모델로서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고 있다.”

-‘매쓰피드’ 콘텐츠의 내용과 학습구조, AI 기술이 어떻게 적용된 것인지 설명해 달라.

“‘매쓰피드’는 학령별 수학 교과학습을 뒷받침하는 기본 연산능력 강화를 목표로 한 서비스다. 세계 각국의 초등, 중등 수학 교과과정을 분석하고 공통적 학습내용을 추출해 사칙연산부터 방정식 정도까지 국제적으로 통용될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먼저 학생의 연산능력을 진단하고, 수준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커리큘럼 콘텐츠를 제시한다. 그 콘텐츠를 통해 학습이 진행되면 평가를 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강학습이 진행된다. 학습동기 부여를 위한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가미했다. AI 기술은 학생의 연산능력 진단과 평가, 거기에 부합하는 커리큘럼 추출, 보강학습 진행 등을 위한 시스템의 판단과 결정에 적용된다. 오랜 학습서비스 운용과정에서 누적된 경험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AI 기술 기반 학생 개인별 '진단-학습-코칭(튜터링)' 베타서비스 구축"

-‘매쓰피드’에 적용된 AI 기술은 생성형 AI 수준까지 간 건가.

“아직 거기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데이터 누적과 하드웨어 발전 등에 따라 빠르게 생성형 AI 체제로 진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울러 앞으론 생성형 AI 기반 버추얼 휴먼을 챗봇 겸 튜터로 등장시키는 방안이나 튜터링 음성서비스 등도 구상하고 있다.”

-향후 유료화 시 ‘매쓰피드’ 시장규모와 기대 수익 전망은.

“현재 다운로드 건수 200만 건에 연간 구독료 대충 10만 원 쳐서 몇백억 원 하는 식으로 기대수익 규모를 말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 베타버전이 유료화할 경우 서비스 포기도 흔히 발생할뿐더러 유사 서비스 경쟁 상황도 감안할 필요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까지 누적 다운로드 500만 건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필리핀과 인도 거쳐 미국, 영국 등 서비스 확대, 2024년 중 누적 다운로드 500만 건 목표"

-최근 에듀테크 발전의 추세와 방향은. 교육현실의 어떤 점을 보강하고 개선하는 쪽인가.

“전통적인 교육 방법론은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공급자 입장에서 학생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가르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즉 선생님 한 분이 다수의 학생을 교습할 때 진단-교습-코칭 등 기본 과정에서 어떻게 교습방법을 개선해 효율화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화두였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선생님 한 분이 다수의 학생을 가르치는 구도 자체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일단 오프라인 학교 현장에서도 학생수가 크게 줄었고, 온라인 환경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1 대 1 교습이 폭넓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요즘 에듀테크는 한 명의 학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가르칠까 하는 데 맞춰져 있고, 그에 따라 튜터와 학생 간의 원활한 상호작용, 수준별 교습, 효과적인 피드백, VR 등 첨단영상을 활용한 실감체험의 확장을 지향하고 있다. AI나 VR 등 첨단영상, 메타버스 같은 방법론이 융합되면서 에듀테크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고 본다.”

-AI는 에듀테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보는가.

“지금의 발전 속도라면 머지않은 미래에 신세계를 열 것이다. 생성형 AI는 지금 텍스트 언어 생성에서 음성, 그래픽 생성과 인지기능까지 빠르게 갖춰 가고 있다. 교육 커리큘럼이 충분한 양의 빅테이터로 누적된다면 AI는 학생의 어떤 물음과 학습요구에도 부응해 답을 제시하고 교습을 해줄 수 있는 수준을 구현할 것이다. 거기에 버추얼 휴먼이나 VR 같은 요소들까지 융합하면 비단 비대면 사교육 부문뿐만 아니라 공교육 시스템에도 근본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지금 교육부가 디지털교과서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디지털교과서에도 AI를 비롯한 첨단 컴퓨팅, 영상기술들이 적용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생성형 AI, 메타버스, 가상(VR)·증강(AR)현실 등 교육·학습 콘텐츠와 서비스 신세계 열 것"

정 소장은 "교육·학습 콘텐츠와 서비스 개발에 생성형 AI와 메타버스, VR과 AR 등 첨단 컴퓨팅 및 가상현실 기술이 다양하게 접목되고 있는 게 최근 추세"라고 밝혔다. 윤서영 인턴기자

-AI 외에 에듀테크 진화에 작용할 최근 기술들은.

“학습공간에 조만간 큰 변화를 일으킬 기술은 메타버스가 되지 않을까 한다. 메타버스의 가장 큰 강점은 튜터와 학생이 실시간 상호작용하는 학습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메타버스 내 가상현실 공간에서는 텍스트와 음성, 학습 참고영상 등을 제한 없이 구현할 수 있기도 하다. 다만 메타버스가 폭넓게 확산하려면 사용자와 메타버스 콘텐츠 간 상호작용 수단과 방법이 지금보다는 훨씬 쉽고 편해져야 한다. 아울러 VR 그래픽 등이 원활히 유통될 만한 통신 인프라도 보장돼야 한다. 6G 상용 여건이라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다. 지금 사용자와 콘텐츠 간 상호작용 방식이나 VRㆍAR 콘텐츠 체험 수단, 3D VR 그래픽 기술 등이 각개 진화하면서 수렴, 융합하고 있는 과정이다. 이런 기술들 모두 에듀테크에 즉각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매쓰피드’ 외에 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추가 개발을 구상 중인 서비스가 있다면.

“아직은 ‘매쓰피드’ 업그레이드에 집중하고 있다. 개발을 구상 중인 서비스로는 학생 대상 코딩교육 서비스가 있고, 교과목별 학습서비스로는 영어나 과학 과목에서 글로벌시장을 겨냥한 국제적 커리큘럼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세계 각국 교육과정에서 공통 커리큘럼 추출하면 첨단 교육 서비스 글로벌시장 진출 가능"

-‘매쓰피드’ 서비스는 앱을 통해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 웹 등 기존 플랫폼에서 서비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각종 학습콘텐츠 유통과 구동을 위한 자체 플랫폼 개발을 추진할 계획은 없나.

“아시다시피 앱 서비스 사업자는 지금도 플랫폼 이용 수수료로 매출의 30% 정도를 내고 있다. 쉽게 말하면 월수입의 30%를 월세로 내는 셈이다. 그러니 경제적인 면에서 독자적인 운영 가능성이 있다면 당연히 자체 플랫폼은 검토될 필요가 크다. 예를 들어 지금도 게임콘텐츠 플랫폼인 스팀이 있고 유튜브, 카카오게임도 성공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지 않았나. 교육콘텐츠 역시 아이덴티티가 뚜렷한 부문인 데다 콘텐츠의 독자성과 콘텐츠나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충성도가 높은 분야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플랫폼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어느 한 기업이 하는 것보다는 업계와 공공이 자본과 기술을 모으는 방식이면 추진이 보다 용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학습콘텐츠의 글로벌시장 진출 전략은.

“아까 ‘매쓰피드’ 다음의 글로벌서비스 과목으로 영어와 과학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왜 영어, 과학이냐 하면, 영어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배우는 공통언어여서 국제 공통 커리큘럼을 개발하기가 비교적 용이하다. 과학 역시 국가별 특성이나 문화적 영향이 별로 없는 객관적 이론의 학문이다. 코딩학습도 비슷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과목이나 부문에선 공통 커리큘럼 개발이 용이하다는 얘기다. 이처럼 당분간 글로벌시장 진출용 학습콘텐츠는 국가나 지역의 사회ㆍ문화적 편향이 덜한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모색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다음 역사나 지리 같은 분야는 지역별, 국가별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사회ㆍ문화적 편향을 중화시키는 기재를 고안해 콘텐츠나 서비스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생성형 AI의 발전이 그런 방향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본다.”


"교육·학습 콘텐츠와 서비스 발전 위해 생성형 AI 기업, 그래픽 디자인그룹 등과 협업 절실"

-현재 웅진씽크빅 에듀테크연구소 조직과 인력 구성, 가장 주력하는 연구개발(R&D) 어젠다는.

“전체 인력이 6개 팀에 50명 남짓인데, 그중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은 20명 정도라고 볼 수 있다. 학습서비스 특성상 기획이나 데이터 수집 등에 필요한 인력이 적지 않다. 지금은 AI 개발과 데이터 관리, 적용 가능한 신기술 모니터링 등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향후 VR이나 버추얼 휴먼 등의 개발 필요성을 감안하면 해당 개발자나 디자이너 인력들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투자 여력 등을 감안해 보다 경제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아웃소싱이나 협업 등도 강구해 나갈 것이다. 예컨대 생성형 AI 개발사와 기업간거래(B2B) 방식의 협력이나 제휴를 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장인철 수석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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